김 국방장관, 이미 폐기된 07년 양해각서 ‘되풀이’
제주도정 중앙절충력 한계 노출, 국방부와 내부합의 의문

▲ 2007년 5월 시민사회단체가 공개한 제주도와 국방부가 체결하려 했던 제주해군기지 관련 양해각서(안). ⓒ제주의소리
국방부가 알뜨르 비행장 무상양여를 거부하고, 남부탐색구조부대 부지와 서로 맞바꿀 것을 요구한 ‘기부대 양여’ 방식이 이미 2년6개월전 제주도와 국방부가 체결하려고 했던 양해각서의 핵심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알뜨르 비행장을 제주도에 주는 대신, 제주도는 신공항에 남부탐색구조부대가 들어설 부지 30만평을 주기로 이미 내부적으로 합의해 놓고는 2년반 동안 시간만 끌어왔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게 아니라면, 제주도는 알뜨르 비행장 무상양여를 놓고 대정부 협상에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으며, 국방부는 제주도의 요구를 계속 묵살해 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난 14일 제주를 방문한 김태영 국방장관은 알뜨르비행장 무상양여에 대해 “알뜨르 기지 (무상양여)를 말하는데, 이는 정확한 논의 방법이 아니다”라며 무상양여 요구에 대해 일축한 후 “제주 알뜨르기지는 대략 2020년쯤 설치될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기지다. 남부탐색구조부대가 들어설 활주로 근처에 땅 30만평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알뜨르기지 60만평을 양여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게 양쪽이 윈윈하는 협의방법이다. 기부대 양여방식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제주사회가 요구하는 무상양여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한 셈이다.

이날 김 장관을 비공식적으로 면담하고 기자회견에 함께 했던 김태환 제주지사나 제주도정 당국자들은 이후 어떤 형태의 공식적인 입장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국방부 장관의 의견은 국방부의 입장”이라는 견해를 일부 언론에 흘리고 있는 정도다. 20일 열리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에서 결론이 나게 되는 만큼 '속단은 금물‘이라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의 발언은 2007년 5월 제주도와 국방부가 체결하려고 했던 양해각서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어서, 국방부와 제주도가 이미 ‘기부 대 양여’ 방식에 합의해 놓고 딴청을 피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슬슬 피어오르고 있다.

▲ 지난 14일 제주를 방문해 김태환 지사, 제주도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는 김태영 국방장관. ⓒ제주의소리
당시 제주도와 국방부가 은밀하게 준비해 오다 시민사회단체가 폭로하면서 사실상 백지화 된 ‘제주 해군기지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안)’에 김 장관 발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양해각서(안) ‘제3조(알뜨르기지 이양 및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은 모두 3개 항으로 짜여져 있다. 1. 국방부는 모슬포 알뜨르기지 소유권을 법적인 절차와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제주도에 이양한다 2. 제주도는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가 제주도에 설치될 수 있도록 부대창설 소요 부지와 함께 비행활주로, 착륙대, 유도로 등을 제공한다 3. 알뜨르기지 제공과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에 필요한 부지 및 활주로 제공은 국방부(공군)와 제주도간 기부대 대여 또는 교환방식에 따라 추진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양해각서에 나온 ‘기부대 대여 또는 교환’은 김 장관이 말한 ‘기부대 양여’는 똑 같은 표현이다. 

제주도는 2007년 문제의 양해각서가 백지화 된 이후 “알뜨르기지는 반드시 무상양여 받겠다”며 그 대신 제주해군기지를 도민사회가 수용해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국방장관이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것도 김태환 지사 면전에서 조건부 양여를 말하면서 ‘무상양여’는 누가 봐도 멀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해군기지를 놓고 제주사회가 그 여느 사안보다 찬반으로 나뉘어 심각할 정도로 갈등을 겪고, 광역자치단체장 주민소환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으나 적어도 알뜨르비행장만을 놓고 봤을 땐 2년6월 전과 비교해서 진일보 한 게 없다는 점이다.

즉 2년반전에 공식적으로 폐기됐던 양해각서가 제주도와 국방부 사이에는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발 더 나아가 김 장관이나 국방부가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양해각서에 명기됐던 비행활주로, 착륙대, 유도로 제공 문제도 이미 내부적으로 양해가 된 게 아니냐는 의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 특별법 개정안에 반영될 내용에 대해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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