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담당과장 “너무 많아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지적
“토목사업 예산 62% 독식...경쟁우위 산업 고도화 전략 부재”

제주형 저탄소 녹색성장이 지나치게 토목사업에 집중돼 있어 자칫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정부 관계자에 의해 제기됐다. 또 경쟁우위에 있는 제주산업을 고도화 시킬 전략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25일 (사)녹색환경포럼 주관으로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자원순환형사회 촉진과 저탄소 녹색성장 강연 및 세미나’에서 장정진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재정경제과장이 ‘제주형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대해 “다양한 사업을 반영시킨 것은 좋으나 너무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놓아 제주도가 하고자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와 제주발전연구원은 이날 오는 2013년까지 122개 사업에 5조70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2050년에 가서는 세계적 녹색성장 모범도시로 조성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국가 저탄소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총괄심의하게 되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장정진 재정경제과장은 제주형 녹색성장 사업에 대해 “제주도가 하고자 하는 사업이 너무 많아 잘못하다가는 자칫 녹색성장보다는 난개발이 우려될 수도 있다”며 제주형 녹색성장 사업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장 과장은 이어 녹색성장 사업 중 1조8706억원이 투자돼 단일 규모로 가장 큰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영어교육도시 사업이 왜 녹색성장산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이게 5개년 계획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녹색성장과 관련이 있다는 구체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도저히 제주에서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 국가에서 도대체 무엇을 해줘야 할 지 그런 판단이 어렵다"는 말로 제주가 추진할 사업을 보다 압축시키고 구체화시킬 것을 주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주형 녹색성장산업이 지나치게 ‘토목사업’에 치중돼 있고, 국가전략과 지방자치단체 전략을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형 녹색성장 산업 122개가 망라돼 있으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핵심프로젝트로 추진하는 헬스케어타운(6610억원)과 영어교육도시(1조7806억원) 사업이 전체 5조7520억원의 42.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1100도로 경전철(5200억원) △혁신도시(241억원) △하천정비(3659억원) △어승생 수원지(500억원) △상수관망 최적화(1858억원)사업까지 포함한 7개 사업 총액은 3조5874억원, 6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홍 <제주의소리> 편집국장은 “대표적인 7개 토목사업이 전체 예산의 62.3%를 차지하는 것은 녹색성장이 아니라, 토목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오히려 제주난개발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재홍 편집국장은 또 녹색성장 동력 산업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현재 제주도 산업구조와 맞는지 △미래 제주도 산업구조와 맞는지 △제주산업의 강정과 약점이 반영돼 있는지 △신성장 동력 추진 주체가 존재하거나 준비돼 있는지 등 4가지를 제시하고는 “제주형 5개년 계획이 지역의 특성과 준비정도를 반영하지 않아 마치 국가 산업을 보는 듯하다”면서 “제주형 녹색성장이라고 하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산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녹색산업인 친환경농수축산물 고도화 전략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제주를 대표하는 2차산업인 물산업이 제외된 것은 제주형 녹색성장 산업 선정이 졸속으로 이뤄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또 예산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테스트베드, 첨단융합산업에 대해서도도 “1차와 3차산업을 제쳐 놓고 이들 산업이 제주형 녹색성장 신동력산업으로 포함시킨다는 것은 제주의 현재와 미래와는 너무 동떨어진 구상이자, 산업 추진주체도 없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며 단기적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를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한편으로는 녹색성장을 외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무분별한 개발계획으로 산림을 훼손하는 이율배반적 정책모순을 먼저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도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15억원을 투입해 기후변화대응 나무심기, 숲가꾸기, 녹화조정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1997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제주에서 각종 개발로 무려 3445ha의 산림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고 사무처장은 제주형 녹색성장 정책과 관련해 “농촌형 지역사회인 제주여건을 감안 할 때 농촌과 농업을 핵심으로 하는 녹색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형 대중교통 활성화와 자전거 교통분담률을 높이고, 그린카 등록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생협과 벼룩(재활용)시장, 에코마킷, 로컬푸드와 같은 호혜경제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사회정책분야 영역을 확장시켜 사회적 일자리를 넓히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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