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농협 '총대'매고 5개 농협 “전량 매취”…손 뗀다던 행정도 “물류비 지원”

▲ 유통처리난이 예상되는 제주시 서부지역 양배추 처리를 위해 한림.애월.하귀.한경.고산 등 5개 농협이 공동 매취사업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제주 서부지역 5개 농협조합장들은 이날 제주시청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지난해에 이어 과잉생산과 유통처리 난이 예상되는 제주산 양배추 처리를 위해 제주 서부지역 5개 농협(한림.애월.하귀.한경.고산)이 지역 내 생산되는 올해산 양배추 전량에 대해 매취사업을 재추진키로 했다.

‘돈잔치’ 파문으로 양배추 매취사업에 손 떼겠다던 행정도 물류비 일부를 지원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제주시 서부지역 양배추 주산지 5개 농협 조합장들은 14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을 찾아 이 같은 양배추 유통처리 대책을 발표하고, 지역농협별로 지역 내 양배추를 전량 매입해 시장격리 또는 출하조절을 해나가는 매취사업을 추진, 양배추 생산농가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신인준 한림농협조합장 ⓒ제주의소리
특히 ‘양배추 연합 유통처리 상황실’을 5개 농협직원들로 구성하되 한림농협이 총괄 지휘를 맡아 양배추 출하창구를 일원화하고, 손익발생시에는 지역농협이 각각 자기 지역내 손익물량에 따라 정산 처리키로 했다.

이날 신인준 한림농협조합장을 비롯한 5개 농협조합장들은 “지난해에도 양배추 파동이 있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파동이 우려된다”고 전제, “이 때문에 농협조합장들은 생산자를 보호하고 제주 서부지역 경제를 일으켜보자는 뜻으로 이같이 매취사업 추진을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신인준 한림농협 조합장은 “유통처리난이 예상되는 양배추 약 300만평 규모를 농협이 매취해서 수출이나 저장 등 격리조치한다면 시장 판매가가 상승될 것”이라며 “결국은 생산자를 보호하고, 약 150억원 가량이 양배추 판매수입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배추 가격은 전국적인 소비부진이 이어지면서 12월 현재 가락시장 평균가격이 상품 8kg당 1700원선으로 지난해 보다 38%, 평년보다는 46% 낮은 가격에 형성되고 있고, 현지 거래마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생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 강택상 제주시장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 강택상 제주시장은 “제주 서부지역 농협조합장들께서 지난 토요일 간담회를 개최해 월동채소 처리대책을 마련했는데 특히 양배추 등에 대해서 생산자단체 중심으로 유통처리에 앞장서기로 했다”며 “행정에서도 물류비 일부 지원 등 공익적 차원에서 주산지 농협의 양배추 유통처리에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택상 시장은 재정적 지원규모와 관련, “5개 농협이 공동출하하고 공동 정산하므로 농가를 보호하고 손실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혹시라도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공익적 차원에서 물류비의 절반 정도를 지원할 생각”이라고 덧붙여 당초 행정이 양배추 매취사업에 관여하지 않겠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신인준 한림농협조합장은 ‘수익 발생시 또다시 임직원 성과급으로 사용할 것이냐’란 질문에 “원래 연말 결산해서 직원들한테 특별상여금을 준다. 그러나 지난번 양배추 성과급은 직원들이 너무나 고생했기 때문에 일찍 지급 시기를 앞당겨 준 것이었다”는 말로 대신했고, ‘농가 과잉생산 → 농협.행정 유통처리 지원이란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건가’란 질문에는 “양배추, 브로콜리, 파 등이 아니면 농가에서 심을 대체작물이 없다. 대체작물이 있다면 양배추를 지으라고 해도 짓지 않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제주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올해산 월동채소 중 당근.무.브로콜리 등은 평년수준의 포전거래가 형성돼 처리에 큰 문제가 없지만, 약 9만520톤(재배면적 1514ha)의 생산이 예상되는 제주시 서부지역 양배추는 도 전체의 93%, 전국 35%를 차지할 만큼 과잉생산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