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매립 그렇게 반대했건만, 얼마나 또 돈을 쓸지...

나는 탑동에서 태어나서 탑동에서 자랐다. 탑동이라도 보통 탑동이 아니라, 우리집 바다와 붙어 있는 탑동이었다. 제주시에 있는 집들 중에서 우리집이 제일 바다와 가까운 집이었다.

20여년전 매립 전의 탑동, 자연 그대로였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먹돌이 있었고 그 먹돌들 사이에 보말이 무진장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제주시 사람들이 보말을 잡으려고 모여들었던 그 아름다운 탑동. 그것만인가? 밤에는 연인들의 좋은 데이트 장소로는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 탑동만한 곳이 없었다.

그런 아름다운 탑동이, 서울에 있는 어떤 회사가 당시의 정권(전두환 정권)에게 무얼 잘 보였는지, 급하게도 매립허가를 받고서는 매립이 시작 되었다. 당시의 제주시 사람들, 또 지역주민들, 또 바다가 일터인 해녀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반대를 했건만, 정권이 시키는 일에 그 반대란 돌에 계란을 부닥치는 일에 불과했다.

매립은 착착 너무도 잘 진행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탑동이 되었고, 그 매립된 자리에 이마트가 들어섰으며, 라마다 호텔이 들어섰고, 놀이공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좋은 자연은 어디에 가서 없어진지 벌써 오래 되었다.

▲ 태풍이 불면 집채만한 파도가 탑동 방파제를 넘는 월파피해 현상이 갈수록 늘고 있다.
▲ 최근들어 태풍이 칠 때마다 파도가 하수관을 통해 역류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 월파 피해를 입은 제주시탑동.
이제 탑동이 큰일 나게 되었다.

탑동매립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매립을 했는지를 바라보면, 이제 일어날 큰일이 조금은 상상 될 것이다.

바다와 땅이 만나는 곳은, 바닷물이 매립지 밑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매립했다. 그 만나는 곳에는 돌도 아닌 시멘트 구조물로, 바닷물이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게 엉성한 교각을 만들어서, 그 위에 흙을 덮은 것이다.

최근 11월과 12월초에 조금 높은 파도가 일었다. 그 정도 파도는 옛날 탑동에 살았던 사람에게는 그리 대단한 파도가 아니었다. 어느 겨울에도 그 정도 파도는 감수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파도가 매립지 밑에서 하수도 구멍을 타고서 맨홀 뚜껑을 열고서 도로로 솟구친 것이다. 매립해서 20여년, 이제까지 그런 일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일어난 것이다. 11월 12월 한달에 한번씩 벌어졌으니 앞으로 그런 현상이 자주 일어날 것처럼 보인다. 왜 그랬을까? 매립지 밑에 설치한 시멘트 구조물들이 삭았다는 것이다. 거친 바닷물에 시멘트 구조물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더 큰일이 예측 가능하다.
매립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도 엉성한 시멘트 구조물이다. 이 시멘트 구조물, 20년간에 많이 삭았다. 육안으로 보아도 삭은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구멍이 송송 보인다. 앞으로 30년쯤 지탱 해 줄까? 이 구조물이 내려앉는 날에는 진짜 큰일이다. 탑동이 내려앉게 된다. 탑동에 있는 흙이 파도로 다 바다로 내려간다. 그러면 제주시 앞바다는 토사로 오염이 되고, 지금 이마트 건물, 라마다 호텔 건물,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그런 일이 예측 가능한 일로 지금 벌어지고 있다. 그 전후로 행정은 무슨 수를 쓰겠다고 이것저것 해 볼 것이다. 벌써 파도의 힘을 줄이겠다고 파제벽을 설치하겠다고 하고 있고, 아마도 서부두에서 쓰고 있는 파도를 줄이기 위한 집채만한 발 3개짜리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다쪽으로 가져다 쌓아 올리겠지. 그래도 매립지 밑에 있는 구조물들은 점점 삭아서 탑동이 내려앉을 것이다. 행정은 무슨 수를 쓰겠다고 하지만, 그 무슨 수는 도민의 시민의 피와 땀으로 만든 세금을 쓰는 행위인 것이다.

서울에 있는 어떤 회사의 어떤 놈, 돈 좀 벌게 만들어 주고서는 이제 와서는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그 구멍을 막겠다는 것이다. 잘 하는 짓이다. 허긴 그 구멍, 제대로 막을 수나 있으려나? 우둔하고 멍청한 짓. 자연을 우습게 본 것이다. 그 보말 밭, 그 먹돌들, 그대로 두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반대에도 꼭 집행시킨 당시 정권. 정권 말이라면 너무도 잘 들은 당시의 제주도 행정. 잘들 한 짓이다. 이제 탑동에 세금 얼마를 가져다 묻어야 될지 모르겠다.

자연 앞에는 돈도 그리 큰 힘을 되지 못할 것이다. 돈 좀 먹겠다고 당시 행한 그 회사. 돈은 좀 먹었는지 모르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그리 잘 나가는 회사는 아니 된 것 같다. 좋은 자연 죽이고, 다들 패자 된 것이다. 정권부터 행정도 패자, 지역주민도 패자. 더욱 더 일터를 잃은 해녀들이 가장 큰 패자. 돈 좀 먹겠다고 한 그 회사도 패자. 또 그간에 그곳에서 사망사고도 몇 건 일어났다. 올해에도 귀중한 생명이 몇 명 희생되었다. 정권이 행정이 사람까지 죽게 한 것이다.

이제 제주시는 탑동 때문에 울 일만 없었으면 좋으련만. <제주의소리>

<신재경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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