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보수와 진보와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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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 칼럼] 원희룡 의원 공약과 제주6.2선거 약속

      I. 원희룡 의원의 ‘따듯한 보수’  

  따듯한 보수. 원희룡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 가운데 하나이다. 필자가 아는 원 의원은 진보를 내세우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한나라당 후보로 경선에 나서려면 보수를 내걸 수밖에 없음도 현실이다. 어떻든 필자로선 원 의원의 기치 가운데 ‘보수’보다는 ‘따뜻함’에 더 주목하고 싶다.

  원희룡 의원은 서울역-용산역 사이의 철도를 지하로 집어넣겠다는 철도 지중화 공약에 이어 서울시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두 번째 공약으로 제시했다. 무상급식이야말로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인간사의 ‘따듯함’이라 주장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원 의원의 생각일 게다. 다만 일반적으로 ‘따뜻한 보수’는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이라든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상급식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전면 무상급식은 보수에게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전향으로 비칠 수도 있다.

  원희룡 의원의 전면 무상급식을 보수의 공약이기보다는 진보의 공약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상급식을 정부의 시혜라고 파악하는 보수에 비해 진보는 이를 시민의 기본권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상급식의 부분적 도입이 보수라면, 전면 시행은 진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부자든 가난하든 모든 어린이가 보편적 권리로서 무상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정책내용으로 삼는다는 것만큼 진보를 대변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보인다. 표를 의식해서 원희룡 의원은 ‘따뜻한 보수’의 이름으로 초등생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는 보수가 진보의 영역을 아우르는 정치지평의 확장이라 볼 것인 만큼, 더더욱 원 의원의 행보가 돋보인다. 21세기 정치의 흐름이 보수는 진보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진보는 보수를 담아내는 혼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원 의원의 공약은 빛난다.

          II. 무상급식 논쟁 : 전면 시행인가 아니면 점진적 시행인가

  6․2 지방선거를 100여일 남겨 놓은 시점에서 무상급식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물론 애초에 무상급식 문제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한 것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었다. 혁신교육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김 교육감은 이미 무상급식 이외에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과 시국선언 교사 징계 유보 그리고 경기도청의 교육국 강행과 이에 따른 갈등으로 세인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무상급식은 헌법 제31조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취지를 따르고자 했을 뿐"이라는 게 김 교육감의 변이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단순히 의무교육을 확대한다는 교육혁신의 차원에 한정되는 게 아니다. 무상급식은 가정의 쓸 수 있는 돈을 늘려 줌으로서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육아비용을 줄임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도 부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다목적 용도의 공공정책의 것이다.

  그런데도 무상급식에 대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비판은 어이없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특히 <조선>은 2월 4일자 사설에서 무상급식을 '독버섯'에 비유하면서, "무상급식 공약이 다른 시·도로 번져가는 게 눈에 불 보듯 하다. 무상급식 다음엔 공납금 공짜 공약,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 대학입시 추첨제 공약이 차례차례 또는 한꺼번에 등장할 것이다....아첨꾼 정치인들은 불평등과 빈부격차라는 사회의 그늘을 비집고 독(毒)버섯 돋아나듯 돋아난다"고 쓰고 있다. 같은 날 <동아>의 사설도 “무상급식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는 작년 전교조의 지원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다....국민을 속이고 국가에 해독을 끼치는 공약을 남발하는 출마자들은 유권자들이 가려내야 한다”고 했다. 조선과 동아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드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필자로서는 무상급식 시행에 대해 조선과 동아가 왜 그렇게 심하게 헐뜯는 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 타당성이나 전향성을 따지지 않고 무상급식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주창하기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 돌보기나 ‘따듯한 보수’의 이름으로 무상급식을 주장해도 조선과 동아는 그렇게 물어뜯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필자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명박 대통령도 원론적으로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2월 12일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의 조찬회동에서 “급식비 문제는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사먹으면 좋을 텐데 사람들 마음이 안 그렇다....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하고 그 돈으로 서민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면서, “복지 예산을 늘리고 싶어도 북유럽 나라처럼 안 된다”는 입장 표명을 통해 전면 무상급식 실시는 시기상조 내지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전히 이 대통령의 발언이 조선이나 동아처럼 무상급식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했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안병만 교과부장관이 2월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언명한 것처럼,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한다는 것은 사정상 힘들며....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무료급식을 지원하고 그 지원을 넓혀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하면서 “2012년도에 가서는 학생의 26%가 무료급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정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도 우리는 모든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형편이 어려운 13% 정도의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무상급식은 ‘한다, 안한다’가 아니라 ‘얼마나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러니 무상급식의 문제를 놓고 어떤 특정의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교육 현장의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무상급식은 따듯한 보수와 진보의 기본권 논리가 만나는 접점일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2월 12일자 발언이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는 의사 표명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무상급식의 전면 실시에 소요되는 비용의 차원에서 일종의 속도조절이 필요함을 지적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사리에 맞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III. 6․2 지방선거 의제로서 무상급식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꼭 전 국가적으로 할 필요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교과부 사안만이 아닌 지방정부의 사안으로 가져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그것이 광역이든 기초든 각각이 알아서 무상급식을 전면으로 하든 아니면 부분적으로 하든 자율성을 갖고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지방자치의 활력에 기여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희룡 의원이 서울시 초등학생에 대해 전면 무상급식을 주창하고 또 혹 서울시장이 된 이후 이 공약을 추진하는 걸 누가 왜 어떤 권한으로 막아야 하는 지, 필자는 전혀 모르겠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가능한 한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존중하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모든 사안을 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더 더욱 없다. 그러니 무상급식 문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도록 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각 지방자치의 다양성과 무관하게 교과부가 전국적 차원에서 13%에서 26%로 차근차근 무상급식 수혜를 확대해 나가는 정책 추진은 요구된다. 그러면 일시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덜게 될 것이다.

  물론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는 우려에도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 가장 큰 우려는, 1조 5,000억에서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타당성 있는 대안이 없이 너도나도 무상급식을 약속하고 나서는 게 바로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무상급식 시행으로 인해 학부모들의 세 부담이 증가하고 또 다른 교육 사업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될 지, 아니면 낭비와 비효율의 전시행정을 줄이고 이를 통해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 데로 나아가는 지방자치의 건실화 내지는 선진화로 연결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아무도 쉽게 장담하지 못하는 사안일수록 선거 때 공론화 과정을 통해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에 맡기는 게, 민주주의의 이념이자 효용성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점에서 무상급식에 드는 비용조달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원희룡 의원의 변이 더 호소력이 있어 보인다. 원 의원의 지적처럼, “무상급식 자체가 이념적으로 나쁘다거나 포퓰리즘이라고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재원조달의 타당성이 있는지 또는 무상급식 시행에 드는 재원으로 인해 더 중요하고 시급한 예산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의 실질적 내용을 따진 연후에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표시해야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민주주의란 이렇게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을 둘러싸고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공론화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참여민주주의의 입장에서 필자는 6․2 제주지방선거에서도 무상급식이 쟁점으로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다수 예비후보자들이 활발하게 공약을 내걸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필자가 아는 한 2010년 2월 13일 현재까지는 고희범 민주당 도지사 예비후보만이 제주에서 무상급식을 당선되면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위해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의 상세한 명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차제에 6․2 제주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할 지 아니면 단계적 시행의 로드맵을 만들지, 또 각각의 경우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지를 놓고 활발한 정책 논쟁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 예비후보자들이 무상급식 문제에 주목하지 않아도, 교과부의 계획에 다르면 2012년이면 26%의 학생들이 무상급식을 받는다. 이렇게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 쟁점이 이를 시행할지 말지의 여부가 아니라 어느 정도로 시행하느냐의 정도의 문제인 것으로 본다면, 6․2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제주가 무상급식의 시행 정도에서 꼴찌를 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제주의 예비후보자 모두가 나름대로 무상급식 공약을 들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왠지 6․2 지방선거 이후의 제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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