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윤근영 기자 = 한국 코미디계의 거목 배삼룡(84)이 23일 오전 2시10분께 흡인성 폐렴으로 세상을 떴다. 의식을 잃는 순간까지도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는 열망을 놓지 않은 배삼룡이다.

아들 배동진(45)씨는 이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훔쳤다. “두 번 다시 바보, 비실이, 개다리춤을 못보시겠지만, 팬들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을 거라 생각하고, 아버지도 편하게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배삼룡이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 말은 “걱정마. 나 무대에 또 설 거야”였다. 그리고 배삼룡의 목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었다.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 배삼룡은 세상과 작별했다.

▲ 원로 코미디언 故 배삼룡의 영정

배씨는 “팬들을 무척 보고 싶어하셨다. 아버지는 팬들 때문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대로 연습도 하셨다”고 전했다. “손들어서 경례려는 모습, 윙크하는 모습을 저희에게 보라고 하고 항상 난 무대에서 쓰러져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분이었다”는 회고다. “무대에 서기를 간절히 소망하셨다. 그토록 무대에 서고 싶어 하신 아버지를 더 간호하지 못해 기회를 주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

생전 배삼룡은 “자식들에게 아버지는 너희를 낳기만 했지 아버지이기 이전에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명성을 얻고 많은 사랑을 받으려면 가족들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해 늘 미안한 눈빛이었다”고 회상한다.

배씨는 “비실이 아들이니까 너도 개다리춤 한 번 춰보라며 주위의 놀림도 많이 받았다”고 추억한다. “놀리는 와중에도 아버지가 인기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란 생각”에 늘 자랑스러웠던 아들이다. “아버지이기 이전에 팬들을 더 사랑하셨다”는 말 끝에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배삼룡의 오랜 친구였던 구봉서(84)와도 통화를 나눴다. “우시느라 말씀도 못하시고, 유일한 친구셨고, 네가 먼저냐 내가 먼저냐 했는데…대성통곡하고 계신다”는 전언이다. “몸이 편찮으셔서 바로는 못 오고 내일 아침 정도에 오신다고 했다.”

늘 고비를 넘겨온 아버지가 이번에도 무사히 살아날 거라 믿었던 아들은 슬픔이 더 크다. “불안감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끈기를 믿었다. 2007년6월30일 입원해 새해를 세 번 맞으며 정말 끈기있는 아버지구나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라고 말을 흐렸다.

배씨는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슬퍼했다. 십시일반 배삼룡의 병원비를 마련한 동료들에게는 “자식된 도리로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하늘나라에서 그 분들의 은혜를 기억하고 계실 것”이라고 믿었다.

<사진>오른쪽 아들 배동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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