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꽈]세계환경수도 정신적기초 어떻게 마련할까

 지난 2월 25일 설문대 여성문화센터에서 세계환경수도 실무위원회 워크숍이 있었다. 실무위원 중 세 분이 주제발표를 하였고 나머지 위원들은 토론에 참여하였다. 필자 역시 실무위원 자격으로 워크숍에 참석했는데 참석자 한 분 한 분 마다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만들어 보자는 열정이 가득 베어 나옴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면서도 제주가 과연 명실상부한 세계환경수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다. 세계환경수도는 ‘자연에 대한 배려’를 내용으로 하는 생태윤리의 확립을 전제로 한다. 생태윤리의 확고한 기반 없이는 세계환경수도가 될 수 없다. 중간에 그 취지가 변질되면서 천박한 돈벌이용으로 전락해 버리거나 흐지부지될 것이다. 따라서 생태윤리의 확립은 세계환경수도의 정신적 기초를 이룬다. 그런데 도민들의 삶 속에 생태윤리가 깊이 스며드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제주의 경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생태윤리를 확립하기에는 현실이 녹녹치 않다.

  첫째, 생태윤리는 일반적으로 산업화로 인한 환경재난을 겪으면서 형성되었다. 영국의 경우 1952년 런던에서 발생한 스모그로 인해 호흡기 장애와 질식으로 10,000명이 사망하는 환경재난을 겼었고, 일본도 1950년 대 구마모토의 미나마타 어촌에서 폐수방출로 인해 총 피해자가 3,000명에 달하는 환경재난을 당한 바 있다. 그러한 환경재난은 시민들로 하여금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고 생태윤리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제주의 경우 산업화로 인한 환경재난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청정한 자연 덕분에 쾌적한 생활환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바탕으로 생태윤리를 확립하기란 쉽지가 않다.

  둘째, 제주는 산업의 각 분야 마다 영세한 자본을 가진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반면 인구는 56만 명에 불과해 시장의 규모가 작다. 업체끼리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돈을 벌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 이처럼 당장 먹고 살기에 급급한 현실 속에서는 돈을 벌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환경훼손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 생태윤리를 운운한다면 그저 등 따습고 배부른 자의 사치스러운 소리로만 여겨지기가 쉽다.
 
  그렇다면 현실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며 체념하고 말아야 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의 자존심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비록 현실은 그렇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제주에 생태윤리가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할까.

  우선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만들면 삶의 질이 더 높아진다는 기대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에 대한 배려를 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따라서 먼저 세계환경수도와 조화를 이루는 지역경제 발전전략을 치밀하게 짜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발전전략이 제시되어야 도민들이 기대와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다음으로 그러한 기대와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꿈’을 꾸는 것이다. 제주를 전 지구적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21세기 대안문명의 모델로 만들겠다는 꿈을 말이다. 우리가 그런 꿈을 꿀 때 생태윤리를 확립하고자 하는 동력이 강하게 생겨날 것이다.

 

▲ 신용인 변호사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지만 여러 사람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꿈을 꾸자. 높은 생태윤리를 바탕으로 제주를 21세기 대안문명의 모델로 만들어 보자. 우리 모두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제주는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바뀔 것이다. 제주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고 천혜의 자연 못지않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바로 제주라고 입을 모아 칭송할 것이다. /신용인 변호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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