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JDC글로벌아카데미] (8) 두상달·김영숙 가정문화원 강사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찬바람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고, 말머리마다 ‘이 여자가 그것도 못해’ ‘이 여자가 왜이래’라며 어떤 여자가 들어도 싫어할 ‘이 여자’ 소리를 붙인다. 아침 눈 뜰 때부터 잠 들기 전까지 밉상짓만 골라 한다. 다음 생에서 남편과 다시 살겠냐고? 나를 포함한 한국 아내의 70~80%가 싫다고 답했다."

"아내는 내가 뭘 해줘도 불만이다. 심지어는 답답한 게 싫어 창문을 열어도 아내는 뒤쫓아와 닫아버린다. 그때마다 들리는 ‘쾅’ 소리가 분명 또 화가 났나보다. 나는 대충 맞추며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아내는 묻는다. '우리, 부부 맞긴 맞아?'"

부부 강사 두상달, 김영숙 씨는 각각 한국의 남편과 아내들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두상달 씨는 전형적인 ‘무심한 남편’(아내의 입장에서)이고 김영숙 씨는 ‘잔소리 마누라’(남편의 입장에서)다.

▲ 서귀포시JDC글로벌아카데미 강단에 선 국내 최초 부부 강사인 두상달, 김영숙 가정문화원 이사장 부부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이들의 콤비 플레이가 11일 서귀포시 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여덟 번째 ‘서귀포시 JDC글로벌아카데미’에서 펼쳐졌다. 가정문화원의 이사장 부부인 두상달 김영숙 씨는 국내 1호 '부부 강사'로도 알려져 있다.

먼저 김영숙 씨가 대한민국 아내들의 변호를 시작했다. “연애할 때 남편은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무조건 해보자’고 호응했다. 나는 내성적인데 남편은 유쾌하고 외향적이면서 항상 상황을 리드했다. 그래서 80일 만에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하면서 남자가 완전히 변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자가 됐다.”

여기에 남편 두상달 씨가 마이크를 뺏어 잡고는 “나는 변한게 아무것도 없다”고 항변한다. “변했다면 데이트 할 동안만 잠시 변했던 것”이라며 “당시 31살이었고 결혼이 목적이어서 그런거다. 남자는 목표지향적이다”고 말해 남편들의 지지(?) 박수를 받았다.

▲ 서귀포시JDC글로벌아카데미 강단에 선 국내 최초 부부 강사인 두상달, 김영숙 가정문화원 이사장 부부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밤을 새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부부 사이 안 맞는 점 찾기’는 “이렇게 안 맞는 데 계속 살아야 할까?” “우리는 뭘 가지고 싸움을 반복하나?”에 이르렀다. 반복되는 싸움의 고리를 어떻게든 풀어야겠다는 의지만큼은 아내와 남편 모두 같았다.

30년째 ‘티격태격’ 부부생활을 해온 이들 부부는 “부부싸움이 문제가 아니라 ‘잘 못 싸우는 것’이 문제”라고 중간결론을 내렸다.

아내 김 씨는 “잘 싸우면 가까워지지만 못 싸우면 파경에 이를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이긴다 한들 상을 받진 않는다. 도박에서는 이기면 한 사람만 딴다. 부부 싸움에서 한 사람이 이겼다고 해서 승리감에 도취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남편 두 씨도 “부부는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며 “싸우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체할 수 있지만 싸울 때도 약점을 갖고 싸우거나 자식을 걸고 싸우는 등 하지말아야 할 원칙을 지킨다면 싸움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잘 싸우는 것 못지 않게 변화된 가족 관계에도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가부장제 문화에 익숙했던 남편들이 느끼는 변화의 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남편에게 더 큰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가 됐다는 것.

가정 내 분쟁 해결을 위한 가사조정위원으로 활동중인 아내 김 씨는 “과거에는 주로 남편들의 이혼신청이 많았지만 지금은 13건 중에 11건이 여성 신청자일 정도”라며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김 씨는 이것이 “여자들이 이혼을 해도 불리할 게 없어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 김영숙 가정문화원 이사장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남편 두 씨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며 과장을 섞긴 했지만 아침에 설거지를 하거나 식사를 마련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나이가 들면 남자들은 용도 폐지 된다. 이혼은 남녀 모두의 수명을 단축 시키지만 특히 남편들의 수명이 짧아진다. 목숨이 아깝거든 아내한테 잘 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하는 행복이 중요해진 이유는 또 있다. 60년대만 해도 평균 수명이 52세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들어서는 여자 97세, 남자 93세로 늘어난 것이다. 이때 옆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될 반려자와 행복하지 않으면 삶 역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주장이다.

아내 김 씨는 남편들에게 아내의 몫으로도 재산을 증여할 것을 권유했다. “아내에게 들어간 재산은 같이 쓸 수 있지만 자식에게 준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특히 남편이 죽고난 뒤 아내의 지위는 급격히 떨어진다. 아들한테 맡기면 남편이 죽고난 뒤 아내는 자식들에게 손을 벌려야하지만 주지도 않는다.”

또한 ‘자기 개발’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15년간 전업주부였던 나도 신문과 책으로 열심히 공부해 환갑이 지나고 나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마음먹고 공부하면 이런 일도 하게 된다. 10년을 뭔가를 하면 전문가가 된다. 80세라면 ‘70세 때 시작했더라면’ 할테고 90세라면 ‘80세 때 시작했더라면’ 후회할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라. 그러면 후기 중년을 멋지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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