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도민과 함께 즐기는 '제주 광어의 날'은 어떤가?

  넙치. 광어, 어느 게 더 탐스럽고 쫄깃쫄깃한 맛을 담아내는 호칭일까. 고소하고 감칠 맛 나는 이름으로는 한자어 광어보다 우리말인 넙치가 더 제격인 것 듯싶지만, 무어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 소주 한 잔에 초장 찍어 먹는 광어의 부드러운 육질이 신선하면 그만이지. 아니 단순히 넙치와 광어라는 호칭 말고 제주산 양식 광어는 용암해수로 키운다는 데에서 청정 이미지의 브랜드로 나아가는 게 더 실익이 클지 모르겠다.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제주 광어가 단순히 미식가의 맛 찾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제주 광어는 연 매출이 2,6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제주도민의 소득 창출에 기여하는 특산물이라면, 광어는 단순히 맛만 즐기면 되는 양식 어종이 아니다. 도민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아끼면서 다듬어 가고 키워 나가야 할 제주의 자산이자 생명줄이기도 하다.

  청정 제주의 양식 광어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또 일본을 넘어 동남아로까지 수출을 기획하는 특산물이라면, 제주 광어의 미래를 양식업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치 감귤을 농가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삼다수와 한라봉에 이어 양식 광어가 대중화한 고급횟감으로 널리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도, 마치 한 때 냉장고와 TV, 자동차가 고급의 사치품에서 일상생활에서의 대중적 필수품으로 널리 공유해 나가는 삶의 질 제고의 한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무심하게 광어회를 즐기는 동안, 제주 청정 바다의 장점을 활용한 양식 광어의 약진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지원하고 홍보해 나가는 일련의 사업들이 그동안 남모르게 시도되어 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용암해수를 활용하여 양식 광어의 가능성을 높여나가는 노력이다. 용암해수를 먹고 자라는 광어라면, 그 광어는 깨끗하고 부드럽고, 더 중요하게는 관리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무병장수에도 도움이 되는 고급어류가 된다. 

  양식 광어의 경쟁력은 더 이상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양식 광어처럼 그 어떤 상품도 단순히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 못지않게 생산자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더 유용하고 안심한 식품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주도정이 청정 제주의 이름을 걸고 권위 있게 보증해 준다면, 소비자는 양식 광어의 생산자 이력을 신뢰하게 되고 국제적 공신력도 갖추게 될 것이다. 양식 광어의 미래는 이렇게 부분적으로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난 주 용암해수의 이미지를 통해 한 단계 미래 방향을 찾아보려는 제주 양식 광어의 발걸음이 한라산 소주와 만나면서 상부상조의 지평을 열었다. 홍보와 마케팅에서 상생을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세상은 그 어떤 것도 혼자만 독불장군처럼 행세해서는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특히 경쟁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협력과 상생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기에, 양식 광어와 한라산 소주가 만나 미래를 개척하자고 다짐하는 장면은 공동 번영을 위한 하나의 몸짓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함께 나가자는 초심이 사진 찍기의 일회용 홍보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돕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상생의 길 찾기이길 진심으로 바라고 싶다. 

  늦었다 할 때가 빠른 때라고 생각하면서, 하나의 연상 효과를 떠올리게 된다. 이마트에서 광어회를 살 때 같이 한라산 소주가 따라가는 상호적 상품 고르기의 연상이 그것이다. 장어를 먹을 때 복분자를, 맥주에는 오징어와 땅콩을, 그리고 제주 광어에는 한라산 소주를 함께.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제주 광어와 한라산 소주가 그리고 혹 여기에 하나 더 얹히면 삼다수까지도 한 데 묶어 구매하고 소비하는 제주 특산물의 공동 마케팅이 그렇게 꿈만을 아닐 게다. 왜냐하면 이 셋을 한 데 묶는 화두가 있는데, 그것은 청정제주의 브랜드이다. 청정의 이미지가 없으면, 물, 술, 광어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물, 술, 광어 모두 청정 제주의 브랜드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렇다면 물, 술, 광어는 그 빚을 갚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꼭 사회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몸짓이 필요하다. 이렇게 기업의 지속가능은 친환경만이 아니라 친서민일 것을 은근히 요구하고 있다. 어버이날을 정하고 어린이날을 정하는 것처럼, 각 기업마다 도민을 위한 날을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일 게다. 그것은 기업과 도민이 한 데 어울려 서로를 아끼고 고마워하는 관계 증진으로서의 만남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만남은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이해관계들이 서로 조율되고 협력해 나가는 것으로서의 미래 가치인 상생의 실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주 (주)한라산 소주와 제주어류양식수협 그리고 제주광어브랜드육성사업단이 체결한 공동마케팅 MOU가 단순히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마음에 ‘제주 광어의 날’ 이벤트를 제안하고 싶다. 제주도교육청과 협의하여 1년에 한 번 제주 광어의 날에 도내 초중등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점심 반찬으로 광어 탕수육을 제공하는 것은 어떤가. 광어가 어른들의 횟감만이 아닌 어린이들 누구나 좋아하는 탕수육으로 해마다 한번씩, 혹은 여유가 있다면 학기에 한번씩 점심 반찬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애들이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혹 광어 매니아가 되지 않을까.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혹 한라산 소주와 광어양식조합만으로 경비가 부족하면, 제주항공에게도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그리하여 바다(제주광어)와 하늘(제주항공) 그리고 산(한라산 소주)이 나는 날이면, 우리네 애들은 맛있는 광어 탕수육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재미. 바로 이것이야말로 청정 제주에 신세 진 것을 갚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아닐까. 이렇게 제주 광어를 중심으로 한 기업과 도민의 만남과 호흡 맞추기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청정 제주는 행복 제주와 함께 더욱 지속가능을 보여주게 되리라 기대하고 싶다. / 양길현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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