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 "제주도 구경만"...2조원대 놓고 올 연말 또 쟁탈전

제주도 금고(金庫)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농협제주지역본부(제주농협)와 제주은행이 금고 지정 당시 제시한 출연 약속을 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위는 24일 제주도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두 기관이 지역사회기여, 협력사업(제주도와 도 금고간 협력사업)에 따른 약속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고 있는데도 제주도가 이행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 제주농협은 제주도와 유관기관 등에 총 248억원(15개 항목)을 출연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184억원만 출연했다. 64억원이 모자라다.

제주은행은 3억원(4개항목) 가운데 4300만원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제주신용보증재단에도 1억원을 출연하기로 했으나 이행 실적이 없다.

제주농협과 제주은행은 2008년 12월19일 금고 지정 당시 지역사회기여, 협력사업(실적 및 계획)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각각 8.58점, 8.23점을 얻어 일반회계, 특별회계 금고로 지정됐다.

약정 기간은 2009년 1월1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 2년이다.

제주도와 두 기관은 금고 계약을 맺으면서 제안서에 명시한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과, 부득이한 사유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양쪽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약정서에 담았다.

감사위는 “제주도가 두 기관으로 하여금 지역사회기여, 협력사업 이행실적을 수시로 제출토록 해 이행여부를 확인하고, 지체될 경우 손을 써야 하는데도 가만히 있다가 올 4월7일과 4월10일에야 이행실적을 제출받았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감사(4월5~16일) 개시 직후에 이행실적을 받은 것이다.

감사위 관계자는 그러나 “출연 약속이 강제사항은 아닌데다 아직 이행기간도 남아있다”며 “이번 감사는 제주도로 하여금 합당한 조처를 취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제주농협 관계자는 "제안서에서 제시한 15가지 지역협력 사업을 금액으로 환산하니까 248억원이 된 것이지, 전체 출연금액을 약속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사업이 15가지나 되다 보니까 일부 진척이 더딘 경우는 있지만, 추진이 안되고 있는 사업은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당초 약속한 3억원을 웃도는 3억700만원을 지난해 모두 출연했는데 제안서상의 출연 항목이 아닌, 다른 항목으로 출연한 5000만원을 감사위가 문제 삼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두 기관은 올 연말 도 금고(2011~2012년) 유치를 위한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다. 올해 제주도의 일반회계 예산은 2조2146억원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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