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희망, 중요한 것은 '자신감'

조선조 때 한 고을에 두 서생이 서로 다른 성품으로 인해 확연히 구분되는 인생관을 갖고 있었다.

위만 쳐다보고 사는 서생은 만사가 불만족이고 처지를 비관하며 항상 빙퉁그러졌고, 아래를 받아들이며 사는 서생은 만사가 만족하여 희희낙락하며 있는 것을 쪼개어 남을 도울 여유까지 있었다.

어느 날 두 서생은 서로의 살림살이는 피장파장인데 어째서 면상은 전혀 딴판인지 노승을 찾아가 사정을 말한 즉, 노승 왈 ‘만사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마음으로 거두어들이기에(一切唯心造)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더 필요하지 않고, 더 바라지 않는 것이 가장 많은 것을 가진 것이다“

예로부터 의지력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천하를 얻을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 참담한 결과만이 기다린다고 했다. 또한 육체의 병은 눈으로 볼 수 있으나 마음의 병은 선뜻 보이지 않기에 육체의 병보다 더욱 치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는  인간사에 있어 마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교훈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우리의 경제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다. 경제는 마음의 밭을 가는(心耕)행위에서 시작이 된다.

파종을 하면서도 풍년에 대한 기대로 꿈을 가꾸는 농부가 있는 반면 싹이 제대로 날 것인가, 천재는 없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만만한 긍정적인 사고는 열의와 확신으로 생산량을 배가시키나 부정적인 사고는 체념과 비관으로 평상의 경제능력 마저도 감소시킨다.

‘부족지족 매유여 족이부족 상부족 (不足之足 每有餘 足而不足 常不足)’이라는 가치관은 자기만족의 평형심을 유지하며 내일에 대한 기대와 신념으로 윤택한 경제생활로 들어서게 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물을 냉철히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리에 의해 사물에 대한 시각을 주관화 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즉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선입관이나 상황에 따라 왜곡하여 판단해 버린다. 경제활동에서도 자가당착에 몰입된 착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인간행동을 결정하며 인간행동이 경제를 움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는 마음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이에따라 오늘날의 경제학에서는 빈틈없는 사람들의 손익계산 못지 않게 감정의 비중을 중시하고 있다.

최근 제주경제는 지표상 안정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제주 서민들이 마음으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 경제현장의 일반적인 목소리이다. 체감지표는 실제지표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으나 절대적 평가측면에서는 경기국면 변화와 상관없이 기준치(=100)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체감경기 부진원인은 도내 이출입(移出入) 교역조건이 외환위기 당시를 정점으로 하여 그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1998년부터는 실질 도내총소득이 실질 도내총생산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경제는 수출 및 IT산업을 중심으로 꾸준한 경제성장세를 보인 반면 제주경제는 이러한 성장국면에서 철저히 소외되었으며,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및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일용 근로자와 36시간 미만의 불완전 취업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고용구조가 날로 악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소득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생계형 창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자영업자를 포함할 경우 더욱 심화가능성이 높다.

대형할인점의 도내 진출로 인해 재래시장 및 중소형 소매점 경영사정의 악화와, 질보다 양 위주의 박리다매식 관광정책의 추진으로 2000년이후 실질 관광수입이 정체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가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이러한 상기 원인 외에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증가가 체감지표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도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주체들은 경제상황을 판단할 때 자신의 직접경험뿐만 아니라 언론매체를 통해 흡수된 경제 전문가의 의견이나 경제통계 등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체감지표는 실제경제 기초여건의 변화 외에 경제상황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체감경기의 부진은 실물경기로 전이되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은 정확한 상황판단을 통해 아전인수의 자기실현적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며 특히 경제 관련 보도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정도 경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정보를 제공하여 불필요한 경기악화 심리의 억제 및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부분적인 통계 지표의 변동 뉴스가 과다하게 증폭되어 부정적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사전관리 노력의 강화와 함께 실제지표 회복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및 장기적 성장 전망 내지 비전 제시 등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제주체의 민감한 불안심리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안정을 도모하고 대외 불안요인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분명한 정책의지 표명과 일관된 정책시행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안정된 경제심리와 예측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Self trust is the first secret of success’ 라는 영어속담이 말해 주듯이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지금 제주는 경제성장의 위기, 사회통합의 위기, 재정의 위기, 미래비전의 위기라는 4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우리가 60년대 이후 90년대를 지나오면서 겪은 수많은 위기는 오히려 한국경제 발전의 추진력이 되고 있다.

▲ 고운호
이제 우리 모두가 우려와 불신의 벽을 넘어 자신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선진제주 미래의 창조에 적극 동참을 해야 한다. 현재의 고통을 슬기롭게 참고 극복하며 이것을 승화 시키는 데에 도정, 도민, 기업, 언론 등이 다같이 역량을 결집해 나간다면 내일의 제주경제는 매우 희망적이며, 새로운 도정이 내세운 ‘세계인이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 ‘강하고 역동적인 기업들이 넘쳐나는 제주’라는 희망의 비전도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후손에게 물려줄 영광된 제주는 지금 이 시각, 우리가 어떠한 사고와 마음가짐으로 만사에 임하는 가에 달려있다.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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