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적기업 성공시킨 하재은 MJ경영연구원장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위탁받아 성공모델 주력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오페라단인 ‘김자경 오페라단’(대표 최승우)이 심각한 운영난에 빠졌다가 최근 부활에 성공, 찬사 속에 왕성한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김자경 오페라단이 위기를 극복하고 문화재급 오페라단으로 부활에 성공한데는 제주사람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사회에 거듭 화제가 되고 있다.

국제공인 경영컨설턴트인 하재은 MJ 경영연구원장(60.신한경영법인 대표이사)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하 원장은 성악이나 무용과는 거리가 먼 경영학 박사다. 셈은 잘하겠지만 오페라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언뜻 고개를 갸우뚱 거릴 만하다.

산업전반에 대해 충분한 경험과 통찰력을 갖춘 전문 컨설턴트로 평가받는 하 원장은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던진 ‘어떻게 오페라단까지 컨설팅을?’이란 우문(愚問)에 망설임 없이 현답(賢答)을 내놨다.

그의 대답은 “창의와 감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도 엄연한 산업이다”며 “문화계 인사들은 문화는 도사지만 경영은 왕초보다. 문화산업에도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 전문경영컨설턴트인 하재은 MJ경영연구원장(60.신한경영법인 대표이사)은 제주에 30년을 살아온 제주인이다. 그가 서울시로부터 경영자문 위탁을 받아 아시아 최고(最故)의 김자경오페라단을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성공시켜 주목받고 있다.  ⓒ제주의소리

실제 김자경 오페라단의 최승우 대표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자경 오페라단의 공격적 홍보마케팅 성공은 서울시가 지원한 전문 컨설턴트 하재은 씨의 도움이 컸다”며 “새로운 브랜드로 최고의 이미지 홍보에 성공한 삼성전자의 성공사례를 들어 최상의 성악팀과 최상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격적으로 홍보에 나서라는 경영지도를 받아들인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자는 또 한 번 우문을 던지는 실례를 범했다. ‘아무리 그래도 (촌구석)제주에서 어떻게 서울에 있는 오페라단 컨설팅을?’

하 원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서울 가는데 무슨 문젠가요? 제주가 너무 좋아서 ‘떠나기는’ 싫고…, 그래서 제주에 살면서 매주 서울로 출퇴근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그는 원래 제주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총각시절 다니던 회사에서 제주로 전근 오면서 제주처녀를 만나 결혼했고 이후 30여년을 섬사람으로 살고 있는 제주인이다. 제주의 성골(聖骨) 진골(眞骨)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고 아끼는, 제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어라도 애를 쓰려는 제주DNA로 꽉 찬 제주사람이다.

최근 그가 진력을 다해 공을 들이는 일이 있다. 바로 재래시장을 살리는 일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육성하는 컨설팅을 하고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제주의 자연생태가 살아있고,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세계적인 재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미 유럽에 이같은 유명한 재래시장이 많기에 그는 제주에 세계적인 명품 재래시장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하 원장을 만나 김자경 오페라단의 성공일화와, 민간위탁으로 그가 제주에서 최근 추진 중인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등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대한 복안 등을 들어봤다.

▲ 서울시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한 김자경오페라단이 제주의 전문경영컨설턴트인 하재은 박사의 경영지도로 최근 부활에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김자경오페라단의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다음은 하재은 원장과의 인터뷰 요지.

- (사)김자경 오페라단 회생작업에 컨설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오페라단 컨설팅까지 하게 됐나?

= 김자경오페라단은 지난 2월 서울시가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사단법인 오페라단이다. 서울시 경영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력으로 서울시로부터 경영컨설팅 요청을 받아 참여하게 됐다. 창의와 감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도 엄연한 산업이다. 문화계 인사들은 문화는 도사지만 경영은 왕초보다. 문화산업에도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자경 오페라단을 부활시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 예비사회적기업이란 게 어떤 것이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는 어떻게 다른가?

= 예비사회적기업은 서울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제도로서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앞단계라고 보면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형 예비사회기업 1000개를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2년간 예비사회적기업 300개 정도를 이미 만들었고, 김자경오페라단도 그 중 한 곳이다. 2년간 예비기업으로 2년 지원해주고 거기다가 전문 컨설턴트를 붙여서 자리 잡게 하자는 취지다. 그 후 정식 사회적기업이 되면 노동부로부터 다시 2년간 지원을 받게 되면 훨씬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 하재은 원장 ⓒ제주의소리
사회적기업이 되려면 6개월간 실적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한데 일반 기업들이 그 자격을 갖추기 까지가 매우 어렵다. 그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서울시가 예비사회적기업에 전문경영인을 붙여서 경영기술, 회계, 마케팅기법 등을 전수하고 있다. 그 과정서 많은 일자리도 창출된다.

- 김자경오페라단은 인지도가 높은 오페라단이다. 국내 100여개 오페라단 중 유일하게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자경오페라단의 성공은 여러 가지 시사 하는 바가 큰 것 같다.

= 김자경오페라단은 서울시로부터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은 것을 계기로 시민친화형 공연을 개발하고 공연수준을 높이는 한편 고급인력의 활용 및 신규고용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같은 성공사례는 국내 오페라 발전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우리나라 클래식음악과 오페라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처음 서울시로부터 경영자문 의뢰를 받고 김자경오페라단의 최승우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삼성전자의 성공사례를 제시했더니 딱 한 번에 감을 잡더라. 그동안 최 대표는 오페라단을 유지하는데 사재를 털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대부분 문화계 인사들은 문화는 도사지만 경영은 너무 모른다. 왕초보다. 그래서 오페라단 직원들을 모두 모아서 마케팅 강연부터 했다. 그렇게 해서 3개월만에 공격적인 마케팅에 성공했다. 제주에도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초청해서 공연할 예정이다.  

-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 게 있다. 현재 제주에 생활하고 계신데, 어떻게 제주에서 서울 오페라단의 경영컨설팅이 가능한가?

=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이 서울인데, 서울 가는 것이 무슨 문젠가? 제주가 너무 좋아서 ‘떠나기는’ 싫고…, 그래서 제주에 살면서 매주 서울로 출퇴근 한 셈이다. 그리고 저는 서울에 MJ 경영연구원을 운영하면서 서울시 경영자문위원,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경영대학원 외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매주 서울을 왕래하면서 경영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 고향도 아닌 제주에서 어떻게 정착하게 됐나? 남다른 스토리가 있을 것 같은데….

= 제주에 처음 오게 된 것은 지난 1969년도다. 제주도에 최초로 화력발전소가 생겼다. 지금은 철거됐지만 당시 제주시 동부두에 있었다. 한국전력에 입사해 근무 중이던 나는 제주도 화력발전소로 발령이 나면서 제주에 오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됐다. 제주가 너무 좋아서 지금도 제주를 떠날 생각이 들지 않는다. 30여년 가까이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다만 제주에는 기업도 많지 않고 규모도 크지 않아 주로 서울로 출퇴근 하면서 제주와 서울을 오가고 있다.

▲ 하재은 원장은 1969년 한국전력 직원으로 제주에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제주에서 부인을 만나 결혼, 30년 이상을 제주인으로 살고 있다. 제주에서 만난 부인 이야기를 꺼내자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행복한 표정이다. ⓒ제주의소리

- 소위 말하는 제주의 성골 진골도 아닌데 제주가 왜 좋은가?

= 그냥 좋다. 마누라가 제주사람이어서 좋기도 하지만 마냥 좋다. 요즘 제가 하는 것 중에 한 가지가 2012년에 열릴 ICMCI(국제공인 경영컨설팅협회) 총회를 제주에 유치하는 일이다. 매년 열리는 이 총회는 올해 요르단에서 열리고, 내년은 대만에서 열린다. 2012년 총회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유치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 ICMCI의 투표권을 가진 위원이 3명인데 그중 제가 한명이다. 이미 국내위원들과는 우리나라가 유치하면 제주도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얘기됐고, 전세계 65개 회원국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섭외가 끝났다. 세계에서 약 300여명의 ICMCI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다. 어떻게든 제주에 유치하려는 걸 보면 천상 나도 제주사람이다. 하하.

- 하 원장께선 제주지역 재래시장을 살리는데 컨설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제주지역 재래시장 활성화, 어떤 것이 문젠가?

= 제주지역 재래시장은 그래도 타 지역보다 여건이 나은 편이다. 왜냐하면 제주지역 재래시장은 제주도민만 이용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중 관광객들이 오가고 제주라는 청정브랜드에 힘입어 전국에서 일 년 내내 택배주문이 들어온다. 제주 오일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대표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큰 재래시장이다. 제주도는 재래시장보단 골목상권이 문제다. 이른바 구멍가게라 하는 골목상권을 살리는데 제주도가 관심을 갖고 최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

최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컨설팅하고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올해 시장 이름을 서귀포매일시장에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바꾸면서 하루 1500명 이상의 관광객.올레꾼이 유입되고 있다. 향후 하루 5000명 이상의 외부 이용객(도민 제외)을 목표하고 있다. 그 중 70~80%가 올레꾼들이 시장을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한복판에 친수공간을 만들고 각 올레코스의 아름다운 풍광사진을 시장에 전시할 계획이다. 인근의 이중섭 갤러리도 활용해 자연과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시장으로 만들겠다. 이제 시작이다.

▲ 하재은 원장 ⓒ제주의소리
- 지금까지 제주도에서도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많은 투자를 해오지 않았나? 그래도 딱히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 재래시장이 없어 보인다. 왜 그런가?

= 그건 그동안의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이 대부분 시설투자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시장 현대화와 시설투자에만 초점을 맞춰왔지, 상인들의 의식변화에는 공을 들이지 못했다. 그 지역의 문화와 예술.관광이 살아있는 시장 조성이 미흡했다. 스토리텔링이 부족했다. 그래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오페라도 하고 무용도 볼수 있는, 그리고 청정한 제주의 자연생태가 살아있는 세계적인 재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유럽쪽에는 이미 이런 모델들이 있다. 우린 늦었다. 이젠 시설이 아니라 문화.관광.생태 등의 소프트웨어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제주 동문시장은 2008년도부터 약 50여억원의 예산이 지원돼왔다. 시설현대화는 이뤄졌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이유는 민간이 아닌 자치단체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기청이 이번엔 즉 과제공모형식으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민간위탁한 것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 효과가 클 것으로 중기청도 기대하고 있다.

- 제주도가 만일 서울시처럼 예비사회적기업을 도입한다면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예비사회적기업 제도에 의해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이나 단체들이 있는가?

= 사실은 제주도가 서울처럼 예비사회적기업제도를 만든다면 제주도에 적용할 곳이 많다. 특히 문화단체와 농업단체들이 그렇다. 사회적 기업 1000개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한 곳 당 2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예상할 때, 약 2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문화예술단체나 농업인단체는 대부분 영세하고 힘들다. 경영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단순한 지원으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처럼 끊임없이 지원해야 한다. 제대로 조직을 갖추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자는 것이 예비사회적기업의 취지다. 제주도도 이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은 돈없고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기업은 능력도 있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창출해낸 그 이윤을 다시 사회에 환원시키라는 것이다. 비영리기업과 영리기업의 중간형 모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오늘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 찾아줘서 감사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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