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크기, 투명한 피부색으로 호수 모래바닥에 서식
퇴행성 진화 진행…우리나라 최초 동굴성 어류로 추정

▲ 제주 세계자연유산 용천동굴 호수에서 발견된 동굴성 어류. 우리나라 최초의 동굴성 어류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의소리/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제공
제주 세계자연유산 용천동굴 호수에서 동굴성 어류가 서식하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번 동굴성 어류는 비공개동굴인 용천동굴의 신비로움을 HD영상으로 담는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에서 발견됐다. 이번 촬영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2개월간) 진행되었으며, KBS 환경스페셜 팀이 맡아 진행했다.

이번에 확인된 어류는 총 3개체로, 망둥어과에 속하는 미확인 종이다. 특징은 주둥이가 뭉툭하며, 길이는 4~7㎝에 몸은 가늘고 길며 머리가 크고 납작하다.

눈은 퇴화되어 검은 형태를 띄고 피부 속에 함몰되어 있다. 몸 색깔은 투명(혹은 핑크색)한데 몸속 색소포가 소실(결핍)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모래로 된 호수 바닥에 서식하며, 일반 어류와는 달리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유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느러미를 움직이지 않을 경우 가라앉는 특징으로 볼 때 부레가 퇴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연안에 흔히 볼 수 있는 망둥어과와 비슷하지만 동굴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김병직 박사(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는 “용천동굴 호수가 오랜 기간 외부와 격리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발견된 어류는 동굴 내부에서 퇴행성 진화가 진행된 신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동굴 어류가 발견된 적이 없어 국내 최초의 동굴성 어류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동굴 어류는 일본 시네마현 동굴에서 최초 발견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멸종됐다. 1968년 나가사키현 동굴 호수에서 비슷한 어류가 발견되었으나 이후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 2005년에도 다시 발견, 현재 10개체 밖에 없는 매우 희귀한 어류로 생물학적 정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정호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동굴이나 지하 같은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어류에 대해서는 연구된 적이 없어 이번 용천동굴 어류 서식은 우리나라 어류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촬영된 동영상만으로는 확실한 종(신종인지, 변종인지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채집 등의 추가 조사를 통해 개체수, 먹이생물, 산란 등 생물학적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자문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용천동굴(총 길이 3,400m)은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탄산염 생성물이 다양하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전 세계 동굴 전문가들에게 세계 최고의 동굴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에 호수 내부에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동굴성 어류가 서식하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용천동굴은 신비의 동굴로서 그 가치는 더욱 상종가를 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문화재청과 수중 조사 여부를 협의한 후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호수에 서식하는 어류의 개체수와 다른 종류의 분포 여부를 파악해 정확한 종의 실체를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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