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JDC글로벌아카데미] (22) 한국 뇌연구 권위자 서유헌 서울대 교수

“여러분 옆, 가장 가까이 치매가 앉아 있다. 그가 언제 손 잡을 지 모른다. 누구나 100세까지 장수할 수는 있지만, 치매 걸릴 확률도 높다는 걸 알아둬라. 치매 걸리지 않고 100수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다”

오로지 한 길만을 팠다. ‘뇌’ 박사, 서유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장수시대, 누구나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치매’를 정복하는 법을 펼쳐놨다.

9일 서귀포 대정읍 청소년수련관에서 스물두 번째 서귀포JDC글로벌아카데미 강연자로 서 교수가 나섰다.

▲ 서영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치매 예방법에 대한 열띤 강연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가장 귀중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뇌’. 의학기술이 발전할 데로 발전했다는 요즘에도 뇌만큼은 여전히 베일을 벗지 않고 있다. 신경세포만 1조개에 달한다. 그 뇌에 올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 바로 치매다.

‘옛 기억 보다 최근의 기억이 먼저 없어지는 병’이라는 게 서 교수의 치매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다.

“최신 기억이 입력되는 부위를 ‘해마’라고 한다. 기억의 남대문이다. 이곳이 망가진다면, 망가지기 전에 들어왔던 정보는 기억하지만 이후의 최근 것들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치매의 시작이다”

치매에 걸린 어른의 뇌는 영아의 뇌활동과 비슷한 수준으로밖에 움직이지 않는다.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전달세포와 회로는 정상적으로 매일 10만개 이상이 죽고 있지만 치매 환자는 50만개, 100만개가 한꺼번에 죽고 있다. 서 교수는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언제 커질 지 모른다”는 말로 표현했다.

치매에는 뇌혈관이 터져 산소공급이 안돼 오는 ‘혈관성 치매’와 권투 선수들이 종종 겪는 ‘외상성 치매’, 나이와 상관없이 집안 내력에 의해 걸릴 수 있는 ‘유전성 치매’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곤란한 경우가 ‘알츠하이머 치매’다.

▲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제주의소리
100년전 독일인 의사 알츠하이머가 연구해 이름붙여진 이 치매는 원인 없이 어느날 갑자기 발병한다는 데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레이건 대통령, 작곡가 장일남, 영화 ‘벤허’의 주인공 찰톤 해스톤 등이 치매를 앓았다.

서 교수는 “대통도 피해가지 않는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2008년에는 한국 정부 역시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암 환자보다 많아지자 국가가 비상에 걸린 거다”고 말했다.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매해 ‘9월 21일’이 치매의 날로 선포됐다. 65세 이상 발병률이 10%이고 85세 이상에선 절반이 치매에 걸린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최근 여자 평균 수명이 81세, 남자가 77세라고 봤을때, 또 점차 수명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치매’는 암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70초에 한 명이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아직까지 인간이 치매를 완전정복하진 못했지만, 예방만큼은 할 수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한국 최고의 ‘뇌’ 권위자, 서 교수는 일곱 가지의 많이 해야할 ‘7多’와 해선 안 될 세 가지 ‘3小’를 소개했다. 모두 그의 과학적 연구에 의해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읽고, 쓰고, 말하기를 종합적으로 해서 뇌 전체를 움직이라는 거다. 서 교수는 “뇌는 읽을 때, 쓸 때 그리고 말할 때 모두 다른 부분을 움직인다. 뇌 전체를 움직이려면 책을 읽고 이의 감상을 한 두줄 적고, 옆 친구에게 말하면 된다”고 요령을 소개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적극적 여가활동을 펼칠 것도 주문사항이다. 단, 금물은 수동적인 여가활동인 TV보기다. 그는 “TV를 볼 때 치매 발생률 10%가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걷고 뛰기 등의 운동을 할 때는 치매 위험이 50%나 감소한다”고 밝혔다.

▲ ⓒ제주의소리

잠 자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먼저 강조한 책 읽기도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특히 그는 수험생들이 시험에 붙으려면 ‘4락8당’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동안 우리의 뇌는 기억을 재정비 하고 신경전달 물질을 만든다. ‘4당5락’이 아닌 ‘4락8락’이다. 4시간 자면 떨어지고 8시간 자면 시험에 붙는다”

또 즐겁게 웃으면서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형성된다.

이와 함께 손을 많이 쓸 것과 많이 씹을 것, 사회 봉사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사귈 것 등을 당부했다.

서 교수는 “해선 안 될 것은 스트레스와 뇌에 직접 가하는 충격 그리고 술, 담배다. 뇌를 혹사하라, 그러면 뇌를 잃는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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