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문화연구소, 17~19일 '타자가 본 제주 100년' 국제학술대회

경술국치 100년. 100년 전 제주는 어땠을까? 우리가 아닌 침탈자, 침략자의 눈으로 본 제주는 그들에게, 타자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일제침탈 100주년을 맞아 외국의 눈으로 본 제주역사 100년을 정리하는 국제학술대회가 마련됐다.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와 제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탐라문화연구소와 글로벌제주상공인대회조직위워회가 주관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일제침탈 100주년 기념 ‘타자(他者)가 본 제주도, 그리고 100년의 역사’> 란 주제로 9월17일부터 10월17일까지 3부로 나눠 한달간 제주롯데호텔과 제주대학교에서 열린다.

학술대회의 크기만큼 이번 대회에서 다루는 내용도 깊다. 학술대회는 무엇보다 영욕의 역사 100년을 다룬다. 특히 해방을 전후해 제주에 와서 인류학적 시각에서 제주를 연구한 이즈미 세이이치를 조명하면서 100년 식민지 그늘을 논의하고, 그 비극 속에서 싹튼 근대학문의 성과를 다룬다.

지금까지 제주에 대한 연구는 독립적으로 이뤄졌다. 과거 식민지시절엔 제국주의 사관에 의한 일제 학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졌고, 해방 이후 연구는 식민지 사관을 극복하기 위한 민족주의 시각을 강화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제주만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연구되었지만, 그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인류의 보편성과는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흡했다.
그래서 안과 밖의 연구 성과를 통합하는 계기가 필요했고, 제주의 독자성과 보편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학문적 고찰의 이번 대회를 통해 이뤄진다.

또 해방 전후 한국사가 주변의 동아시아사와 어떤 연관성 속에서 흘러갔고, 그 주변부라 할 제주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도 거시적으로 조망한다. 과거 동아시아의 주변부였던 제주가 동아시아 해양문화권을 조망할 때 그 중심부에 서게 되고, 한국에서는 동아시아 해양으로 향하는 교두보에 해당하는 만큼 그 역할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집중 진단이 이뤄진다.

17~19일 제주롯데호텔에서 <주변 국가에서 본 제주도>란 주제로 열리는 제1부는 일본에 잇는 제주출신 신재경 成美大 교수와 강재언 전 花園大 교수가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가 쓴 '탐라기행'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다. 일본 현대 사상계를 양분하는 사상가인 시바 료타로는 1986년 제주도를 방문하고 이 기행문을 썼다.

또 츠하 타카시(津波高志) 류큐대 사회인류학 교수가 ‘류구에서 본 제주문화’에 대해 제주발표하고, 다카무라 료헤이 秋田大 敎授가 토론에 나선다. 또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가 ‘태평양에서 바라본 제주도’ 윤교임 미 캔자스대학 교수가 ‘제주 샤마니즘의 정치경제’를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다. 제2세션에선 네덜란드 레이던대 학국학과 주임교수인 발라번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중국 절강대학 한국연구소 金健人 교수가 뗏목 표류에 대해, 대만 국립중흥대학 朱惠足 교수가 ‘대만과 제주와의 대화’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다. 또  이토 요시히데 게이오데 강사가 ‘아시아 속의 제주도 문화’, 고길희 일본 山形大 교수가 ‘하타다 다카시가 본 제주도’, 그리고 김성수 성균관대 교수가 ‘북한이라는 타자가 본 제주도’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한다.

제2부 학술대회(10월6일, 제주대 인문대)는 이즈미 세이이츠의 ‘제주도’의 학술적 의의, 제3부 학술대회(10월16~17일)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이주와 트랜스내셔널리즘’을 주제로 각각 진행된다.

학술대회를 준비해 온 허남춘 제주대 교수(탐라문화연구소장)는 “타자가 본 한국이라는 제하의 세미나는 최근에 여러 번 있었고, 그 기회에 내부자적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 한국의 사회 문화적 정체성을 검증해 본 적이 있다”며 “그러나 제주에서는 자기의 시선으로 제주를 보는 데 만족했고, 그 독자성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제주와 타문화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았었지만, 이제 식민지 시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타자가 본 제주를 정리하는 것은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해방 후 1960년대 제주를 연구한 이즈미 세이이치는 식민시대의 연구와는 다른 시각에서 제주를 조명한다. 우리 학문에 아직 인류학적 연구방법론이 정착하기 이전에 이루어진 이즈미의 <제주도> 연구 성과는 아직 그 성과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이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고, 한일 학자들이 만나 종합적으로 논의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즈미 서거 40주년을 맞아 한일 인류학자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즈미의 학문적 성과를 논하는 기회를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해방 전후의 제주에 대한 연구는 4.3사건의 피해와 동아시아 주변 국가의 동질적인 학살에 대한 연구를 비교하는 차원에서 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역사의 주변부적 시각에서 제주와 오키나와, 대만을 보았었지만, 이제 제주는 그 중심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 내에서 해양을 행한 교두보의 역할, 동아시아 3국  속에서 지정학적 중심부로서의 역할을 새로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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