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하 토카시 류큐대학 교수

제주를 설명하는 다양한 표현 중 하나인 대문 없는 섬, 그리고 ‘장남분가’는 제주사람들의 표현이 아닌 ‘육지적 관점’이라는 게 외국인이 본 제주다. 제주를 상징하는 표현들이 제주가 아닌, 외부의 시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주 문화를 우선 이해하지 못하면 ‘육지적 표현’은 자칫 제주를 오해하거나,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게 제주를 연구해 온 외국학자의 견해다.

츠하 토카시(津波 高志) 류큐대학 교수가 17일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와 제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탐라문화연구소와 글로벌제주상공인대회 조직위가 공동주관한 일제침탈 100주년 기념 ‘타자가 본 제주도, 그리고 100년의 역사’ 국제학술대회에서 ‘오키나와에서 본 제주문화’ 주제 발표를 통해 육지적 표현에서 나오는 제주문화를 이야기 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주, 일본에서 오키나와의 모습이 비슷한 탓에 제주대학교와 류큐대학은 수년째 학술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츠하 토카시 교수의 제주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남다르다.

츠하 토카시 교수는 제주와 오키나와가 ‘중심’이 아닌 ‘주변’에 있고, 한때 왕국(탐라국,류구왕국)을 이뤘다는 점에서 제주는 일본의 오키나와이고, 오키나와는 한국의 제주라고 말할 정도로 두 지역이 사회문화적으로 주목할만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으로 제주와 오키나와의 동질성을 확인했다.  

츠하 토카시 교수는 오키나와와 마찬가지로 제주문화가 대한민국의 중심, 즉 제주의 표현으로 한다면 ‘육지적 관점’에 의해 규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육지적 관점, 육지적 견해의 전형적인 예로 ‘대문 없는 섬’과 ‘장남 분가’를 들었다.

그는 ‘삼다도’ 즉 돌과 바람, 여자가 많은 섬과 마찬가지로 거지와 도둑, 대문이 없는 ‘삼무도’ 역시 섬 밖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점에 견해를 같이했다. 그러면서 외부의 시각으로 본다면 대문없는 집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츠하 토카시 교수는 “제주의 집들은 삼무도란 이름답게 견고한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집에 ‘문’이 없으면 어떻게 제주사람들은 출입을 하는 것일까, 전혀 상상도 가지 않는다”면서도 “삼무도에서 말하는 ‘문’은 육지적인 ‘문’이 제주에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 했다. 그는 “제주문화로 삼무도의 ‘문’을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남이 결혼하면 부모와 떨어져 사는 ‘장남 분가’도 제주에선 광범위 하게 이뤄지는 문화로, 이는 전통적인 한국의 (대)가족제도와 성격을 달리하는 제주특유의 모습이라는 견해도 꺼냈다. 이른바 ‘안거리’ ‘밖거리’ 문화다. 대부분 장남이 부모를 모시는 한국 가족제도와 달린, 제주는 부모가 노동력이 있는 한, 즉 자신의 손으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한 아들(장남)에게 가급적 의지하지 않으려는 제주부모들의 정신을 또 다른 예로 들었다.

또 하나, 장남이 결혼한 후 본가(안거리)에는 부모가 살고 장남이 분가(밖거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본가(안거리)를 장남에게 물려주고 부모는 따로 밖거리를 지어 분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장남 분가’라는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제주가족 문화의 특징으로 소개했다.

츠하 토카시 교수는 “자칫 ‘장남분가’란 표현이 혼란이 일어날 수 도 있는데, 이는 한국 본토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와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장남 분가’라는 용어를 사용한데 따른 것으로, 이는 제주의 문화, 제주의 가족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서 온 ‘육지적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츠하 토카시 교수는 “제주 문화를 연구하는데 있어 ‘육지적 표현’을 재검토하고 극복해야만 새로운 제주문화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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