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과 상품전환 딜레마] (3) 그때그때 다른 생산자단체
4일 공청회 열어 여론수렴...7년 유지된 기준 '변화 기로'

감귤 판로를 걱정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누구나 알면서도 풀지 못한 숙제, 안정적인 수출 물량 확보다.

생산량이 줄어 국내 가격이 좋을 때는 수출을 생각조차 않다가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내릴 때면 은근히 수출에 기대를 거는 심리가 두고두고 수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열매가 많이 달리고 난 이듬해에 열매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해거리’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기도 하지만, 이런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거래선의 신임을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산량에 따라 가격의 등락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생산량 급감이 예상되는 올해가 고비다. 제주도가 최근 일선 농협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농협마다 ‘올해는 기필코 수출에 나선다’는 구두 약속을 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감귤출하연합회 회의에서 각 농협이 일사분란하게(?) 1번과를 상품에 포함시키자며 제주도를 압박하는 장면과 오버랩돼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농협 한 관계자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만, 솔직히 농가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고충을 털어놨다.

조합원의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게 농협의 입장이고 보면 농가 요구가 그만큼 거세다는 얘기다. 쌀 한톨 과일 한 개도 애지중지하는 현장의 정서를 나무랄 수 없지만, 그럴수록 멀리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1번과를 상품으로 인정하면 농가와 유통인의 바람을 들어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순간 소비자와의 오래된 약속은 물거품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국내에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감귤의 유통 또는 수출을 허용하게 되면 장래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귤의 본격 출하 시기를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제주도는 오는 4일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에 나선다.

그 다음 상품의 규격을 정한 규칙을 고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수순을 밟게된다. 규칙 개정 방침이 정해지면 15일 가량 입법예고를 거친 뒤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7년간 유지돼온 상품의 규격이 바뀔지는 1차적으로 농가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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