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C 강좌] 정연주 KBS전사장, "비판 않는 언로은 '애완견'"

▲ 정연주 KBS 전 사장.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정연주 KBS 전 사장이 “최근 언론 자유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일갈했다.

제주포럼C가 주최하는 ‘한국사회의 프리즘에서, 제주의 미래를 보다’ 기획강연에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정 전 사장은 “정치권력에 의해 억압받던 언론의 자유가 6월항쟁 이후 많이 넓어졌지만 최근 다시 정치권력에 의한 외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자유의 억압이 빚어낸 왜곡보도가 교묘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언론의 가장 큰 기능으로 ‘사실보도’와 ‘권력기관 비판’을 들며 “특히 권력은 비판이 가해지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이 역할을 하지 않는 언론은 ‘감시견(watch dog)’이 아닌 ‘애완견(pet dog)’”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언론사 기자들 스스로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이 돼가고 있다고 고백하는 몇몇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우려된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한 통신사의 노조가 조합원을 상대로 ‘지금 000가 공정한 보도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65.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도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80% 가량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광고주나 편집데스크로부터의 압력보다는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 자유 제약이 심각해졌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며 “실제로 이명박 정권이 반환점을 돌았을 때 이 언론사에서는 기획보도를 통해 ‘MB어천가’를 불러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여론조사 결과가 처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언론자유 지수를 발표하는 ‘국경없는 기자회’ 조사결과는 처참하다. 2006년 31등에서 2008년 47등, 2009년에는 69등으로 곤두박질 쳤다.

▲ 정연주 KBS 전 사장.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정 전 사장은 “최근 언론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이런 평가의 이유는 자명하다”면서 사례들을 열거했다.

“YTN은 낙하산 사장이 가서 노조위원장을 잘라버렸고 PD수첩은 뭐가 잘못됐나? 언론의 두 가지 핵심 기능이 사실보도와 비판이다. 건강하게 언론으로서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비판한 것이다. 미네르바나 PD수첩 관계자를 비롯해 촛불시위에 참여한 이유로 1800여 명 이상이 사법처리를 받았다. 또 전교조 선생들이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고 처벌받았다. 정치참여는 내 권리이고 헌법이 보장한 것이다. ‘빵꾸똥꾸’ 이 단어를 가지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경고했다. 그 단어가 뭔가 궁금해서 ‘지붕뚫고 하이킥’을 처음부터 다 봤다. 학벌 차별에 대해 그만큼 처절하게 고발한 작품이 있었나”

그는 자신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인 외압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로부터 정연주 때문에 나라를 못해먹겠다는 소리도 들었다. 광화문 촛불 데모하니까 사실 보도를 했더니 돌아온 소리다. KBS 외주업체들에 대한 표적 세무감사까지 진행됐다. 이들은 한류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들이다. 정연주 사장할 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KBS에 납품했다는 죄밖에 없다. 이들은 추징금을 받은 후에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나온 뒤 KBS의 노골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내가) 쫓겨난 뒤 KBS가 희한해 졌다. 뉴스, 교양, 오락프로그램에 걸쳐 한 여권 정치인은 4개월만에 4번이나 출연했다. 열린음악회에 출연해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열린음악회에 정치인의 출연은 처음이었다.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는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100여명이 강연장을 찾아 정연주 전 사장의 강연을 열청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정 전 사장은 “언론이란 것이 제 역할 즉, 사실보도와 비판을 제대로 하면 공론장의 역할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선한 도구가 되는데 그렇지 않고 권력의 대리인이 될 경우에는 사회적 흉기가 된다”면서 “최근의 언론들은 아주 교묘하게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 쳐다보지 않고 무시하고 다루지 않는 방법과 일부를 뻥튀기거나 일관되지 못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제주포럼C는 매주 금요일 오후 6시30분 제주시 광양로터리 벤처마루 10층 세미나실에서 10주간 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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