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물이 아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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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개발공사의 옷을 바꿀 때가 되었다

시애틀에 머무른 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이곳에서도 먹는 샘물인 병물 몇 종류를 먹어 보았지만 제주 물맛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뭔가 2%가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제주의 물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2009년 기준으로 세계 생수 시장은 6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미국 인구의 1/3은 병물(bottled water)을 일상 음료수로 마시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병물의 수요는 지금의 1/3에 불과하였으니 괄목할 만한 성장세이다.

미국 병물 시장은 연 64억불에 달하는데 시장의 43%가 10대 브랜드에 의해서 점유되고 있고 나머지 57%가 900여 브랜드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10대 브랜드의 공통점은 세계적으로 거대한 식음료회사들에 의해 생산하고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슬레사는 ‘포틀랜드 스프링’, ‘에로헤드’, ‘페리어’, ‘비텔’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전 세계 생수시장의 18%, 미국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다. 이어서 ‘에비앙’, ‘스파크레트’, ‘아쿠아’, ‘볼빅’ 등을 소유하고 있는 다논이다. 그 외 코카콜라는 병물 ‘다사니’, 펩시는 ‘아쿠아피나’를 생산 및 판매한다. 이들 병물은 ‘삼다수’나 ‘에비앙’과는 달리 한국의 아리수와 같이 수돗물을 정밀하게 정화해서 미네랄을 첨가해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병물 들이다.

물도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번 주의 시애틀 평균 휘발유 값은 갤런(3.78ℓ) 당 3.10달러이다. 이에 비해 마켓에서 파는 물의 경우 큰 용량은 갤런 당 평균 1~2달러 선이다. 하지만 낱개로 파는 병물은 500㎖ 용량이 1달러 선이다. 갤런으로 환산하면 무려 7.5달러 선으로 휘발유 값의 두 배를 넘는다. ‘명품 브랜드 물’은 일반 물보다 2-3배 가량 더 비싸다.

각 판매점마다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로 초록색 유리병에 들어있는 프랑스산 ‘페리어’는 750㎖ 한 병이 1.69달러에 판매되고 있고, 또 다른 프랑스산인 ‘에비앙’의 경우 1ℓ 당 가격이 2.19달러이며, ‘피지’는 1ℓ에 2.29달러 선이다. 더욱이 깨끗함과 웰빙을 강조하는 빙하수와 해양 심층수에 스타일을 더한 물병 디자인까지 고려한 프리미엄 생수들의 가격은 이 보다 훨씬 높다. 이런 고가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생수를 중심으로 생수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에비앙’은 최근에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에 이어 일본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의 이세이 미야케가 병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에비앙 2011 스페셜 에디션’(750㎖)을 출시하여 1병에 한화로 무려 25,000원(20달러)받고 있다한다.

요즘 병물은 단순히 물이 아니어서 각국에서 들여온 다양한 브랜드가 음료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고, 제조사들은 물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독특한 디자인과 강력한 기능성으로 무장하는 것이 새로운 생수 트렌드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는 병물 디자인이 패션성이 강한 생수가 인기가 높다. 노르웨이의 ‘보스’는 캘빈클라인 향수 디자이너가 용기의 디자인을 맡았고, 네덜란드의 물에 산소를 주입한 ‘오고산소수’는 루이비통 디자이너가 물통을 디자인해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병물 시장은 거대한 민간 유통회사에 의해, 특별함과 기능성 그리고 병 디자인에도 패션을 불어넣는 프리미엄 생수 제품들이 매니아층의 호응을 얻으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G20의 각 종 회의의 공식 지정음료수로 아리수를 제치고 제주 삼다수가 지정되면서 제주물의 세계진출을 위한 좋은 홍보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에 대한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비판적인 감사결과 발표도 있었다. 시기와 상황적으로 정치적 보복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지만 회계, 인사에 대한 각종 부조리와 경영전략부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그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도민소유의 공기업의 지배구조는 단순히 도민과 공기업 경영자 사이의 관계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민이 공무원에게 공기업의 경영을 위임하고, 다시 공무원이 공기업 경영진에게 경영을 위임하고 곳곳에 정치권 압력으로 이어지는 도민-정치권-행정관료-공기업경영자로 이어지는 중층적 구조에 따른 복대리(複代理) 관계를 가진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각각의 대리관계 단계에서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이해관계의 상충과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각기 존재하며, 이것이 여러 가지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효율성을 제고하기보다는 조직의 확대나 내부복지에 치중하게 하여 방만한 경영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공기업체계에서는 이러한 비효율적 경영에 대한 감시와 규율이 약하다는 점이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저해시킨다.

바로 이런 태생적 한계들로 제주개발공사가 순수 공기업 형태로 있는 한, 경영의 비효율성과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한 부조리가 계속 반복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제주개발공사 설립 당시와는 경제 환경이 많이 변하였다.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업가 정신은 새로운 창업에 버금가는 전문성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지금 순수 공기업 형식의 제주개발공사의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 김동욱 제주대 교수
이제 제주개발공사는 순수 지방공기업에서 3섹터 방식의 공공부문의 공공성과 민간부문의 기업성을 합리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회사체제 개혁을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 도는 사기업인 한국공항(주)의 먹는 샘물의 시중판매의 법리논쟁에서 본 바와 같이 지하수 취수량 제한 또는 반출량 제한 등의 제도적 권한으로 지하수 공수화(公水化)정책을 견지하면서 제주개발공사가 글로벌 시대의 물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어떠한 새 옷으로 바꿔 입어야 좋을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김동욱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의소리>

<김동욱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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