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광.박원철 “해군에 백기 들라” 쓴소리…강경식 “시장 판단 뭐?” 압박

▲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17일 도의회 행자위 서귀포시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해군기지'관련, "소신이 부족하다"는 의원들 지적에 현실적 한계를 토로하며 "그러나 달게 받겠다"는 답변과 함께 "개인적 의견으로는 법률소송이 끝난 후 기지건설 공사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고창후 서귀포시장에게 ‘소신 있는 모습’을 요구했다.

일방적 공사 중단을 요구한 도의회의 요구조차 묵살한 해군 측의 ‘막가파식’ 기지건설 추진에 차세대 리더로서 ‘젊은 시장’의 결단을 주문한 것이다.

17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279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 서귀포시 업무보고에서 민주당 윤춘광.박원철, 민주노동당 강경식 의원 등은 고창후 시장을 상대로 한 의원질의에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을 보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우선 윤춘광 의원은 “제주도의회가 의장과 의원들이 모두 나서서 (제주해군기지 관련 소송의)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와 해군의 태도는 마치 ‘너희는 짖어라. 우리는 우리대로 한다’는 식”이라며 정부와 해군의 ‘일방통행’을 강하게 성토했다.

윤 의원은 “이는 해군과 정부가 제주도민과 서귀포시민을 이미 안중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제주도정과 서귀포시정도 더 이상 할 것이 없지 않느냐”며 “그렇다면 차라리 백기를 들고 해군에 항복하라”는 말로 ‘현실적 카드’가 없는 서귀포시를 더욱 압박했다.

이어 질의에 나선 박원철 의원은 고 시장에게 소신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박 의원은 “해군과 정부는 지금 ‘막가고’ 있다. 이럴 때 젊은 시장으로서 시민들에게 과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윤춘광 의원 지적처럼 해군에 항복하던지, 아니면 ‘내가 나서서 막아내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 도민들과 서귀포시민들은 고 시장을 차세대 리더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 분들이 훗날 ‘선택’할 시기가 찾아 왔을 때 어떤 지도자를 택하겠는가”라고 물으며, “자기 소신을 보이지 못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힘들고 어렵더라도 당당하게 소신을 펼치는 지도자를 택할 것이 분명한데, 지금은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고 시장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했다.

▲ 윤춘광(민주당), 박원철(민주당), 강경식(민주노동당. 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의원은 17일 서귀포시청 업무보고 청취 자리에서 고창후 시장에게 "젊은 시장으로서 해군의 일방적 기지건설에 대해 소신있는 행동을 보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제주의소리

“해군에 백기를 들라”든가, “소신 있는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의원들이 따끔한 질책은 지난 해 7월 변호사 출신으로서 ‘해군기지 해결사’ 역할을 맡아 취임한 고창후 시장에겐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고 시장은 답변에서 “취임 초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해군기지 가건축물 공사중지명령을 내린 바 있었지만 당시 감사원 감사에서 ‘근거 없는 행정행위’로 시정을 요구받은 바 있다”고 현실적 한계를 토로한 후 “그러나 의원님들의 지적은 달게 받고 더 깊이 고민하겠다”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그러자 민주노동당 강경식 의원이 법률전문가인 고 시장의 ‘판단’을 묻고 나섰다.

강 의원은 “제주해군기지가 아무리 국책사업이라지만 지역주민이 반대하고 있고, 최소한 3가지 소송이 걸려있는 상황이므로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공사추진은 관련 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야 하는게 맞지 않나?”고 물었다.

이에 고 시장은 “법률적 판단을 떠나 저 개인적으로는 (소송판결이)마무리 된 이후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야만 주민들의 동의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강정주민들의 요구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고 시장은 “관련 소송 절차에서 법원이 ‘집행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는 이상 (공사진행은)정당한 것으로 취급된다”며 행정절차 상 현실적으로 해군기지 공사를 막을 현실적 카드가 없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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