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 프로젝트 '제주 판타스틱 아트시티' 논란 분분
"12월말까지 SPC 설립 못하면 양해각서 백지화" 호언장담

▲ 왼쪽부터 신관홍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장, 우근민 지사, ㈜인터랜드 이승화 대표이사.
언제부턴가 제주에선 투자 유치와 관련해 이상한(?) 통념이 생겨났다. 투자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거꾸로 그 프로젝트 혹은 사업자를 더 신뢰하게 된 것이다. 수천억원을 넘어, 이따금 1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빚어진, 이른바 '프로젝트 인플레' 현상의 반대급부다.

그동안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얼마못가 유야무야 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국은 사업 제안을 받을 때마다 이를 투자유치 실적에 끼워넣곤 했다. 이러다보니 진척된 사업은 없고, 민자유치 실적만 부풀어 오르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이런 와중에 총 투자규모가 자그마치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개발구상이 또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처음부터 이 금액을 다 쏟아붓는다는 게 아니라 사업이 흥할 경우 몇년이 될지 몰라도 총 투자규모가 그렇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학습효과' 때문인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이치. 25일 제주도가 추진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맺을 때도, 한달전 쯤 사업 제안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도 "이번에도..."라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 우근민 지사(왼쪽)가 ㈜인터랜드 이승화 대표이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어김없이 논란이 벌어졌다. 상당수 기자들이 프로젝트를 믿지 못하겠다며 의심스런 눈길을 보냈다. 제주도가 검증도 안된 업체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거나, '구상만 믿고 편의를 봐준 선례가 있느냐'는 등 질문이 쏟아졌다. 사업자에게 공유지 임대 가능성을 열어준 협약서 내용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에대해 제주도는 손사래를 쳤다. 아직은 업무협약 외에는 진행된게 전혀 없다고 했다. 인, 허가에 앞서 사업계획 등을 철저히 따져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중도에 사업을 접는 경우를 대비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고 했다.

'제주 판타스틱 아트 시티'(JEJU Fantastic Art City)로 명명된 미래형 복합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1조6000억 프로젝트'를 제안한 업체는 ㈜인터랜드(대표이사 이승화).

지난달 21일 제출된 사업제안서는 제주시 애월읍 일대 510만㎡를 미래지향적 환상 체험공간인 드라마 환상체험장, 쇼핑시설, 식음시설, 엔터테인먼트지구, 숙박시설, 테마파크, 메카 프로젝트 등 복합관광단지로 꾸미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510만㎡는 제주도(195만2000㎡), JDC(44만9000㎡), LH공사(9만9000㎡)가 소유한 공유지 250만㎡(49%)와 사유지 260만㎡(51%)로 이뤄졌다.

이는 다시 1, 2, 3지구로 나뉘는데, ㈜인터랜드는 1지구(85만9000㎡) 중에서도 2만평 안팎의 면적에 드라마 세트장을 짓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드는 사업비는 200억원 가량.

㈜인터랜드는 이를 포함한 미래형 복합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직접 시행할 특수목적회사(메인 SPC)를 설립하겠다고 제시했다. 12월31일까지 설립하되 그게 안되면 사업을 접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협약서 상에는 이런 내용과 아울러 메인 SPC에 투자능력이 있는 건설회사, 금융회사, 드라마 제작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제주도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공유지는 매각 대신 임대로 가고, 사업 중단 사태를 막기위해 과거처럼 일괄 승인방식이 아니라 단계적, 순차적으로 인.허가를 내주겠다며 전철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업 제안이 나온 후 제기된 여러가지 의문점을 풀기 위해 제주도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사업을 제안한 ㈜인터랜드는 어떤 업체인가.

"개발기획사(PM, Project Management)로 보면 된다. 복합관광단지 사업을 위해 앞으로 설립될 특수목적회사(메인 SPC)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제안서가 1월21일 제출됐다. 양해각서 체결이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사업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그동안 관련 부서 협의, 민자유치위원회 의견 수렴을 거쳤다. 도정 조정위원회에서도 심의했다.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도내 랜드마크형 관광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쟁력있는 아이템으로 관광객 유치, 고용창출 등 도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했다"

-㈜인터랜드는 자본금이 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1지구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이르는데 능력이 되나.

"PM사가 돈을 대는게 아니다. 이른바 잘 나가는 PM사 중에도 자본금이 10억원 안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각종 인.허가를 얻고 사업시행을 할 실질적인 주체는 양해각서를 통해 설립하겠다고 한 특수목적회사(메인 SPC)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사업수행 능력은 특수목적회사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결국 성패는 특수목적회사의 설립 여부에 달려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올해말까지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지 못하면 MOU 효력을 잃도록 조건을 부여했다"

-명목상의 회사만 설립하면 그만 아닌가.

"양해각서 내용을 잘 뜯어보라. 특수목적회사에는 투자능력이 있는 건설회사, 금융회사, 드라마 제작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우리도 이 점에 무척 고심했다"

-그럼 사업은 특수목적회사가 설립되고 난 후 시작하나.

"제1지구 1차사업인 드라마환상체험장은 그 전에 시작할 수 있다. 드라마 제작 일정을 감안한 것이다. 1조6000억 프로젝트의 성패는 이 사업에 달렸다. 이게 잘 되면 더 나아갈 수 있고, 안되면 이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지가 상승을 노린 투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공유지를 먼저 매입한 후 관광지를 조성하면서 문제가 된 롯데관광단지 등의 선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유지는 매각이 아닌, 임대 등의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공유지를 매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가령 지상권이라든지 일이 뒤틀렸을 때 폐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공유재산관리법상 영구건축물은 사실상 축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드라마세트장도 가설건축물로 짓게 될 것이다"

-아무튼 땅은 매각하지 않는다는 얘긴가.

"현재로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사님도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다만 사업이 잘 됐을 경우엔 지분참여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최근에도 세화.송당온천지구 등 대규모 관광개발사업 승인이 잇따라 취소됐다. 이런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세화.송당도 그렇고, 색달온천지구, 오라관광지구도 그렇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한꺼번에 모두 승인받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난 등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거나 중단한 경우들이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사업 인.허가를 일괄 승인 방식에서 벗어나 단계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즉 이전 단계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 이후에 다음 단계 사업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그 말은 거꾸로 지금까지 인.허가 방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일부 시인한다. 몇몇 사업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했다. 몇천억원, 혹은 1조원이 넘는 사업을 통째로 인.허가 하다보니 토지 취득에다 막대한 투자로 비용 회수 문제가 발생했다. 초반에 지쳐버려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그걸 바꾸자는 것이다. 인.허가 패턴이 바뀐다는 점에서 엄청난 변화로 볼 수 있다"

-드라마 세트장의 관광객 유인 효과에 의문이 든다. 드라마가 끝나고 어느정도 지나면 방문객이 급격히 줄어든 경우가 허다하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세트장을 단순히 촬영 공간으로 남겨두지 않고, 관광객들이 마치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체험하게 할 것이다. 또 게임체험관과 더불어 탤런트 선발 오디션 등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유인하겠다.

드라마 제작은 '올인 2' 등 2편을 계획하고 있다. 동남아 13개국에 동시 방영을 추진할 경우 이 프로젝트의 성공 모태가 될 것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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