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포럼의 미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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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할 10년, 이젠 ‘다변화와 개방화’ 로

           I. 제주평화포럼; 10년

  제주의 간판급 국제회의이라면, 제주평화포럼이 단연 으뜸이다. 2011년 제주발전연구원이 주관하여 시작된 제주평화포럼은 그 취지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의 평화론을 제주에서 더욱 살려나가자는 데 있었다. 그래서인지 제1차 제주평화포럼에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주어졌고, 그 이후 10년 동안 격년제로 5회에 걸쳐 지속되면서 참가 규모와 예산도 2배나 증가되는 등 제주발 국제회의 대표 주자로 자리해 나가고 있다.

  딱히 이 포럼 덕분만은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제주평화포럼의 성과에 부분적으로 기대면서 제주는 2005년 정부로부터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을 받았다. 정부가 특정의 지방자치단체를 공식 평화도시로 지정하는 게 처음인지라, 중앙정부와 제주도 모두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어정쩡한 입장이 컸다. 그 이유 증의 하나는, 평화라는 게 중앙정부의 몫인데 제주지방정부가 이를 맡는 게 타당한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었기 때문이다. 이는 불가피하게 평화의 섬 개념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합의를 내기가 어려워, 많은 경우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대외적 이미지이자 상징인 것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곤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제주가 특별하게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을 받게 된 저간의 배경과 정책 취지를 살펴보면, 그게 단순히 이미지나 상징인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탈냉전 시대 정상회담의 장소이자 감귤 등 남북교류협력의 전초지, 제주 4·3의 아픔을 승화시켜 나가는 화해와 인권의 성지, 그리고 유네스코와 연관된 국제적 생태관광도시로의 재정립 등 1990년대 이후 지난 20년간에 걸친 제주의 지정학과 생태적 위상 그리고 국제자유도시로의 발돋음을 위한 제주도정과 제주도민의 염원과 수고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라는 미명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대한민국의 한 지방자치단체에 불과하다는 제약과 선입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세계평화의 섬도 여전히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II. 제주평화포럼의 미래 방향 : 다변화와 개방화

  2011년 제주평화포럼은 연례화를 통해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견인해 나가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연례화가 단순히 포럼을 매년 연다는 차원만이 아니기에 포럼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어떻게 갖고 가느냐의 고민이 뒤따르는 건 당연한 것이고, 이 점은 포럼의 주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논의로 연결된다.

  지금까지 포럼은 이른바 평화와 번영을 주제로 하면서 주로 국제정치-경제적 차원의 교류협력과 경제성장 전략에 치우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포럼이 중앙정부 차원의 정치-외교-군사 전문가와 고위 관료들로 채워지는 동안, 제주의 풀뿌리로서는 그러한 포럼이 일상적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 점은 특히 제주인에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아픔이자 쟁점으로 남아있는 제주 4·3 문제라든가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포럼에서 전혀 다루어지지 않은 데 대한 의아함으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포럼의 연례화는 도민의 요구에도 반응하는 공론장 마련을 요구하는 데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 제주는 2002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07년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다시 2010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생태의 보고로서 위상을 갖추게 되면서, 제주에서의 평화는 국가안보만이 아니라 인간안보와 생태안보를 아우르는 총체적 가치이자 목표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점에서도 향후 포럼은 세계환경수도를 꿈꾸는 제주의 미래상을 담아 생태와 녹색을 주제로 한 항시적 세션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제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경제의 활력에 기여하기 위한 지속적인 지혜모음은 필수적이다. 물 산업,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식량, 스마트그리드, 녹색성장 등 새로이 대두되는 경제적 수요에 맞춰 과학-기술-문화-교육 등 다양한 차원의 이슈들을 선점-천착해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최근 정치권의 복지 논쟁을 넘어서서 각 지역별로 평화복지공동체의 가능성을 찾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시도와 성과들을 함께 다룰 수도 있고, 또 특히 일본 지진과 원전 문제의 충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상의 대처 방안 못지않게 근대적 삶의 방식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도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평화를 주제로 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지향이 교류협력과 인권증진에서 시작하여 생태, 안전, 인간안보, 복지, 녹색성장, 다문화 등으로 그 범위와 내용을 확대해 나가게 될수록 포럼의 주제도 이러한 변화에 조응하면서 다양하게 전개되어 나가는 건 자연스런 것일 게다. 이렇게 본다면 제주포럼은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의의를 뒷받침해 온 지혜모음의 장이었지만, 앞으로 포럼의 발전은 ‘녹색-복지-안전’을 3대 축으로 하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를 어떻게 다듬어 나갈 것인가의 제주도민과 제주도정의 남다른 문제의식과 수고에 달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여기에는 동아시아재단이나 국제교류재단 등과 같은 공익적 재단의 성원과 후원이 유용하고, 또 가장 현실적으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참여와 관심 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하여 빌 게이츠 등 세계적 기업가, 노벨상 수상자 등의 참여를 통해 포럼의 대중유인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III. 제주평화포럼의 변신 가능성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데 제주평화포럼도 변해야 하는 건 자연의 이치이다. 그러나 포럼의 안착이 쉬었던 만큼 그 변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제주포럼을 특정의 재단이나 정부 또는 정치지도자의 입맛에 맞게 조리하려고 할수록 전향적인 변화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최근 몇 가지 제주포럼의 변신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격년제 개최에서 해마다 개최하도록 하는 연례화는 불가피하게 포럼 사무국의 상설화를 요구할 것이고, 그에 따라 포럼 준비와 진행도 보다 체계화되고 전문화 되리라 볼 것이다. 이렇게 포럼의 정례화와 사무국 상설화를 위해서는 제주도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조례 제정도 적극 고려해 볼 일이다. 어떻든 문제는 연례화에 소요되는 경비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분적으로는 재원 협찬자의 책임 하에 협력 세션을 구성해 나가면서 동시에 유료 참여자의 확대를 도모하고 또 공동 주관의 대상 확대를 통해 부분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제주평화포럼의 변신에서 관건은 연례화와 비용 문제가 아니라 다른 포럼들과 차별화된 제주포럼의 독특한 색깔 내지는 내용 구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제주평화포럼의 색깔은 무엇으로 할까? 지난 10년간 포럼은 정치와 외교 및 재계의 지도자 중심의 담론과 지혜모음의 장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포럼만으로는 제주포럼의 독특한 정체성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지방과 직능단체, NGOs, 사회적 기업가 등에 대한 고려가 아닐까. 각 나라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포함하여 지역에서 모범을 보인 직능단체 및 NGOs 대표, 사회적 기업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포럼이 보다 많은 소통과 내용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회와 마무리 이외의 세션 가운데 특정의 일부 세션은 보다 대중적 내용으로 그리고 때로는 다른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문관광단지와 같은 특정 지역에 고정하지 않고 도민과 함께 하는 평화음악회라든가 전기자동차 체험 등을 겸해서 제주시에서 직능단체나 NGOs 주관 하에 하도록 할 수도 있고, 혹은 대학생 패널을 만들어 제주대학교에서 소박하게 부분적 세션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매칭펀드를 내는 지역 언론사나 직능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재단이나 대학, 중소기업에게 콘소시엄을 구성해서 자율적으로 주제 설정과 참여자 섭외 등을 맡긴다면, 이는 공식적 제주포럼의 빈 곳을 메우고 보완해 주는 자매포럼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와 제주의 만남은 한 곳에서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작고 큰 세션이 열리도록 할 때, 더욱 더 많은 다양성과 민주적 토대를 담보해 나가게 되리라고 본다.

  2009년의 제5회 제주평화포럼(2011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명칭변경)인 경우 13개국에서 역할 참가자 135명과 유료참가자 78명을 포함하여 총 650여명의 공식 참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꽤 많은 참가자의 면면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 하나는, 650명의 참가자로부터 어떻게 피드백을 받아내느냐의 후속조치에 대한 아쉬움이다. 많은 경우 포럼은 행사가 끝나면 결산과 함께 보고서 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향후 제주포럼은 참가자의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쓰면 어떨까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6회 참석자의 이메일 주소를 사전에 알아두고서 포럼이 끝난 후에도 포럼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받아낸다면 아마도 예기치 않은 지혜와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어떤가 여력이 있으면 이렇게 사후 의견을 모은 또 한 번의 자유로운 평가-발전 세션을 마련하는 건.  

▲ 양길현 제주대 교수회장

  제주포럼이 담론과 아이디어 교환의 장으로만 멈추는 것도 식상해 보인다. 그래서 제주평화상 제정이 요청되는데, 이는 포럼의 개회식을 보다 의미 있고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제주도민, 대한민국, 동아시아로 나누어 대통령이 참석하는 포럼 개회식에서 평화 실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와 궤적을 남긴 인사나 단체를 선정하여 시상하는 것이다. 포럼의 담론 및 지혜 찾기가 해마다 구체적인 현장에서의 실천적 행위와 연관될 때 비로소 포럼의 실천적 위상도 그만큼 강화되지 않겠는가. 세상을 이해하고 처방하고 변화시키는 일련의 노력들이 제주포럼에 집결되도록 하려면, 전문적 식견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실천적 덧붙이기가 요청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양길현 제주대(윤리교육과) 교수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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