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제주 고유가 비밀] ① 육지보다 리터당 최고 80원 비싸도민 연간 '수백억원; 추가부담…"물류비 때문" 정유사 주장 맞나?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유류가격은 서민경제를 울고 웃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공급되는 제주지역 유류가는 제주도민들을 웃는 일보다 매번 울게 만든다. 고유가 부담으로 인해 제주도내 시설재배농가들이 생산을 중단하는가 하면 어민들 또한 출어도 포기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제주도 유가가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을 익히 알면서도 물류비용이 필요한 도서지역 특수성 때문에 ‘섬이니까 비싸겠지’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제주지역 고유가의 비밀이 물류비용이 아니라 국내 정유4사(社)의 담합이나 시장 독과점 지위, 비정상적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주유소 관계자들의 오랜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왜곡된 고유가 실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점점 더 골병드는 건 제주지역 소비자들뿐이다. <제주의소리>가 타 지역보다 비싼 제주지역 유류가의 비밀을 기획연재 보도한다. <편집자>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23주 연속 치솟는 등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제주도내 주유소에 다른 지방보다 리터당 최고 80원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유류를 공급하고 있어 제주도민들은 연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유류비용을 추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올해 1~2월 2개월간 경북지역 유류공급가격과 제주지역 유류공급가격을 비교한 결과, 휘발유의 경우 제주도가 리터당 최고 66원, 경유는 최고 77원, 등유 역시 최고 70원을 비싸게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제주도내 기름값이 휘발유의 경우 벌써 2000원 턱 밑까지 차오른 1965원을 기록하고 있다. 경유 역시 1900원을 목전에 두는 등 나날이 치솟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발표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동향'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둘째 주보다 29.8원 오른 리터당 1946.3원을 기록했다.

제주도, 땅값 비싼 서울이어 전국 두번째로 유가 높아

평균 휘발유 가격은 서울이 2000원을 돌파해 가장 높았고 전국이 1900원대를 기록했다. 서울이 리터당 2008.9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제주(1959.14원), 대전(1956.46원)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전북은 1930.46원으로 가장 낮았고 이어 경북(1931.47원), 경남(1935.18원)의 순으로 가격이 낮았다.

제주도의 기름 값이 서울에 이어 전국 두번째로 높은 것인데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평균가격이어서 시외지역 등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받고 있는 주유소를 제외한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 지역의 주유소의 3월 셋째 주 현재 휘발유 값은 2000원 턱 밑인 리터당 1965원까지 치솟았다.

경유 역시 1855원으로 정부가 당초 경유 값을 휘발유의 85% 수준까지 맞추겠다고 했던 약속과 달리 현실은 90%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경제 발목을 잡으며 제주지역 고유가 실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정유사의 왜곡된 제주지역 유류 공급가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올해 1~2월 경북지역 정유사 유류 공급가를 살펴보면 그동안 제주지역 유류 공급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주장해온 주유소 경영주들의 원성이 단순한 아우성이 아니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휘발유.경유.등유 등 주요 유종별 유류 공급가가 두 달 동안 리터당 최소 38원에서 최대 77원까지 제주도가 경북지역에 비해 높았다.

▲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올 1~2월 경북지방과 제주지방의 주유소 유류 공급가격(리터당)을 비교한 결과 정유사들이 다른 지방보다 제주도내 리터당 최고 80원 가까이 비싸게 공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도민은 '봉'?…매년 주머니서 수백억원 더 빠져나가

2개월 간 평균 유류공급가 역시 제주도가 휘발유 47.8원, 경유 63.4원, 등유 49.2원씩을 경북지역보다 정유사에 더 내고 있었다. 결국 최종적으론 제주도민들은 타 지방보다 리터당 최소 50원 이상의 기름 값을 더 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8년 11월 (사)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지회가 밝힌 제주지역과 타지역 유류공급가에서도 당시 제주지역 휘발유 공급가가 리터당 1517원이었지만 경북은 1409원, 전남.광주는 1370원으로 제주지역이 각각 108원, 147원이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유와 등유 등 다른 유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09년 기준 제주지역 연간 유류 총 사용량은 약 5억2713만7000 리터다. 이 중에서 휘발유가 1억54만 리터, 등유(실내용.보일러용) 8308만3000 리터, 경유 2억6396만1000 리터, 그밖에 중유 7623만9000리터 등을 차지하고 있다.

연간 유류 총사용량에 현재 타지역 유류공급가와의 차액을 계산해보면 제주도민들은 매년 수백억 원의 기름 값을 추가 부담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1~2월 경북지역 유류공급가격표. G는 휘발유, K는 등유, D는 경유.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정유사에 "공급가 내려달라" 요구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에 대해 모 주유소 경영주 A씨는 “정유사나 대리점에 공급가를 내려 달라는 요구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다. 아무리 얘기해도 씨도 안 먹히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왜 유독 유류 유통에만 물류비 등 유통비용을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라면에는 유통비용이 안 들어가나?”며 꼬집고 “라면 값이 육지와 제주도가 똑 같은 것처럼 유류 공급가도 같아야 하는 것 아니냐. 수십년째 비싼 기름을 쓰고 있는 제주도 소비자들과 주유소들은 점점 골병드는데 정부와 정치인들은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대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기름 값이 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며칠 전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이 투명하지 않다”며 정유업계의 횡포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묘하기로 치면이야 제주도의 기름값이 가장 묘하다. 

정유사들이 제주지역에 공급하는 유류가격이 불투명하고, 이처럼 왜곡된 고유가의 실태가 정유사들 간 부당한 담합이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독과점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면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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