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제주 고유가 비밀] ④기름값 道의 관심과 비례
‘가격담합’ 의혹, 정유사 겨냥 공정위 움직여야 여론 ‘비등’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유류가격은 서민경제를 울고 웃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공급되는 제주지역 유류가는 도민들을 웃는 일보다 매번 울게 만든다. 고유가 부담으로 인해 시설재배농가들이 생산을 중단하는가 하면 어민들 또한 출어를 포기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제주도 유가가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물류비용이 필요한 삼지역 특수성 때문에 ‘섬이니까 비싸겠지’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제주지역 고유가의 비밀이 물류비용이 아니라 국내 정유4사의 담합이나 시장 독과점 지위, 비정상적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게 주유소업계의 오랜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곡된 고유가 실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제주의소리>가 타 지역보다 비싼 제주지역 유류가의 비밀을 기획연재 보도한다. <편집자>

기름 값이 날뛰고 있다. 누구는 “미쳤다”고까지 한다.

1ℓ 휘발유 값이 20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주로 생계형 차량에서 많이 쓰는 경유도 1800선대를 넘어 1900원대를 넘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주지역 휘발유·경유 가격은 전국 최고라는 딱지가 늘 따라붙는다. 이쯤 되면 서민들 등골이 휜단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제주지역 휘발유 가격이 전국 최저를 기록한 때가 있었다.

#상황1.
지난 2008년 3월. 제주지역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ℓ당 1628.86원을 찍었다. 서울(1701.33원)는 80원 가까이 쌌다. 전국 최저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제주도가 그해 3월10일부터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분을 주유소의 이익으로 흡수하지 못하도록 매일 주유소별 유가를 언론과 도청 홈페이지에 공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 결과였다.

# 상황2.
2011년 3월28일. 제주도가 ‘제주지역 휘발유 가격 전국평균 유지 안정화 돌입’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전국 평균가격을 유지하는데 합의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휘발유는 전국평균에 비해 3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 분

2.16

2.27

3.2

3.15

3.25

전국

평균

휘발유

1,850.77

1,868.82

1,886.00

1,946.71

1,962.76

경유

1,652.85

1,674.83

1,693.06

1,762.64

1,788.55

제주

휘발유

1,872.28

1,879.63

1,927.90

1,961.26

1,965.49

차액

21.51

10.81

41.90

14.55

2.73

제주

경유

1,705.95

1,741.51

1,790.42

1,839.15

1,839.73

차액

53.10

66.68

97.36

76.51

51.18

전국대비(%)

휘발유

1.16

0.57

2.22

0.74

0.14

경유

3.21

3.98

5.75

4.34

2.87

이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도가 적극 나섰다는 점. 주유소별 기름 값을 매일 인터넷을 공개,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돌려줬다는 점이다.

도정에서 기울인 관심 정도에 따라 기름 값 역시 오르내리는 폭이 비례했다.

하지만 도정에서 관심을 조금이라도 멀어하면 기름 값은 곧바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원위치’ 해버리곤 했다.

일단 제주도에서는 제주지역 기름 값이 전국적인 상황과 비교해 높다는 데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도내 유류 공급구조, 유통실태, 타 지역에 비해 유가가 높은 이유를 면밀 분석하고 있다. 조만간 ‘제주지역 유류 안정화 대책’을 세워 추진할 계획이다.

역으로 해석하면 지금까지는 이러한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공을 들이는 것은 ‘현물시장 제도’ 도입이다. 이를 위해 요즘 지식경제부 출입 횟수가 부쩍 늘었다.

현물시장이란 거래가 성립되는 시점과 대금 결제 시점이 동일한 시장을 말한다.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될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의미하는 선물시장의 상대 개념이다.

이에 대해 강승부 스마트그리드과장은 “현물시장 제도만 도입돼도 주유소와 정유사간 직거래가 성립, 대리점 마진을 걷어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제주도의 대응이 미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유소 업계에서 제주지역 기름 값이 가장 높은 이유로 정유사의 ‘담합’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고 보면, 제주도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주유소만 비틀게 아니라 정유사를 겨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김우남 국회의원의 요구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조사, ‘가격 담합’ 사실을 밝혀내고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있다. 치솟는 기름 값으로 등골이 휘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제주도가 해야 할 일이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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