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물세계포럼] 보리스 제주도개발공사 연구원
"부드러운 제주물, 맥주 산업서도 최고 경쟁력"

“대규모 맥주 기업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제주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게 될 것이다”

보리스 데 메조네스(Boris de Mesones) 제주도개발공사 연구원은 4일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린 ‘제3회 제주물세계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 보리스 드 메조네스 제주도개발공사 연구원 ⓒ제주의소리
보리스 연구원은 ‘제주물’을 들며 제주맥주의 경쟁력을 높이 샀다. 맥주의 대륙 유럽을 비롯 세계 맥주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명실상부 맥주 전문가인 그는 “제주 화산수는 부드러워 고품질 맥주를 만드는 데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보리스에 따르면 대규모 양조장들이 쓰는 물은 부드러운 고품질 물을 얻기 위해 처리 과정을 따로 거친다. 대규모 양조장들이 원하는 수준의 물을 제주서는 수돗물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을 정도여서 물처리 공장이 따로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부드러운 물은 특히 ‘라거비어’(생맥주의 보존 취약성을 보완해 병이나 캔에 넣어서 팔기 좋게 만든 맥주. 즉, 저장 맥주) 용으로 좋다.

이런 물은 다양한 향을 첨가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보리스는 “제주는 감귤 산업으로도 유명한데 감귤과 환산수를 합쳐서 맥주 산업을 생각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점도 지적됐다. 보리스 연구원은 “제주에서 나는 보리의 질이 다 다르다는 문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보리스 연구원은 수년째 제주보리로 직접 만든 맥주를 일반에 판매해 오고 있다. 그는 “제주 전역에서 농부들이 제각각의 기술과 비료를 사용해 보리를 재배하기 때문에 보리의 질이 제각각이었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재배과정에 개입해서 생산과정을 통일 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생산된 고품질의 보리는 고가로 판매돼 궁극적으론 농가에도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리스 연구원은 제주만의 독특한 맛에 대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영국의 유명 흑맥주인 ‘오이스터 스타우트(Oyster Stout·굴이 첨가된 흑맥주)'를 예로 들며 제주 해산물을 이용한 맥주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보리스 연구원은 “제주 해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복을 흑맥주와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다. 제주의 녹차를 맥주에 적용할 수 있다. 벨기에서도 녹차를 활용한 맥주를 만든 적 있다. 물론 쉽지 않지만 연구를 통해 제주만의 레서피(Recipe)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맥주가 갖는 산업적 효과도 언급했다. 스페인 태생이지만 독일 베를린 대학에서 MBA 과정을 거친 후 금융권에 종사했다고 소개한 보리스 연구원은 “맥주를 만들 때마다 현금의 흐름 등 경제적인 면을 고민한다”면서 “지역 양조장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맥주를 사게 되면 도외로 자금이 유출되지만 지역 양조장서 직접 만들어 판매한 돈은 제주 내에서 돌기 마련”이라며 “제주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제주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는 제주가 ‘소규모 양조장 혁명의 세계적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독일 등 유럽에서 소수 대규모 양조장들이 맥주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은 소비자들의 맥주 선택권을 제한시켰다”면서 “1990년 이래로 나타난 작은 규모의 양조장들은 ‘전문 맥주’를 만들면서 특이한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징은 미국 내 맥주시장 성장률에서 두드러진다. 보리스는 “소규모 양조장서 만들어진 맥주량이 매년 꾸준히 12%씩 증가해 왔지만, 전체적인 맥주량은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보리스는 제주 맥주 생산 과정에 연구자로 동참하면서 가진 비전을 내비쳤다. 그는 “독일이나 벨기에처럼 제주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맥주를 만들어 내면 일반 대규모 양조장들은 흉내내기가 어렵게 된다. 이를 통해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인 소규모 양조장의 혁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 후 제주에 거주하면서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주보리로 만든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맥주는 보리스 연구원이 운영하는 맥주 전문점 '모던타임'과 '보리스 브루어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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