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서 만난 석정민 사진작가.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서 만난 석정민 사진작가.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서 만난 석정민 사진작가.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철거소식에 달려온 석정민 사진작가 "더갤러리 그 자체가 명물,  이걸 보러 세계각국서 올텐데..."

프랑스의 상징인 파리 에펠탑은 1889년 건설 당시만 해도 흉물로 여겨졌다. 문화계 인사들이 에펠탑을 철거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120여년이 지난 지금, 이를 보기 위해 연간 700만명을 유료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파리의 명물이 됐다.

서귀포시 중문 앵커호텔 부지 내에 위치한 ‘더 갤러리-카사 델 아구아(이하 카사 델 아구아)’. 지금은 고인이 된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유작으로 앵커 호텔 공사 진행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 탓에 허물어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았다.

이 같은 위기에 맞서 세계적 건축 거장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 곳곳에서 들썩이고 있다. 국내서 내로라하는 조각가 20명이 ‘레고레타 그의 공간을 품다’를 주제로 8월 6일까지 전시를 여는가 하면 레고레타의 고국인 멕시코에서도 공식적인 철거 반대 입장을 내놓은데 이어 우리나라 건축가들도 성명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갤러리 내부에는 물도 전기도 나오지 않아 ‘찜통’과 다를 바 없는데도 아랑곳 않고 하루 150여명의 방문객이 드나들고 있다. 카사 델 아구아에 대한 호기심 반, 철거에 대한 걱정 반에서 이어지는 발걸음이다.

▲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서 만난 석정민 사진작가.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1일 오후 ‘카사 델 아구아’ 전시장 내부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이가 눈에 띄었다. 바로 현대 건축물 전문 사진작가 석정민 씨였다. 그는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비행기에 올라탔다. 오전에도 이미 두 시간은 푹 빠져 사진을 찍고 나온 참이었다.

석씨는 “갤러리가 막 지어지던 당시까지만 해도 사진 촬영 자체가 금지됐던 터라 와서 와보질 못했다. 지난해 이타미 준 선생님이 총괄을 맡았던 영어교육도시 촬영 왔을 때에도 들렀는데 문이 잠겨 내부를 볼 수 없었다”며 “이번에 헐릴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바로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을 처음 마주하던 때를 떠올렸다. “사부님이 찍어온 작품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뭐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며 “더 갤러리만 해도 그렇다.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아도 작품이 된다. 하루 24시간 햇빛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느낌이 달라진다”고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

▲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서 만난 석정민 사진작가.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그는 철거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작은 모델하우스였지만 이 건물의 가치를 놓고 본다면 충분히 보존할 이유가 된다. 저 건물로 하여금 제주로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씨는 “프랑스만 해도 에펠탑 하나 보려고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더 갤러리가 남겨진다면 언젠가는 제주도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 파빌리온 촬영을 갔을 때를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독일에서 그 건물 하나를 보기 위해 교수와 학생들이 견학을 와서 수업하는 장면을 보고 굉장한 인상을 받았단다. 그는 “이 건물도 마찬가지다.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을 보러 멕시코까지는 가기 어렵지만 한국은 비교적 쉽다”며 “그것도 아시아에 (일반 공개가 되는) 리고레타의 작품이 하나뿐이라는데 그 가치는 말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영측이 더 갤러리가 해안 조망을 가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 마디 보탰다. “오히려 더 갤러리로 하여금 시민들과 호텔 이용자들에게도 더 좋은 조망을 제공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서 만난 석정민 사진작가.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건물 안에서 10분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찜통과 다를 바 없는 전시장 내부에서도 그는 카메라를 바꿔가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땀에 절어도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를 떠올리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는 “비싸서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좋아서 살고 싶은 집”이라며 “설령 이 건물이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고 봤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건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전에 미리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석씨가 말을 이어갔다. “오전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르지 않냐”며 “해의 방향에 따라 이렇게도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이곳의 사계절 모습이 궁금하다. 부디 이 작품이 지켜져서 또 사진을 찍으러 오고 싶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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