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무산 때 정치적 책임 언급 없어...동의안 통과여부는 불투명

▲ 10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제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우 지사는 이날 의회에 ‘원 포인트’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승부수를 던졌다. 비록 ‘여론왜곡’이라는 지적을 받긴 했지만 언론3사에 맡겨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인 찬성(85.9%) 여론을 등에 업고 행정시장 직선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도의회를 향해서는 “대의기관으로서 도민들의 강렬한 여망을 현실화시키는 일에 적극 협력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로, 동의안 처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도의회가 동의안을 통과시켜주면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안을 적극적으로 관철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을 경우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 여전히 ‘정쟁’의 소재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의회에서 부결됐을 경우에는 책임을 의회 탓으로 돌려 내년 도지사선거에 대비한 방어막을 치려 하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되면 좋고, 안 되도 밑질게 없는 양수겸장 노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동의안 제출, 원 포인트 임시회 요청…어떻게 되나?

우 지사는 10일 오후 3시30분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문제만을 단독으로 다룰 ‘원 포인트’ 임시회 소집도 요청했다.

우 지사는 “제주도의 발전과 도약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개선 과제로 도민의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본격 추진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도의회의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 포인트 임시회 소집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우 지사는 특히 “도의회가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통과시켜주면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이 중앙정부 및 국회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지사가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관철시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다”며 동의안 통과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우 지사는 이어 “행정시장 직선제는 행정시 단위의 의회는 구성하지 않되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제도”라고 설명한 뒤 “선출직 행정시장이 생활자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시장의 정당 공천은 배제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제주도가 ‘원 포인트’ 임시회 소집을 요구함에 따라 도의회는 15일 이내에 의회를 소집해야 한다. 역순하면 늦어도 25일까지는 임시회를 열어야 한다.

도의회는 빠르면 금주 중 임시회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어서 임시회 일정 및 해당 상임위원회 논의 여부, 처리 방식 등을 어떻게 결정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새누리·민주당 “차기 도정과제로 넘겨라” 당론 유지…이탈표 나올까?

일단 동의안이 도의회에 제출되더라도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동의안이 처리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2/3(28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부결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제주도당은 논의와 결정시기에 대해 다음 도정으로 넘기는 것을 공식화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희수 의장, 강지용(새누리당)·고희범(민주당) 도당위원장 등은 최근 3자 회동을 통해 언론3사에 맡긴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대외에 공표까지 했다.

일단 표결에 들어간다면 ‘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의원들이 당론을 거스를 가능성은 낮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천권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권 및 도의회의 정서를 모를 리 없는 우 지사가 동의안 제출을 강행한 이유는 뭘까.

비록 여론왜곡 지적을 받고 있는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압도적인 찬성 여론(85.9%)을 등에 업고 일단 의회를 흔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결국 동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도의회가 발목을 잡아서 ‘공약’(행정시장 직선제)을 지키지 못했다는 출구전략까지 감안했을 수도 있다.

◇ “뚝심으로 밀어붙일까” vs “내년 지방선거 출마 명분 삼을까”…진정성 시험대

하지만 우 지사는 이렇게 도내 정치권·의회를 압박하면서 정작 본인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우 지사는 “의회에서 동의안을 통과시켜주면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이 중앙정부 및 국회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관철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만 피력했을 뿐이다.

이를 뒤집어 ‘그렇다면 관철시키지 못하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도민사회의 끝없는 물음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것이다.

이와 관련 박희수 의장은 지난 4일 9월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많은 도민들은 행정구조 개편의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여론조사의 방법, 절차, 내용 등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든 이번에 선택이 되면 당분간 바꾸기 힘들 것이다. 졸속으로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제도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우 지사가 져야 한다”고 우 지사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우 지사는 이날 회견에서 “의회에서 부결될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당장 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우 지사가 쥘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도의회의 ‘부동의’에도 중앙정부 및 국회를 설득하며 행정시장 직선제를 관철시키는 뚝심을 발휘할 지, 아니면 ‘의회 탓’으로 돌리며 내년 지방선거 쟁점화에 대비할지, ‘자치권 부활’에서 비롯된 행정체제 개편 공약의 진정성이 그야말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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