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훈 동부서 수사과장이 13일 오후 1시 현직 공무원의 보조금 빙자 사기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하우스시설 보조'에 속아 36명 13억 피해...피의자 사용처 함구 '수사 확대' 

농업 관련 사업소에 근무하는 현직 공무원이 농민을 상대로 벌인 사기행각의 피해규모가 12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3일 오후 1시 브리핑을 열고 다수의 농민을 상대로 보조금을 빙자해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상습사기)로 모 사업소 소속 공무원 허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2013년 2월 업무와 관련해 평소 알고 있던 서귀포시 표선면의 농민 강모(57)씨에게 접근해 감귤하우스 시설 지원비를 보조해 주겠다고 속여 455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허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2013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36명을 상대로 13억원 가량을 가로채고 실제 감귤하우스 시설 지원비를 보조해 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허씨는 피해자들로부터 자기 부담금이 들어있는 통장과 비밀번호를 건네받아 현금자동인출기를 통해 자신 또는 부인의 통장으로 이체해 가로채는 수법을 이용했다.

현재까지 경찰에 확인된 피해자만 36명이다. 당초 허씨는 지인을 통해 범행을 저질렀으나 피해자들이 서로 지인을 소개시켜 주면서 오히려 농민들끼리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농민들은 “올해 하우스시설 보조금 3억원이 남았으니 빨리 신청하라”는 허씨의 말에 속아 줄줄이 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가 실제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도 믿음을 키웠다.  

허씨는 보조금 지원사업이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피해자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처럼 자신이 소속된 관서장 명의로 공문서를 위조해 건네는 대범함도 보였다. 
 

▲ 피의자가 농민들을 속이기 위해 조작한 공문서. 해당 사업소장의 명의까지 도용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일부 농가에서는 실제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는 줄 알고 하우스 시설 업체를 통해 건축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재 납품 업체들의 2차 피해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시설 하우스 보조금의 경우 FTA 기금을 통해 국고보조 20%, 지방비 30%, 국고 융자 30%, 자부담 20%의 조건으로 지원되고 있다.

경찰은 허씨가 기존에 알려진 FTA 기금 지원이 아닌 "단순 보조금 지급"이라고 말해 농민 자부담분인 20~30%를 선납 명목으로 요구해 1인당 최대 6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허씨는 시설사업 보조금 지급과 관련없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피해자들의 거주지도 서귀포시 남원을 포함해 효돈과 표선, 제주시 구좌 등 다양했다.

현재 허씨는 사기금액 사용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경찰은 허씨의 압수계좌 분석을 토대로 허씨가 불법도박 사이트 이용시 입출금 거래와 유사한 자금흐름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돈이 어디로 빠져나갔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허씨가 소속된 사업소에 대해서도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자 추가 조사 여부도 검토 중이다.

양정훈 동부서 수사과장은 “농민들은 허씨가 공무원 신분이라 믿고 돈을 넘겼다”며 “일부 농민은 관련 보도가 나가서야 사태를 파악해 신고하는 일이 많았다. 피해액은 더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씨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검거직전까지도 범행을 해 영장을 신청했다”며 “혐의는 상습사기와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등 3가지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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