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하원 의석 과반을 민주당으로부터 빼앗았는데 이때 늘어난 공화당 의석 63석은 1948년 이후 최대의 기록이었다. 티 파티라는 이름을 내걸고 작은 정부, 낮은 세금을 주창했던 극우 시민운동의 지지도 한 몫을 했다.

그 후 2년 동안의 여러 국면도 결코 여당인 민주당 쪽에 유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하원 선거에서도 지역별 승자독식 제도 때문에 의석 수 면에서 과반의석 탈환에 실패했지만 전국적인 총득표는 민주당 48.8%, 공화당 48.5%로 오히려 민주당이 공화당을 앞섰다.

무엇이 여론의 물줄기를 바꾸었을까? 그것은 정부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자유방임에 대한 회의, 양극화에 대한 반성 등이 '정부'라는 중재자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초특급 허리케인 샌디의 출현도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정부의 대응이 반드시 만족스러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극한상황에서 구호의 손길은 정부로부터 올 것이었다. 증세를 반대하며 작은 정부를 외치는 이데올로기는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

재선된 오바마 정부의 첫 당면과제는 이른 바 재정 절벽(fiscal cliff)이다. 두 개의 요소가 겹쳐 있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첫째, 정부의 부채한도가 소진되어 미국정부가 부도사태에 직면했던 것이 작년 8월이었다. 이때 급조된 재정통제법(Budget Control Act)은 급한대로 일단 부채한도를 증액하되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최소 1조2000억 달러 만큼 감축할 것과 그 구체적 방안을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또한 하나의 압박 수단으로서 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013년부터는 법으로 정한 지출을 제외한 전 예산항목에 대해 감축목표 금액을 균등하게 안배해 몰수(sequestration)를 한다는 장치를 삽입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는 실패했고 예산몰수 장치는 이 법이 정한대로 내년 1월부터 자동적으로 발동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2003년부터 시행해왔던 '부시 감세'(Bush tax curs)가 금년 말에 종료된다는 문제가 겹쳤다. 금액 면에서는 후자가 더 크다.

이제라도 합의가 이루어지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여야 합의의 최종 시한은 이미 일년 전에 만료됐고 이제 예산 몰수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재정절벽을 모면하려면 이 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재정적자 감축 방법에 대한 여야 합의는 그 다음 일이다.

전망은 어떤가? 오는 금요일 양당 지도자들이 백악관에 초대되어 대통령과 함께 이 문제를 다룬다. 이 때의 분위기는 이제까지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 같은 선거일, 캘리포니아 주민투표는 그 동안 삭감되어 왔던 주정부의 공교육 예산을 복원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및 소득세 인상('Proposition 30')을 54%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것이 다른 주정부내지는 연방정부에 전달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 캘리포니아 주는 그 동안 증세 반대에 앞장서왔기 때문이다.

둘째, 공화당 하원 지도자 존 베이너 의원도 세율을 올리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각종 세금공제를 대폭 손질해 세금징수액을 증대시키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증세 자체를 완강히 반대하던 과거의 모습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셋째, 오바마 대통령도 최고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부시 감세'의 기한을 재연장할 듯하고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지출에 있어서도 공화당과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앞에 다가온 재정절벽

한편, 주식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직후 며칠 동안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대선 기간 중 양 후보가 똑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재정절벽의 가공할만한 형태가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밖에도 월 스트리트 개혁법의 본격적 집행에 따른 금융주의 하락, 그리고 배당금 과세에 대한 우려로 그 동안 배당성향이 높았던 전기 가스 및 전화산업 등의 주가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을 터이다. 반면에 의료개혁법의 시행에 따라 보험가입 환자가 늘어날 병원 및 의료 업계는 오바마의 재선을 반길 것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큰 흐름 면에서는 어제(11월13일) 현재의 S&P 500 지수와 다우지수가 연초 대비 각각 9.5% 및 4.4% 상승한 수준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임박한 재정 대협상의 결과에 따라 미국 발 크리스마스 랠리가 세계 경제의 어두운 장막을 조금 걷어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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