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作 '올레길 연가(고요아침·1만원). ⓒ제주의소리

“어렵지 않은 시, 읽을수록 맛이 나고 감동을 주는 건강한 시들이 영상, 인터넷, 트위터 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 오연호 作 '올레길 연가(고요아침·1만원). ⓒ제주의소리

세상은 그에게 빨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등을 밀었다. 예순을 넘기고 하나 둘 씩 감투를 내려놓자 ‘천천히 걷는 것’과 같은 삶, ‘순응하며 사는 삶’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올레길을 걸으며 그는 삶을 돌이켰고 연가를 쓰기 시작했다.

오영호 시인의 시조집 <올레길 연가>가 고요아침 한국대표 정형시선(18)으로 나왔다. 시집 <풀잎만한 이유>, <화산도 오름에 오르다>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시집을 펼쳐들기 전 ‘정형’이라는 딱딱한 말에 멈칫 하게 된다. 일상에서 흔히 쓰던 단어를 ‘시적 율격’이라는 틀에 가지런히 널어놨을 뿐이다. 입에서 굴리니 오히려 진한 리듬감이 느껴진다. 올레길을 몸으로 걸으며 넘치던 마음의 조각을 구김 없이 펼쳤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나를 내려놓고/돌담 구멍 사이로 나드는 바람소리에/사어를 어루만지며/묻고 또 묻는 것// 혼자이면 어떠랴/놀멍쉬멍 걸어간다/길가에 뿌리내린 들꽃들 눈웃음에/잊었던 고전 말씀이/파릇파릇 돋아나고 - 올레길 연가 1

김병택 제주대 교수는 “그는 자연을 의인화하기도 하고 관조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삶과 삶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적인 것들,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시인의 정신적 활동의 궤적”이라고 평했다.

오 시인은 제주시 연동 출생으로 제주시조문학회 창립 멤버다. 198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제주시조문학회장과 제주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한국작가회의, 한국펜클럽제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고요아침. 142쪽. 1만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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