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복지부 "해당병원 문제...허용입장은 변함없어"...제주도는 '난감'

보건복지부가 사업계획승인을 보류한 싼얼병원 조감도. <제주의소리 DB>

국내 1호 외국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 설립 계획이 보건복지부의 제동으로 무산됐지만, 외국 영리병원 추진에 따른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복지부의 사업계획 승인 '잠정 보류'가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체계 미흡, 줄기세포 시술 우려 때문이지 국민건강보험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우려는 이번 판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실제로 복지부 관계자는 22일 승인 보류 방침을 밝히면서 "투자개방형 병원을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허용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해당 병원의 경우 많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 자체에 문제가 있어 사업계획 승인을 보류한 것일 뿐 영리병원 허용 방침은 유효하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앞으로 외국 영리병원 설립이 시도될 때마다 공공의료체계 훼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제주특별법에 의해 외국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 제주에는 과거에도 몇차례 외국 영리병원 설립이 시도됐다. 일본의 의진회와 미국의 PIMD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국내 한 의료법인이 외국 영리병원 설립을 타진했으나 외국자본 투자비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보건의료특례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외국의료기관은 자본금이 미화 500만달러 이상, 외국인의 투자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제주와 같이 외국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6곳이다.

반면 허가권은 제주도만 유일하게 지사에게 있다. 복지부장관은 사업계획 승인 여부만 판단할 따름이다.

복지부는 우선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체계를 문제삼았다.

국내 1호 외국계 국제병원으로 기록될 뻔 했던 병원의 명칭은 '싼얼병원'. 중국 천진화업그룹의 한국법인인 CSC가 설립 주체다.

CSC는 지난해 7월16일 중국에서 제주도의 한라병원과 진료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응급상황에 대처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7월26일 MOU 파기로 사업계획에 중대 결함이 생겼다. 싼얼병원은 피부.성형.내과.검진센터 등 진료과목이 4개에 불과한 48병상 규모의 소형병원으로서 제주도내 종합병원과의 진료연계가 필수적이었다.

종합병원인 한라병원은 외국인환자 유치 선도병원이다.

복지부는 최근 성형수술 중 발생한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가 빈번한 상황에서 싼얼병원이 응급 대응 의료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줄기세포 시술 우려는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CSC는 중국 현지에서 줄기세포 시술 등으로 엄청난 부를 일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줄기세포 시술은 불법이다. 일단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의료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일일이 임상시험 등을 거쳐 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자가 줄기세포 시술이라도 모두 불법이다.

줄기세포 시술이 문제가 될 것 같자 CSC는 제주도에 줄기세포 관련 시술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했고, 제주도는 이를 토대로 8월5일 복지부에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했지만 복지부는 당초 사업계획에 나온 '줄기세포 치료.연구'를 걸고 넘어졌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진료내역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쉽지 않은 국제병원의 특성상 불법적 줄기세포 시술 등에 대한 의료감시체계 확립이 반드시 필요하나 현재 제주도의 모니터링 계획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CSC는 법인의 명칭까지 일부 손질했다. CSC는 당초 '차이나스템셀헬스그룹'(China Stem Cell Health Group)의 줄임말이었으나 '차이나 싼얼 헬스케어 컴퍼니'로 바뀌었다. 줄기세포를 뜻하는 스템셀을 없앤 것이다.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외국의료기관 설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제주도는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도는 올 1월8일 CSC와 투자협력에 관한 MOU까지 체결했다. 외국의료기관 설립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한 관계자는 "법인명을 고치고 줄기세포 포기 각서까지 받아 복지부에 제출했는데 난감하다"면서 "CSC는 25억원을 들여 이미 사업부지까지 마련했다"고 말했다.

외국 영리병원이 공공의료체계 훼손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내국인도 이용은 가능하지만, 건강보험은 물론 의료급여가 전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제주특별법 제192조에 외국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기관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럴 경우 의료비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제주도는 외국의료기관의 진료 과목이 한정적인데다, 암과 같은 중대 질환을 다루지 않으므로 내국인 이용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공공의료 기반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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