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증자참여 논란...“법안 때문에 불가피” VS "차라리 출자금 회수하라"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의 증자 참여 요구를 번번이 거부했던 제주도가 뒤늦게 100억원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지자체의 지분이 10% 미만이면 주식을 처분하도록 하는 정부의 제도 개선 움직임과 장차 ‘발언권’ 강화, 이익배당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100억원을 출자하더라도 경영권 면에서 변화가 거의 없어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데 들러리만 서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주도는 내년 제주항공에 100억원 가량을 출자한다는 목표 아래 제주항공 최대 주주인 애경그룹 등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

이럴 경우 제주도의 지분은 13.6%로 높아진다. 현재 제주도의 지분은 4.5%. 제주항공의 총 자본금은 1100억원이다. 애경그룹 901억원, 한국산업은행 100억원, 제주도 50억원, 기타 49억원으로 구성됐다.

2005년 제주항공 출범(운항개시는 2006년) 당시 총 자본금은 200억원으로 제주도의 지분은 25%였으나, 이후 7차례 단행된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결국 4.5%로 곤두박질했다.

제주도는 증자 참여 요구를 거부할 때마다 도의회의 ‘부대조건’을 이유로 들었다. 2004년 출자를 승인할 당시 도의회는 ‘더이상 출자는 안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분이 계속 떨어지면서 제주도의 발언권은 점점 약해졌고, 제주를 연고로 출발한 제주항공도 제주와 차츰 멀어져갔다.

제주 기점 국제노선을 폐쇄하는가 하면 항공요금 또한 ‘저비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형 항공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도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게됐다.

제주도가 유일하게 기댄 부분은 제주항공 출범 당시 애경그룹과 맺은 협약. 협약서 6조에는 신규 노선을 개설하거나 요금을 인상할 경우엔 반드시 사전에 제주도와 협의를 거치도록 명시됐다.

지난 2012년 제주도는 제주항공이 사전 협의 없이 요금을 올리려하자 이 협약을 근거로 가처분 신청을 내 요금 인상을 유보시키기도 했다.

제주도의 추가 출자 계획은 지난해 11월15일 ‘2014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에서 비롯됐다.

당시 우근민 지사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문제를 언급하다 “제주항공은 우리 도에서 설립 출자한 항공사로서 앞으로 전문가들과 도민 의견을 수렴해 공항 확충에 따른 지역 거점항공사로 육성하기 위한 도민적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출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 지사는 그해 11월21일에도 도의회 정례회에서 제주항공 설립 목적을 따지는 의원 질문에 출자총액을 50억원으로 제한한 의회 탓을 하면서 “제주도가 출자를 못하니까 이제는 사실상 대주주로서 권한이 없어져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이때부터 출자 계획은 급물살을 탔다.

제주도는 무엇보다 제도 개선 움직임을 출자 명분으로 들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지자체의 지분이 10% 미만이면 그 지분을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해 11월14일 국회에 제출했다.

행자위에 계류중인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제주도로선 더 이상 제주항공에 대해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다는 논리다. 100억원도 지분 10%선을 감안한 액수다.

증자 참여를 기약없이 미루다가 제주항공이 상장이라도 하게 돼 주가가 뛸 경우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밖에 제주도는 내심 이익배당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다. 제주항공은 2015년 상장, 상장 2~3년 후 이익 배당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도의회 동의를 전제로 내년 증자 참여를 계획하면서 제주항공의 여러 주주와 접촉하는 한편 다음달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가 100억원을 더 출자한다고 해서 경영권 상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제주항공이 노선 폐쇄와 비싼 항공료로 제주도민의 빈축을 사온 마당에 제주도가 제주항공과의 어떠한 구체적 약속도 없이 무조건 증자해서 안행부가 추진중인 법안 통과에 대비하는 비용으로 100억원을  쓰겠다는 접근은 비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도민에게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혜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제주항공이라는 허울뿐인 이름표를 손에 놓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해본다”며 매매차익을 노린게 아닌지 의심했다.

이어 “제주도는 출자금을 회수하고 (애경그룹측에)표리부동한 ‘제주항공’이라는 이름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이 도민을 대변하는 도정으로서 갖춰야할 자세”라며 “회수한 출자분은 제주도민의 연륙수단을 안정화하는 기금으로 쓰는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더이상 출자하지 말라는 요구도 나름 일리가 있지만, 안행부 법안과 최소한의 제어장치, 그리고 장래 이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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