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 난개발 광풍](4) 투자이민제 타고 콘도 '붐'...'지하수 젖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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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디팰리스 콘도 조감도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기획부동산 바람처럼 분양형 호텔 사업자는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정된 지 수십년된 관광지와 유원지는 중국자본이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분양형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뿐만 아니라 제주관광지 개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주에 분양형 콘도미니엄 건설 붐이 일고있다. 중산간 난개발의 상징이 골프장에서 콘도로 바뀔 정도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 3월31일까지 휴양 콘도 승인은 38곳, 객실수는 4861실이다. 

같은 시기 관광호텔과 가족호텔, 호스텔 등 승인된 관광숙박업 2만168실의 25% 정도를 차지할 만큼 콘도가 제주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동안 제주는 분양형 콘도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분양형 콘도 바람이 불어닥쳤을까? 

바로 2009년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행되면서부터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10만㎡ 이상의 사업장 내 휴양콘도를 5억원 이상 사들일 경우 F2(체류비자)를 주고, 5년이 지나면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 영주권(F5)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톡톡히 혜택을 본 사업자가 바로 라온레저개발이다. 라온은 분양형 콘도 '라온프라이빗'을 2009년 내놓았다.

라온은 2009년 회계연도 기준 자본금 20억원, 자산은 약 1095억원이었지만 콘도 분양이 안되면서 부채가 1171억원으로 약 76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였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2010년 콘도 325실을 약 866억원에 판매하면서 경영이 호전됐고, 2011년에는 3000억원이 넘는 콘도 판매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게다가 라온은 당시 제주도가 처음 도입한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서 381억원의 세제혜택도 받았다.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와 중국인 관광객 열풍이 불면서 제주에 분양형 콘도는 대세가 돼 버렸다. 

2013년 8월말 현재 F2를 취득한 외국인은 362명. 대부분 중국인(351명)이다. 이들이 사들인 콘도는 총 827실이다. 

라온이 중국인을 겨냥한 콘도가 성공하면서 너도 나도 분양형 콘도를 짓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개발 부지가 한라산과 해안지대의 완충역할을 하고 있는 해발 200~600m 중산간 지역과 곶자왈 지대라는 것이다.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 함양지대, 그리고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특히 제주 난개발의 상징처럼 돼 왔던 골프장들이 잇따라 콘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환경파괴도 모자라 이제는 경관까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절차가 이행중인 중산간 개발사업지는 예외없이 콘도가 들어가 있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관광지의 경우 해발 460~560m 중산간에 콘도 180실을 짓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라온프라이빗으로 성공을 거둔 라온은 골프장 건설 예정지였던 '블랙나이트리조트'를 매입, '라온프라이빗Ⅱ' 건설을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라온은 ㈜해동이 지난 2009년 추진했던 블랙나이트 개발사업 계획(골프장 18홀, 숙박시설 215실)을 변경, 골프장은 9홀로 축소하고, 콘도 1028실, 호텔 59실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개발 유보지로 남겨뒀던 곶자왈 42만2000㎡까지 콘도 등 숙박시설을 짓는 것으로 계획, 곶자왈 파괴가 불가피해졌다. 

콘도는 사실상 영구시설물로 골프장 보다 환경, 경관파괴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콘도는 대표적인 '먹튀' 사업으로 분류된다. 환경을 파괴해가며 잔뜩 지어놓고 분양하기 무섭게 떠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전임 우근민 지사가 임기말에 잠재적 투자자들을 향해 '팔고 떠나버리는' 콘도 보다는 제주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분야에 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주문을 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평화로 일대 '차이나 비욘드 힐 관광단지'도 경관 교통 관련 심의를 마치고 도시계획위원회와 환경영향평가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차이나 비욘드 힐 관광단지는 해발 435~495m에 콘도 636실과 호텔 544실, 카지노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열해당리조트 역시 해발 370~495m 중산간 지대에 콘도, 호텔 등 숙박시설과 테마뮤지엄 등 비슷비슷한 개발사업을 계획중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자본이 직접 투자하는 신화역사공원 역시 콘도 1900실과 호텔 2880실을 계획하고 있다. 이호유원지도 콘도 1111실과 호텔 1127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자본까지 직접 분양형 콘도 사업에 뛰어들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해 사업자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는 숙박시설 수요.공급에 대한 자체 수급분석을 실시한 결과 3~4년 후 공급과잉으로 객실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분양형 콘도가 중산간 골프장이나 곶자왈 지대에 마구잡이로 지어지고 있다"며 "환경 뿐만 아니라 경관파괴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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