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jpg
입주자 대표 일부 성폭행 공소시효 ‘완성’...특수강간 3명도 ‘무죄’ 여부 관심

아파트에 사는 지적 장애여성 여러 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이른바 ‘제주판 도가니’ 사건에 대해 법원이 법률 개정 전 공소시효를 적용해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가해자 중 입주자대표가 대법원에서 일부 면소 판결을 이끌어 내면서 특수강간 혐의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석방된 3명의 가해자도 최종 무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 받은 박모(56)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제주시 모 아파트 입주자 대표였던 박씨는 2006년 5월부터 2013년 6월까지 7년에 걸쳐 아파트 내 지적장애 여성 4명을 모텔과 인근 과수원 등지에서 수차례 성폭행했다.

피해자 중에는 모녀 사이도 있었다. 특히 박씨는 임신한 여성을 낙태시킨 후 다시 성폭행을 하고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다.

법원은 그러나 2006년 5월 아파트 부근 과수원에서 지적장애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 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7년이 완성됐다는 이유로 기소에서 제외시키는 ‘면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적용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법)상 장애인 강간의 공소시효는 7년. 범행 시점인 2006년을 적용하면 2013년 5월에 공소시효는 끝난다.

2010년 4월 성폭법이 폐지되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이 만들어지면서 2011년 11월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사건(강간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문제는 당시 성폭력특례법 개정 과정에서 유독 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성폭력특례법이 개정 과정에서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지만 공소시효 배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부진정소급효’를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이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부진정소급효는 법률이 개정돼도 그 사안(공소시효)이 진행중일 경우 개정된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검찰은 개정안에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단순 누락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검찰과 1심 법원의 판결과 달리 ‘부진정소급효’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취지의 ‘진정소급효’ 결정을 내리면서 면소 판결을 확정지었다.

이번 확정 판결로 현재 상고심에 계류중인 해당 아파트 장애인 여성 집단 성폭행(특수강간) 사건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건 역시 공소시효(10년)를 다투고 있다.

고모(39)씨 등 3명은 2002년 4월 제주시내 모처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아파트 놀이터에 있던 여성 A(당시 23세)씨를 이씨의 집으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에서는 검찰측 진정소급효를 인정해 고씨에는 징역 10년, 이모(39)씨는 징역 8년, 김모(39)씨에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시효 10년 완료일인 2012년 4월 이전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에 경과규정이 없는 만큼 형사소송법상 법률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며 ‘면소’ 결정을 내렸다.

제주판 도가니 사건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시내 모 아파트 주민 7명이 장애인 이웃여성 7명을 상대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현재까지 7명 중 입주자 대표 등 4명은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아 복역중이며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 판결을 받은 고씨 등 3명은 항소심에서 석방돼 대법 판결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