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작년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사회적경제 시범도시’를 내세웠다. 당선 후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출범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1년의 기다림 끝에 제주 사회적경제의 밑그림이 될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이 공개됐다. 이 안에는 사회적경제의 필요성부터 현황, 비전과 기본구상, 구체적인 전략까지 담겼다. 말 그대로 ‘사회적경제 시범도시’의 청사진이다. <제주의소리>는 이번 종합발전계획에 담긴 핵심 과제를 진단하고, 사회적경제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지혜를 모으려 한다. [편집자 주]

[제주의 미래, 수눌음 경제] (3) 미래 제주 좌우할 사회적경제, 성공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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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 연구용역 보고서. ⓒ 제주의소리
중간지원조직인 지원센터가 거점 역할을 하고,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라면 이와 맞물려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할 방안도 필요하다.

제주도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은 제주 사회적경제 생태계활성화를 위한 5대 과제로 △중간지원시스템 구축 △사회적경제 인재육성 △사회적경제 친화적 시장 조성 △사회적경제 금융 지원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는 단계별로 나눠 진행된다.

눈에 띄는 건 사회적금융과 인재 육성 방안.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절대 빠질 수 없지만, 다른 세 가지 과제에 비해 그 관심도가 비교적 덜 했던 분야들이다. 

사회적금융 조성의 중요성은 사회적경제가 뿌리 잡힌 타 지역의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캐나다 퀘벡 주의 사회적경제를 총괄하는 민관 협력기구인 샹티에가 초창기 추진한 일이 ‘퀘벡사회적투자네트워크(RISQ)’라는 사회투자기금 설립이다. 이 샹티에 기금은 연방정부와 노동조합이 함께 투자해 탄생했다.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역시 협동조합 내부 기금, 협동조합 보험 등 사회적금융 체계가 든든한 힘이 됐다. 스페인 몬드라곤에는 연대기금과 노동인민금고가 있다.

사회적금융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경제가 정부 의존적인 비즈니스에 머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체 역량과 기반을 다지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의 지원 시책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면 당연히 원활한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일반금융기관을 통해 융자 기회를 얻기 힘든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애로점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번 발전계획에는 이 같은 맥락에서 ‘제주도 사회적경제 기금 조성 사업’을 포함시켰다.

대표적인 게 ‘사회투자기금’ 마련. 다양한 분야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사회적기업, 중소기업, 마이크로크레딧 지원자금, 사회적경제 내부 보유 적립금, 지자체 관련 예산 위탁 혹은 출연, 지역상공인, 기업사회공헌기부금 지역 할당 등을 통해 자금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을 롤모델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사회투자를 실현하기 위해 민간의 협력으로 총 1000억원을 조성해 일자리, 복지, 환경, 문화 등 취약한 사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투자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동아리가 스스로 기금을 조성해 비영리조직과 사회적경제조직의 성장을 지원하고 전문멘토링을 제공하는 시민 클럽을 활성화 시킨다는 구상도 있다. 이 역시의 서울의 ‘소셜벤처파트너스서울’을 본뜬 계획이다.

다만 제주도만의 구체적인 기금 조성 계획은 제시되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 기금을 끌어모을 것인지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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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XABAY

사회적금융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인력양성’이다.

사회적경제를 구성하고 이끌어나갈 ‘사람’들이야 말로 활성화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안 경제 모델을 이끌어갈 새로운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사회적경제기업의 리더와 지원 전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판이 깔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발전계획에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인재육성 방안이 별도의 세부 과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2016년 기반 조성 단계에서는 사회적경제 인재 육성 로드맵을 수립하고, 사회적경제 종합 아카데미 과정을 운영한다. 2017년~2018년 역량 개발 단계에서는 사회적경제 인재 육성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초중등학생용 수눌음경제 교과과정도 개발한다. 2019년~2020년 활성화 단계에서는 사회적경제 전문대학원을 설립한다는 게 최종 구상이다.

‘사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발전계획을 현실로 옮길 때 좀 더 장기적이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대목이다.

김자경 제주대 한국사회과학연구사업팀(SSK) 전임연구원(농학박사)은 “제주의 문제를 사회적경제로 해결하기 위해서, 또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요한 건 결국 ‘사람’, 바로 ‘인재 양성’”이라며 “인재양성은 중요하긴 하지만 성과가 굉장히 늦게 나타난다”고 중장기 계획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또 “대학교 졸업생들을 취직시키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하는 게 아니라, 초-중-고-대에서 사회적경제 문화를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 체계를 어떻게 갖춰나가가 중요하다”며 장기 로드맵의 마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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