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주도 30년, 제주 근로자임금 여전히 꼴찌” 특별법 전면개조 등 10대 공약 제시

박희수(더불어민주당) 전 제주도의회 의장이 27일 ‘자연과 사람, 삶이 중심이 되는 제주’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지자들과 함께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겸했다.

박희수 전 의장은 이날 오후 7시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 서쪽 3층 선거사무소에서 제주도지사 출마선언 및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특별법을 전면개조해 개발로 시름하고 있는 제주의 환경을 보존하고, 제주를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 복지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예비후보 등록은 시․도지사 및 교육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 첫날인 지난 2월13일 일찌감치 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희수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자신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특히 “제주개발특별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다. 그 동안 외국인들에게 땅까지 팔아가며 외자유치, 대규모 개발 등 별별 일을 다했다. 그런데 도내 근로자 평균임금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며 “그렇게 많은 개발을 했는데도, 결과가 이렇다면 개발정책은 수정돼야 한다. 그게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 전 의장은 지방의회가 부활한 1991년 첫 선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나이가 28세에 불과할 정도로 일찌감치 정치에 뛰어든 셈. 4년을 절치부심한 그는 1995년 결국 의원배지를 다는데 성공한다. 이때 최연소 지방의원 타이틀을 달았다.

이후 재선까지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는듯 했지만 2002년과 2006년 연거푸 쓴잔을 마셨다. 정가에서 잊혀질 때쯤 그는 2008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오뚝이처럼 일어섰고, 2010년 지방선거 때는 4선 고지에 성공하며 9대 의회 후반기 의장까지 역임했다.

이번 제주도지사 도전은 그에게 있어 9번째 선거 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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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수 예비후보 출마 기자회견에 참가한 지지자들.

박 전 의장은 “지난해 우리는 역사상 유례 없는 촛불시민혁명을 이뤄냈다. 국민의 힘으로 무능과 부패로 얼룩진 국정농단을 바로 잡고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며 “4.3의 역사적 아픔을 딛고 일어선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상생, 평화에 대한 갈망으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공정한 사회구현에 함께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제주도지사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우리에게 제주는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자연과 사람이 중심인 제주, 평화와 환경의 제주시대를 열기 위해”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겠다는 말로,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는 “저는 서문시장의 아들로 태어나 늘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해 노력했다. 네 번의 도의원에 당선되며 도민들의 선택에 신의와 책임을 다하는 의정활동을 펼쳤다”며 “의장 시절에는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자부했다.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시행된 지 30년, 마치 제주발전의 나침반과 같았던 국제자유도시 정책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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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수 예비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지역경제 총량 증대라는 긍정적 평가 이면에 모두가 잘 살 거라는 장밋빛 청사진은 물거품으로 변한 지 오래됐다”며 “국제자유도시 표방은 외자유치를 빙자한 행정권력 남용을 초래해 도민의 삶을 억압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역사회 갈등이 증폭됐고, 해외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는 이미 수습하기조차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며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상징은 자본과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 동안 도민행복을 외쳤던 도지사들은 철학 부재와 리더십의 한계, 천박한 자본의 논리와 내적모순에 갇혀 도정을 실패의 길로 내몰았다”고 원희룡 현 도정은 물론 전임 도정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박 전 의장은 “제주도는 현재 변화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다.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주차난과 땅값 상승, 환경훼손 등 걷잡지 못하는 사회 난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도민들과 함께 평화의 섬, 복지의 섬 실현이라는 기본원칙으로 준비된 기획과 전략으로 제주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며 혁신제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주를 혁신시켜나갈 10대 정책․공약도 발표했다.

으뜸 공약으로는 ‘제주특별법 전면 개조’를 제시했다. 박 전 의장은 “특별법 전면개조를 통해 개발 기존에서 환경보존으로, 세계평화의섬과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완벽한 복지의 섬 등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공재의 사유화 금지 및 국공유지에 대한 매매정책을 임대정책으로 전환 △지하수의 체계적 관리 및 풍력을 이용한 수익사업에 주민참여 보장 △구도심 상권활성화 대안 제시 △1차산업 부흥 위한 제도 개선 △청정제주에 맞는 획기적인 자연환경보호정책 수립 및 지역실정에 맞는 복지체계․정책 실현 등도 약속했다.

또 △배․보상을 포함한 4.3특별법 전면개정 △지역공동체 일자리 현실화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에너지빌딩 활성화 추진 △세계유일 남북이 공존하는 ‘비무장․중립․자치의 섬’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선에 참여하는 민주당 예비후보들에게는 “도덕성과 능력에 대한 검증 절차는 어떤 형식이 됐든 반드시 필요하다”며 주최와 횟수에 제한 없는 토론회․청문회 개최를 제안했다.

특히 ‘유리의성’ 의혹과 관련해 문대림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유리의성 감사를 맡은 게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것인지와 겸직과 관련해 의장에게 신고한 사실이 있는지 △감사 재임 중 수당 또는 급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받았다면 명목과 규모는 △공직자 재산공개 시 배당금 및 채권 등 성실히 등록했는지 △보유주식 백지신탁 이행 여부, 만약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위원회의 판정을 받았는지에 대해 답변해줄 것을 공개 요청했다.

박 전 의장은 “우리는 제대로된 후보를 검증하지 못해서 땅을 치고 후회한 일이 너무 많다. 오늘 문대림 예비후보에게 공개질의를 하는 것은 결코 의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만약 여러분들 중에 저의 공개질의가 의도적이라고 판단되면 저에 대한 낙선운동 하라”며 “의혹해소야말로 투명하고 멋진 경선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말로 성실한 답변을 주문했다.

박 전 의장은 끝으로 “상대적인 낙후와 소외의 역사를 딛고 미래에는 제주가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제주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불’을 밝혀 살맛 나는 제주, 가장 제주다운 제주, 누구나 행복한 제주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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