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안덕면 온천발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세...역학조사 비협조 사례 분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임시로 문을 닫은 서귀포시 대정읍 한 온천. ⓒ제주의소리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임시로 문을 닫은 서귀포시 대정읍 한 온천. ⓒ제주의소리

"예전에야 낯선 관광객들이나 경계했지. 이제 매일 보던 사이도 못 믿는거지. 그나마 단골 장사로 버텨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발길이 뚝 끊겼어요. 하루 종일 내 밥만 챙겨먹고 있네."

31일 낮 찾은 서귀포시 대정읍내 한 식당. 평소라면 점심장사로 정신 없었을 시간이었지만, 주인 김모(52)씨는 텅 빈 거리를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다. 김씨의 식당은 계절요리로 여름철엔 나름 손님도 붐볐지만, 올해는 달랐다.

'별로 할 말이 없다'며 퉁명스럽던 김씨는 한 번 입이 트이기 시작하니 응어리 진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음식 장사하면서 3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는데, 올해 장사가 해도해도 너무 안되니 처음으로 문을 닫아봤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게 돌아왔는데 이 일(코로나 지역감염)이 터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장사하는 것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건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까 마을을 다녀갔다던 확진자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왜 동선을 감춰서 피해를 키웠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꼭 책임을 물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옆에서 식사를 하던 또 다른 손님도 "온천이야 갈 수도 있지만, 왜 동선을 숨겨서 이 지경이 되게 했나"라고 역정을 내며 김씨를 거들었다. 그는 대정읍을 다녀간 확진자가 목회자 부부라는 점을 의식하며 "난 이제 교회 다니는 사람이랑은 말도 안 섞는다"고 분을 냈다.

코로나19 지역감염 우려로 등교수업을 전면 중단한 서귀포시 대정읍 학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지역감염 우려로 등교수업을 전면 중단한 서귀포시 대정읍 학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지역감염 우려로 등교수업을 전면 중단한 서귀포시 대정읍 학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지역감염 우려로 등교수업을 전면 중단한 서귀포시 대정읍 학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확진자가 일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정읍을 비롯한 제주섬 남서쪽 마을은 혼란에 빠졌다. 이미 "OO마을 누가 걸렸다더라", "방역복을 입은 구급차가 OO를 실어갔더라"하는 내용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문제가 커진 것은 제주 코로나 확진 29번-33번 목사 부부가 마을 내 다중이용시설인 온천을 방문한 이후였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날인 지난 23일 해당 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부부가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동선이 뒤늦게 알려진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임시휴장 안내문을 내건 온천 앞에는 몇몇의 직원들이 그늘 아래 더위를 피하며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이미 직원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내부 방역도 모두 끝마친 상태지만, 온천은 오는 9월 6일까지 문을 닫게 됐다. 몇몇 직원들은 내부의 가벼운 보수공사를 위해 일터를 찾았다.

온천 관계자는 "올해부터 손님이 종전의 2분의 1, 3분의 1 토막까지 났다. 매일 여는게 적자인 수준이었다"며 "곧 끝나겠지 싶었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탄산온천이 좋은 것을 아는 손님들은 꾸준히 찾아온다. 이번 일이 터지고도 '언제 문 다시 여느냐'는 문의도 있을 정도"라면서도 "다시 개장하고 난 이후가 문제다. 단골 손님 외에 누가 찾아오겠나. 이제 관광객들의 방문은 바랄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온천에서 시작됐지만 혼란은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대낮임에도 마을엔 행인들을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 지역감염 우려 탓에 한산한 서귀포시 대정오일시장.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지역감염 우려 탓에 한산한 서귀포시 대정오일시장. ⓒ제주의소리
코로나19 관광객 확진자가 다녀가며 문을 닫은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유흥주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관광객 확진자가 다녀가며 문을 닫은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유흥주점. ⓒ제주의소리

관광객 확진자가 다녀간 모 유흥주점 옆에 사는 한 주민은 "우리 집 할아버지(남편)가 밖에서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 했다"고 멋쩍게 웃으며 낯선 기자를 급히 피해갔다.

담장이 필요없던 학교는 문을 굳게 걸어잠궜다. 제주도교육청은 지역내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안덕면-남원읍 등의 모든 학교의 등교수업을 중단시켰다. 지역내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였다.

장날이 들어선 대정오일시장도 적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간간히 손님들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많은 수는 아니었다. 상인들은 서로 간에도 거리유지에 신경을 쓰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상인 A씨는 머리칼 끝으로 땀방울이 맺힐 정도의 무더위 속에서도 끝끝내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선풍기에 의지한 채 더위를 달랠 뿐이었다.

A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더울때는 잠깐 벗어놓기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때가 어느 때인데 마스크 한 번 잘못 벗었다가는 큰일나겠더라"며 "내가 걸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불안해서 손님들이 찾아오기나 하겠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안덕면 탄산온천에서 전파된 코로나19 확진자는 31일 오후 기준 총 6명으로 늘었다. 제주 29번, 33번, 40번, 42번, 44번, 46번 확진자 등이 온천에 방문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다. 이중에는 제주도청·제주시청 등을 방문한 확진자도 있어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 23일, 26일, 28일 산방산탄산온천 방문 이력자에 대해 코로나19 증상 발현과 관계없이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해당 날짜에 방문 이력이 있는 도민과 관광객은 반드시 외출을 자제하고, 관할 보건소에 문의 후 검사를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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