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코로나19가 제주관광에 던져준 교훈 살펴야...결국은 ‘관광의 질’이 관광 생명력 좌우

코로나 사태 속 제주를 방문환 내국인 관광객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생태관광을 즐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대유행은 제주관광에 해법을 던져줬다. 그 답은 ‘관광의 질’에 있었다. 어쩌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당연한 해법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자 되레 관광객의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양적 성장에만 매몰돼 한계를 답습해온 제주관광의 큰 숙제가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9월 ‘가을시즌 제주여행 계획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응답자를 대상으로 12월에 추적조사까지 벌여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계획조사에서 지난 가을 제주 여행을 계획한다는 응답자중 53.8%만 실제 제주를 찾았다. 

눈길을 끄는 조사 결과는 제주여행의 질 평가다. 계획조사에서 제주 여행의 질에 대한 긍정 응답자는 37.1%에 머물렀다. 부정은 14.5%. 하지만, 실제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의 추적조사에서 긍정 응답은 무려 57%로 19.9%p나 올랐다. 부정도 5.3%로 9.2%p나 크게 줄었다. 

제주 여행의 질이 높아진 이유를 주목할만 하다. 2개 복수 응답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1~3순위 모두 관광객 수가 적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55.5%는 ‘관광객이 적어 충분하게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어서’를 선택했다. 이어 ▲관광객이 줄어 이동 편의성이 증가해서 47.3% ▲유명 관광지·맛집에서 기다림이 적어서 45.3% ▲관광지·공용시설의 위생·청결 수준이 좋아져서 28.2% 등 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줄어들자 되레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결과다. 

제주관광공사가 실시한 추적조사 '여행의 질' 응답.

만족도가 높다는 점은 특히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만족도가 높은 관광은 반드시 높은 재방문율로 이어진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방문 관광객은 1023만360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도인 2019년(1528만5397명)보다 33% 줄어든 수치다.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로 사실상 발길이 끊기면서 전년보다 무려 87.7% 감소한 21만2767명으로 집계됐다. 내국인 관광객은 1002만23337명이며, 전년보다 26.1% 감소했다. 

제주 관광의 주요 고객은 내국인이다. 내국인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여야 제주 관광의 지속가능을 꾀할 수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감염증이 종식되고 나면 억눌렸던 내국인의 해외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코로나가 끝나면 제주 관광이 더 큰 위기에 빠진다고 말하는 이유다. 

코로나는 제주 관광에 많은 시사점을 건네고 있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서 관광객들은 각자가 알아서 사람들간의 접촉을 최소화해 제주 곳곳으로 퍼졌다. 제주 관광의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관광객들이 직접 다양한 관광을 찾아 나섰다는 의미다. 

최근 UN 산하 세계관광기구(UNWTO)는 제주관광공사가 도입한 '실시간 관광지혼잡도분석서비스( www.visitjeju.net/kr/bigdatamap )'를 주목한 배경이기도 하다. 

UNWTO 홈페이지에 소개된 제주의 빅데이터 기반 혼잡도 분석 서비스.

실시간 관광지혼잡도분석서비스는 제주의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다. 관광객들이 실시간 서비스되는 지도를 보면서 혼잡한 관광지를 피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였다. 또 관광업계도 변하는 관광 소비자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UNWTO는 제주의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도움될 수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스마트 관광의 리더(leader in smart tourism)’라는 극찬까지 써가며 호평했다. 

이제까지 제주 관광은 ‘많이, 더욱 많이’만을 외쳐 왔다. 

UNWTO가 제주를 주목한 이유와 코로나 사태 속 제주 방문 관광객의 만족도가 더 높아진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이들은 제주 관광에 지금보다 ‘천천히, 느리게, 조금 적게’를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관광공사 고선영 연구조사센터장은 “코로나 시국이라서 관광객들이 사람들이 적은 곳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모두가 사람 적은 곳을 원했다고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코로나 이후에도 향후 1~2년은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으로 추세를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태·공정관광 전문가인 고제량 조천읍 람사르 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제주 방문 관광객 트렌드가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제주에서 여유를 가지려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 사회 전반에 대한 인프라 등 수용력을 분석해 관광 수용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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