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긴급좌담회] 정치권-시민사회 시각 엇갈린 '정석비행장' 대안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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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제주의소리]가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를 주제로 마련한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에 따른 긴급좌담회'에서 정석비행장 활용에 대해 제2공항 대안 논의가 섣부르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패널들은 대안 논의에 앞서 제주도의 항공 수용능력에 대한 도민사회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사진 왼쪽부터 좌담회 진행을 맡은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 좌담회 패널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박찬식 제2공항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 진희종 시사평론가 ⓒ제주의소리

국토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환경부가 반려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사업 무산 수순을 밟으면서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석비행장 활용안'과 관련, 벌써부터 지역사회 내 의견이 치열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제주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으로 최근 대한항공 비행훈련장인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정석비행장 활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는 반면, 일각에선 제주도의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수용능력을 정확히 예측하고 도민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항공인프라 확충 논의가 이어지는 것이 순서라면서 정석비행장 활용 논의가 성급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민 수용성을 담보하지 못했던 성산 제2공항 실패를 교훈 삼아 항공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인지, 필수라면 어떤 규모인지 등을 판단하고 합의하는 '도민사회의 자기결정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6일 [제주의소리]가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를 주제로 마련한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에 따른 긴급좌담회'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이 읽혔다. 

오영훈 국회의원(민주당, 제주시 을)은 26일 긴급좌담회에 전화 연결로 참여해 정석비행장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제주의소리

국회 일정으로 전화 인터뷰로 좌담회에 참여한 오영훈 국회의원은 갈등해소 측면에서의 대안 마련이 불가피함을 전제하고, 정석비행장 활용안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 의원은 "제2공항 추진이든 무산이든 어떤 결정을 내려도 갈등 해소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갈등해소가 어렵겠다고 봤다"며 "그래서 직접 정석비행장을 방문해봤고, 확인하는 작업을 그동안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석비행장 길이 2300m, 폭 45m의 활주로에 항공등화시설, 계기착륙장치(ILS) 등을 이미 갖추고 있어 항공수요 확충 입지로 꾸준히 주목받아온 곳이다.

오 의원은 일단 정석비행장 부지 내에는 민가가 없으므로 거주 중인 주민을 이주시켜야 하는 등의 사회적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고, 소유주인 대한항공과의 대승적 논의가 오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지매입 협상도 다른 입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석비행장은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안개일수와 공역 등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후보지에서 일찌감치 배제된 곳이기도 하다. 

오 의원의 설명은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얼마든지 정석비행장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오는 29일 오 의원과 송재호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제주지역 공항인프라 확충 및 갈등해소 해법 모색 토론회'는 정석비행장에 대한 공항기술분야를 주로 검토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인천공항공사건설 자문위원이며 전 한국도로학회장을 역임한 김한용 박사가 주제발표를 통해 기술적 문제를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긴급좌담회에 참여한 패널들의 입장은 이와는 결이 달랐다. 정석비행장의 기술적 문제를 떠나, 그 이전에 제주의 항공수용력을 늘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도민합의를 이끌어내는게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패널로 참석한 갈등해결 전문가인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정석비행장 대안 제시는 정치권이 정서적 대안 성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주도의 환경적·사회경제적 수용력을 감안할 때 정석비행장과 같은 대안을 먼저 검토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대안검토 이전에 제주의 연간 방문객이 어느정도 들어오는게 적정한지를 정하는게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원장은 "그 이후에 인프라를 충당하자는 식으로 가야지, 전제조건이나 배경 검토 없이 정석비행장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은 국토부가 제2공항 사업을 추진하다가 오늘 이 지경에 이른 것과 비슷한 흐름이 될 우려가 있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성산 제2공항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박찬식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 역시 "제2공항의 핵심 쟁점은 제주의 환경수용력, 과잉관광과 난개발로 제주다운 모습을 잃고 있는 점,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는가가 가장 큰 문제였다"며 "적정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그 다음 대안을 가져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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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제주의소리]가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를 주제로 마련한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에 따른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 출신인 진희종 시사평론가는 제2공항 무산에 따른 서귀포시민들의 정서적 영향, 제도권 정치인들의 입장 관련 촌평 등을 내놓았다. 

진희종 평론가는 "서귀포시민들이 제2공항을 찬성하는 정서적 배경을 이해하는 편으로, 현실적으로 무산된 제2공항에 대한 박탈감을 해소하는 기대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정석비행장 활용 논의에 대한 산남 지역 여론을 조심스럽게 점쳐봤다. 

그러나 "(제주에) 비행장을 하나 더 짓느냐 마느냐가 핵심 쟁점은 아니다. 제도권(정치인)은 민의를 대변해야 한다. 대안을 모색해야 하고 대안 검토와 동시에 제주의 생태적 취약점을 고려해 적정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현 제주공항시설을 개선해 극복할 수도 있지 않겠나. 두가지(현 공항 확충, 정석비행장 등 대안 논의) 방안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한다"며 투트랙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제주 시민사회단체의 입장도 '수용력과 도민 자기결정권'을 전제해야 한다는 이런 입장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제2공항비상도민회의는 환경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가 결정된 직후인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 자연과 공동체의 본질을 훼손하는 과잉관광과 난개발은 멈춰야 한다. 제주 환경·사회적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이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는 1차 기준이 돼야 한다. 자본 위주의 성장보다는 도민의 삶의 질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에 2개의 공항은 필요 없다. 현 제주국제공항을 개선하면 불편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일각에서 제시된 정석비행장 활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초 제주 국회의원 3인이 공동 주최하기로 했던 29일 개최될 '제주지역 공항인프라 확충 및 갈등해소 해법 모색 토론회'의 경우 현재 오영훈-송재호 의원만이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서귀포시 지역구인 위성곤 의원의 경우 정석비행장과 같은 제2공항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 아니냐는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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