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오름 오르다 ‘멧돼지 무리’ 발견…4~5마리 무리지어 다니며 ‘위협적’ 모습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평소 오름 산행을 좋아하는 제주도민 정용석(46) 씨는 지난 25일 일행과 함께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바리메오름을 오르다 탐방로에 검은 물체가 길을 막고 있어 순간 너무 놀랐습니다. 

탐방로를 가로막고 있던 검은 물체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야생 멧돼지였고, 족히 200~300kg는 돼 보일만 한 성체를 비롯한 멧돼지 무리 4마리가 탐방로에 가만히 멈춰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정씨가 탐방로에서 마주친 멧돼지는 크기가 위협적인 성체 2마리와 새끼들로 보이는 어린 개체 2마리였습니다. 

그는 멧돼지 어미가 오름탐방로를 오르는 자신을 보고 새끼를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해 덤벼들까 이도저도 못하고 얼음장처럼 수분동안 멈춰서 있어야 했습니다. 자신을 노려보던 멧돼지가 한참후에야 새끼들을 데리고 유유히 숲속으로 사라지자 그제서야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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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정용석 씨가 최근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바리메오름 탐방로에서 마주친 야생 멧돼지 모습. ⓒ제주의소리

정씨는 “일몰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오름을 등반하다 탐방로 한복판에 서 있는 멧돼지를 발견했다”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덤벼들까 나무를 등지고 가만히 서 있었다. 여차하면 나무 위를 타고 올라갈 생각이었다”라고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멧돼지들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새끼를 데리고 다니고 있어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나를 공격할까 움직이지도 못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름을 자주 오르는데 최근 1달여 사이 멧돼지와 벌써 6번 정도 마주친 것 같다. 관광 성수기이기도 하고 사람들도 오름을 많이 찾는데 이러다 자칫 야생멧돼지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씀드린다”고 제보 이유를 말했습니다. 

정씨가 찾은 제주시 애월읍 바리메오름은 최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져 제주 오름들 중에서도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찾는 명소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오름을 오르기 전 넓은 들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인파들이 많이 몰리기도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멧돼지가 먹이를 찾기 위해 오름 아래로 내려와 사람들을 공격한다면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바리메오름에서 발견된 멧돼지들은 불과 1km 떨어져 있는 인근 골프장에도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보다 조금 먼 약 3km 떨어진 골프장에서도 멧돼지들이 발견된다는 신고가 최근 지자체에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멧돼지가 하루 15~20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며, 반경 약 2.3㎢ 범위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사실로 볼 때 바리메오름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 민가까지도 충분히 내려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제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골프장 인근에서 발견된 멧돼지는 5마리로 바리메오름을 포함한 인근 지역에 약 20마리 정도가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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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정용석 씨가 최근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바리메오름 탐방로에서 마주친 야생 멧돼지 모습. 이날 야생 멧돼지는 탐방로를 한참 가로막고 있다가 유유히 숲속으로 사라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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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정용석 씨가 최근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바리메오름 탐방로에서 마주친 야생 멧돼지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애월읍 지역 골프장에서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다음 주 중으로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을 통해 붙잡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전에 현수막을 걸어 주민들이나 골프장 이용객들이 멧돼지 포획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경찰 협조를 통한 야간 포획을 진행하는 등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바리메오름과 관련해서는 “바리메오름 멧돼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등 통행량이 많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면 주의사항을 비롯한 대처법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 게시도 고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해야생동물 포획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올해 제주시 지역에서 붙잡힌 멧돼지는 7월 28일 기준 총 64마리입니다. 서귀포 지역은 12마리며 도 전체는 총 76마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유해야생동물 포획단 포수들이 읍면동 신고를 받고 수렵한 결과로 멧돼지가 주로 포획된 지역은 ▲제주시 △해안동 △오라2동 △아라1동 ▲서귀포시 △남원읍 등으로 확인됐습니다. 

야생 멧돼지 포획은 읍면동을 통해 민원인 의뢰가 접수될 경우 해당 내용이 행정시로 전달되고, 행정시는 발견 지역에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을 보내 포획하도록 하는 절차로 진행됩니다. 제주시의 경우 10여 명의 포획단을 운영 중입니다.

만약 숲이나 오름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멧돼지와 맞닥뜨렸다면 바로 도망가거나 소리치지 않는 등 최대한 자극하지 않아야 합니다. 

멧돼지의 눈을 마주 본 상태에서 가급적 조용히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려야 하며, 뒤로 물러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옆으로 물러나거나 주변 은폐물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후 멧돼지와 거리를 벌려 대치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해당 지역 읍면동사무소로 멧돼지 발견 상황을 알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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