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오이, 크라예술센터, 제주연극협회 잇달아 공연

여름 무더위가 서서히 저무는 8월의 마지막 주, 제주에서 연극 공연이 잇달아 열리면서 관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제주에서 보기 힘든 1인극, 젊은 배우들의 조합, 그리고 제주연극협회 소속 극단들이 모두 참여하는 소극장 축제까지 여름밤을 장식한다.

# 배우 4명이 펼치는 가지각색 1인극

예술공간 오이는 27일부터 28일까지(오후 3시, 7시) 1인 창작극 ‘오이 마주서기’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배우 4명이 각각 1인극을 선보이는 구성이다. 출연진은 ▲김소여 ▲심희정 ▲현애란 ▲홍서해(이상 가나다순) 등 4명이다. 분량은 한 명 당 20분 가량이며, 공연이 끝나면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각자가 배우 겸 작가, 연출뿐만 아니라 조명, 음향 디자인 등 공연 전반에 걸친 요소들을 책임지면서 오롯이 자신 만의 무대를 만든다. 출연진 모두 여성 예술가라는 공통점에 청년과 중년으로 구분된다.

김소여 배우가 준비한 작품은 ‘인간 햄릿’이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홉의 희곡 ‘갈매기’에 등장하는 여배우 ‘아르까지나’의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 아들 ‘꼬스챠’가 자살한 이후, 아르까지나의 삶을 그려낸다. 

심희정 배우는 ‘거울 속으로’를 준비했다. 50세가 넘긴 ‘나’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 아침 식사를 차리고 있다. 그러다 심장이 조여드는 것을 느낀다.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다시 같은 증상이 반복돼 정신은 희미해진다.

'오이 마주서기' 출연진들이 공연 준비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예술공간 오이.

현애란 배우의 작품은 ‘그림자의 시간’이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엄마는 장애인 아이의 눈과 귀, 손발이 돼 평생을 살아가는 아이의 그림자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사회복지시설들은 장기 휴관하고 돌봄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홍서해 배우는 ‘초조한 집’을 공연한다. 홍서해는 “쫓기고 달아난 게 아니라, 초조한 지붕이 내려앉기 전에 지붕보다 한 걸음 먼저 이동했던 거예요”라는 문장으로 작품을 소개했다.

오이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참가자 4명이 본인만의 워크숍을 진행하고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가졌다. 더불어 “집단 창작의 특수성을 벗어나 예술가 개인으로서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라며 “배우들의 참여 여부에 따라 향후 지속가능한 예술축제로서 기대가 된다”고 소개했다.

관람료는 일반 1만5000원, 예술인패스 혹은 청소년은 1만원이다. 예매는 네이버에서 가능한데, 곧 예매창이 열릴 예정이다.

# 1920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크라예술센터’는 27일부터 30일까지(오후 7시) 연극 ‘그때도 오늘’을 공연한다. 제주 출신 오인하 작가가 글을 썼고, 연출은 최유라다.

이 작품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올해 1월 서울에서 초연을 가지고 이후 전국 순회 공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1920년대 경성(서울) 주재소 ▲1940년대 제주 중산간 ▲1980년대 부산 유치장 ▲2020년대 가까운 미래 최전방 등 네 가지 배경으로 각각의 작품을 엮은 옴니버스 2인극이다. 시대 배경은 저마다 다르지만 격동적인 한국의 근현대사를 짚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경성 이야기는 독립군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다 경찰에 붙잡힌 선배 용진, 후배 윤재가 주인공이다. 매질과 고문을 당하고 나란히 옆방에 갇힌 두 사람은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서로가 꿈꾸는 세상을 상상한다.

제주는 해안가 5km 이상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1948년 제주가 배경이다. 동네 친구 윤삼과 사섭은 해안가로 내려오라는 군의 방송을 듣지 못한다. 땅 주인인 윤삼은 사섭을 포함한 자신에게 땅을 빌린 모든 이웃에게 땅을 팔겠다며 비워달라고 말한다. 그날 밤 술에 취한 사섭이 윤섭의 집으로 찾아오고 갈등이 폭발한다.

부산은 월남전 참전용사 해동과 대학생 주호가 유치장에 함께 갇힌다. 해동은 주호를 자신의 친구 아들로 착각하지만, 주호는 처음 보는 해동이 부담스럽다. 둘은 창살 너머로 들려오는 시위 관련 뉴스를 지켜본다.

2020년 가까운 미래에서는 최전방 군부대에서 근무하는 친구 은규와 문석이 등장한다. 함께 근무 중인 어느 날, 문석은 ‘우리는 왜 싸우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언젠가 모두가 다툼을 멈추게 된 날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던 두 사람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음을 깨닫는다. 

출연진은 고은렬, 박광서, 정재환, 국민용, 김민하, 김민재다. 주최 측은 “이번 작품 ‘그때도 오늘’은 한 씬 한 씬 마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15세 이상부터 관람 가능하며, 관람료는 전석 1만5000원이다. 예매는 ‘예술협동조합 C.R.A’ 인스타그램에 공지된 네이버 예매 링크에서 가능하다.

크라예술센터는 표선면 가시리에 자리 잡은 복합 예술 공간이다. 이곳을 기반으로 제주 정착 배우 김민재가 중심이 돼 ‘예술협동조합 C.R.A’가 활동한다. C.R.A는 다양한 공연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협동조합 C.R.A
https://www.instagram.com/jeju_cra
‘그때도 오늘’ 예매 링크
https://booking.naver.com/booking/6/bizes/643200

# 제주연극협회 극단 전체가 참여한 무대

올해로 31년째를 맞는 제주연극협회 ‘소극장 연극 축제’가 24일부터 30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다.

올해 축제는 가람, 세이레, 파노가리, 퍼포먼스단 몸짓, 정낭극장, 이어도, 예술공간 오이(이상 공연 순)까지 제주연극협회 전 회원사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제주 연극계를 이끌어 가는 극단들의 실력과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공연 일정은 ▲24일 가람 ‘오거리 사진관’ ▲25일 세이레 ‘십년 후,’ ▲26일 파노가리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요?’ ▲27일 퍼포먼스단 몸짓 ‘마녀’ ▲28일 정낭극장 ‘3월의 눈(雪)’ ▲29일 이어도 ‘당신의 쓰레기를 배달합니다’ ▲30일 예술공간 오이 ‘언택트 시대의 초대’이다.

‘오거리 사진관’은 치매를 앓는 노령의 어머니가 일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본다는 내용의 가족극이다. 한윤섭 작, 이동훈 연출. 

‘십 년 후,’는 대학 동창인 수진, 주리, 희남이 졸업 후 10년 만에 만나면서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이야기다. 김민정 작, 설승혜 연출.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요?’는 내면의 깊은 상처를 지니고 이를 극복하려는 청년 3명의 사연을 그린다. 임청아·김수용·문재용 작, 김수용 연출.

‘마녀’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악플 공격을 받아 결국 종적을 감춘 인물이 어느 날 5년 만에 나타나 친구에게 살인을 예고한다는 작품이다. 신성우 작, 강종임 연출.

‘3월의 눈(雪)’은 사업 실패로 힘들어 하는 손자를 위해 평생 살아온 한옥을 팔고 요양원으로 떠나는 노부부의 이야기다. 배삼식 작, 강한근 각색·연출.

‘당신의 쓰레기를 배달합니다’에서는 어느 날 빌라 문 앞에 쓰레기가 배달되는데, 배달부는 그것이 거주자들이 어딘가에 버렸던 쓰레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배달부는 매우 상세한 정황까지 알고 있다. 송정혜 작, 강명숙 연출.

‘언택트시대의 초대’는 강력한 팬데믹으로 인해 통합된 세계정부가 등장하고 사람 간의 만남과 접촉이 금지됐다는 미래 세계가 배경이다. 어느 날 친구들과 달리 늘 고민과 생각이 많았던 A의 사망사건이 발생하는데…. 현대영 작, 남석민 각색·연출.

공연 관람료는 무료이다. 보다 자세한 예매·관람 관련 내용은 제주연극협회(064-744-8911)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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