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에 제주공항 이틀째 대규모 결항
22일 279편 결항-23일 297편 사전 결항

“오늘도 못가고 내일도 못가고 대기 항공편이 성탄절이라네요”

기상악화로 제주공항 활주로가 폐쇄되면서 2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이틀째 제주에서 발이 묶이게 됐다.

23일 대규모 결항 사태를 빚고 있는 제주공항에는 아침부터 대체 항공편이라도 구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오늘 오전 10시 서울행 항공편을 예약했던 차모(45)씨 가족은 결항 소식을 전해 듣고 대기 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바삐 뛰어다녔다.

항공사 발권창구를 찾아 문의한 결과, 가장 빠른 항공기가 이틀 후인 성탄절 당일 오후 8시 항공편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차씨는 “내일도 아니고 모레 25일 저녁에야 대기 승객으로 올려줬다. 가족여행을 마치고 렌터카까지 반납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며 허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폭설로 미리 예약한 휴양림 숙박도 취소돼 실내여행만 즐겼다. 회사에는 다시 양해를 구해 연차를 쓰고 숙박시설부터 다시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한숨 섞인 말을 건넸다.

한라산 겨울 산행을 위해 가족들과 인천에서 제주를 찾은 장모(26)씨 가족은 이틀째 제주에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애초 어제(22일) 오후 2시 서울행 항공편으로 제주를 떠나려 했지만 느닷없는 항공기 전편 결항 소식에 의도치 않게 가족여행이 길어지게 됐다.

장씨는 “어제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렌터카까지 반납해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갑자기 결항 통보를 받았다. 서둘러 공항 근처에 숙소를 구해 하룻밤을 더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사에서는 대기 승객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침부터 공항에 나왔지만 기다려 달라는 얘기만 한다. 언제 돌아갈지 예측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제주공항은 폭설 여파로 어제 오후부터 항공기 결항이 시작됐다. 어제 하루에만 출발 137편, 도착 142편 등 279편이 결항돼 제주는 사실상 고립됐다.

주말까지 폭설 소식이 전해지자 각 항공사는 오늘 예정된 제주기점 항공기 중 출발 143편과 도착 153편 등 296편에 대해 미리 운항을 취소시켰다.

한국공항공사에 통보된 오늘 항공기 운항계획은 출발 90편과 도착 88편 등 모두 178편이다. 이중 국제선 출발과 도착은 각각 3편씩이다.

각 항공사는 오전 9시 기준으로 오늘 운항을 계획한 178편 중 출발 42편과 도착 31편 등 73편을 추가로 결항 조치했다. 나머지 105편의 운항 여부는 오후에 정해진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의 기상 상황으로 오늘도 다수의 항공기 결항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항 이용객은 이동 전 항공사를 통해 사전 정보를 미리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내일(24일)까지 강추위가 예상돼 주말까지 결항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운항 취소가 장기화되면서 관광객들의 불편도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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