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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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을 다룬 최초의 소설을 발표하고, 4.3 대하소설까지 집필한 재일제주인 작가 김석범의 작품이 국내에 새로 소개됐다.

최근 번역돼 국내에 발표된 소설집 《만덕유령기담》(보고사)의 <만덕유령기담>은 지난 1970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1971년 상반기 ‘제65회 아쿠타가와상(芥川賞)’ 후보작에 오르며 김석범의 출세작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아쿠타가와상은 수상작을 고르지 않아, <만덕유령기담>은 실질적인 수상작으로 평가 받는다. 김석범 작가의 발표작 가운데 유일한 영어 번역 작품이기도 하다.

해설을 작성한 문학평론가 김동현(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책 소개에서 “제목이 말해주듯 이 소설은 처형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만덕의 기행(奇行)을 통해 4.3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고 소개한다.

더불어 “만덕은 아비 없이 태어나 어미 손에 이끌려 제주 관음사 주지에게 맡겨진 채 절의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간다. 부모도 모르고, 제 이름조차 없이, 개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에 만덕은 ‘시민권을 박탈당해도 마땅한’ 존재로 치부된다”며 “만덕은 제주4.3 항쟁을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반역죄로 심문을 받게 된다. 처형장에서 살아남은 후에 다시 비극적 죽음을 당한 만덕에게 죽음은 한 번으로 끝난 단일한 순간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죽음을 강요당하는 폭력의 연속이었다”고 작품이 내포한 의미를 강조했다.

소설집에 함께 담긴 <1949년 무렵의 일지에서-‘죽음의 산’의 한 구절에서>(1951)와 <유방이 없는 여자>(1981) 역시, 일본에서 발표했던 작품이다.

번역을 맡은 조수일, 고은경은 책을 통해 “‘해방 후 30여년, 이 나라에서는 무엇이 바뀌었나’, 작가 김석범이 소설의 형상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던진 이러한 질문은 이미 번역·출판된 ‘까마귀의 죽음’, ‘화산도’, ‘1945년 여름’, ‘과거로부터의 행진’과의 같이 읽기를 통해 그 깊이를 더하며 반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석범 작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석범 작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석범은 1925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제주에서 보냈다. 1946년 고향으로 여기는 제주를 떠나 지금까지 일본 오사카에 머물고 있다. 1967년 작품집 《까마귀의 죽음》을 출간해 작가로서 데뷔했다. 1997년에 완간한 <화산도(火山島)>는 일본에서 오사라기지로(大佛治郞)상, 마이니치(每日)예술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많은 소설과 평론집을 발표했다. 2015년 제1회 ‘제주4.3평화상’, 2017년에 제1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했다.

220쪽, 보고사,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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