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성산읍 현지 도민경청회, 찬반 갈등에 고성-인신공격 얼룩
반대측 '환경평가-수요예측' 지적...찬성측 '구체적 주민보상안' 의견 개진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서귀포시 성산읍 현지에서 열린 도민경청회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졌다. 차분하게 진행되는듯 했던 경청회는 찬반 양측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인신공격이 오가며 얼룩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경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기본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도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으로, 첫번째 순서로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에서 진행됐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자리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자리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자리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자리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제주의소리

제2공항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 용역진의 설명에 이어 사전에 약속된 찬반 양 측 대표자들의

의견이 개진됐다. 이후 플로어에 참석한 이들의 의견을 번갈아가며 듣는 순으로 이어졌다.

행사 초반에는 찬반 양 측 모두 충돌 가능성을 극도로 자제하며 우려됐던 갈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제2공항을 둘러싼 행사에서는 으레 등장했던 피켓이나 현수막 등도 자취를 감췄고, 참가자들은 공식적인 의견제출서를 통해서만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본 행사에 접어들고 본격적인 찬반 양 측의 의견이 개진되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상기됐다. 고성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결국 물리적 충돌로까지 비화됐다.

제2공항 반대측을 대표해 나선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 ⓒ제주의소리
제2공항 반대측을 대표해 나선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 ⓒ제주의소리

◇ 반대측 "환경평가 조작, 수요예측 부실...결국 군사공항화로 점철"

제2공항 반대측을 대표해 나선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은 먼저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왜곡·조작됐다는 주장을 폈다. 전환평 조사대상에 포함된 조류가 누락됐음은 물론, 위험성에 대한 평가 기준도 육지부 타 공항 조성사업과 다르게 적용됐다는 것이다.

또 제2공항 수요 예측과 관련해서는 "2015년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4560만명이었던 수요는 2019년 기본계획에서는 4108만명, 2923년 기본계획에서는 3969만명으로 무려 600만명이나 줄었다"며 "이 정도면 사업 타당성을 새로 검토해야 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위원은 "이 수요조차도 믿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노령화 인구도 반영되지 않았음을 국토부도 인정했다"며 "현재는 75세 미만 인구가 4800만명이 넘지만, 2050년이 되면 3500만명으로 줄고, 2070년이면 2600만명으로 줄어든다.  관광 올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항공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위원은 "국토부의 수요 예측을 다 인정하더라도 제2공항은 엄청난 과잉 규모"라며 "연 3155만명을 수용하는 제주공항도 부지면적 106만평에 터미널 면적도 12만㎡인데 제2공항은 부지 165만평에 터미널은 16만㎡에 달한다. 추가로 필요한 용량은 연간 800만명 수준임에도 불필요한 규모"라고 지했다.

그는 "이렇게 큰 공항을 만들겠다는 목적은 단 하나밖에 없다.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이용하겠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국토부는 순수 민간공항으로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한 이후에도 국방부는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이용하겠다고 했다"며 "결국 제2공항은 공군기지로 이용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제주도가 직접 검토를 해야 한다. 제주도는 검토·검증을 위한 위원회를 즉각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도민사회의 찬반 여론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절차로서 제2공항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성측 대표로 나선 오병관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찬성측 대표로 나선 오병관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 찬성측 "외부세력 개입 혼란 용납 못해...주민 보상-지역발전 논해야"

찬성측 대표로 나선 오병관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제2공항 사업으로 나뉘고 갈등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고 분노마저 느낀다.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분들과 다르게 생각할지언정 서로 존중하고자 했지만, 잘못된 외부 세력이 개입해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오 위원장은 제2공항이 정상 추진됐을 시의 주민 보상과 지역발전 방안을 주로 언급했다. 그는 "실질적 피해 주민에 대한 보상에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토지 수용과 소음 피해 지역에 대한 최대한의 보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토지수용에 대해 보상액을 최대한 올려주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며, 수용 토지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도 강구해야 한다. 수용 토지에 대한 제3의 피해에 대한 구제 대책도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음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지역 주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에 대한 인센티브도 명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제주도가 제2공항 운영에 직접 참여해 수익의 일부를 성산지역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연계해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관광청 신설을 성산에 유치해 제2공항 건설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상권과 관련해서도 "성산읍 기존 상권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존 상권이나 거주민 기득권 보호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제2공항은 지역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민들에게 가산점과 우선권을 주는 것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특히 오 위원장은 제2공항을 둘러싼 지역 국회의원들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주민들의 갈등을 조장했다. 정치권이 워낙 강하게 압박하다보니 국토부나 환경부도 눈치를 보면서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귀포시 지역구 위성곤 의원을 겨냥해서는 "지역에 대한 배신이고 반역"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자리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자리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제주의소리

◇ 고성-인신공격 오가며 혼란...'차분한 의견 개진' 목적 얼룩

양 측 대표자들의 발언 이후에는 플로어에 참석한 이들에게 발언권이 옮겨졌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찬성 측 발언과 반대 측 발언이 번갈아가며 주어졌다.

이 과정에서 다소 정제되지 않는 표현이 나오자 억눌렀던 감정이 분출되기도 했다.

한 참가자가 발표에 나선 박찬식 위원의 선거 출마 이력을 언급하며 조롱하는 듯이 발언했고, 이에 반발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또 다른 참가자들의 중재로 큰 사고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후에는 시종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차분하게 의견을 개진하겠다'던 당초 계획은 어그러진 후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며 "이날 제시된 의견들을 종합해 최종적인 제주도의 입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4월 6일에는 서귀포시 강정동 청소년수련관, 같은달 24일에는 제주시 연동 농어업인회관에서 두 차례 더 경청회를 열 예정이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자리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자리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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