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의견 명시’ 두고 고심중...외부 연구기관 의뢰해 '의견수렴 결과' 해석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진행된 의견수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제주도는 "수렴된 의견을 객관적으로 반영해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찬반 의견을 명시할지, 해석 결과만을 전달할지 양자택일 기로에 섰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부터 5월 31일까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 총 2만5729명이 의견서를 접수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의견 건수가 662건으로 가장 많았고, 네 차례에 걸친 도민경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이 530건으로 집계됐다. 그외 읍면동 139건, 주민소통센터 95건, 빛나는제주TV 114건, 우편 11건이 각각 접수됐다.

도민경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은 찬성측 의견이 보다 높았던 반면, 온라인으로 접수된 의견은 그 격차가 줄어 반대측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수렴 채널과는 별개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제출한 서명 1만4763명과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 8107명, 제주녹색당 1119명, 용담2동 주민 185명의 의견서도 포함됐다. 

의견수렴 마지막 날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가 제2공항에 대한 제3자 전문가 검증을 요구한 것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도내 비영리 학술연구기관에 수렴된 의견에 대한 자료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구두 계약을 맺고 다음주 중 관련 자료를 넘겨 분석이 이뤄지게 된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에서 수합된 의견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적용해야 할지, 각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 의견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등 행정 내부적으로 판단내리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제3연구기관의 해석을 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최종적으로는 해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결국은 제주도가 '찬성이냐, 반대냐' 의견을 명시할지, 뚜렷한 의견 없이 조사 결과만을 국토부로 넘길지 선택의 시간이 남았다.

제주도는 찬반 의견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역 내에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자칫 제주도의 의견 표출이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반대로 찬반 의견 없이 여론조사 결과만을 넘기는 것은 자칫 사업 결정 권한을 국토부에 다시 넘겨주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제2공항 추진에 있어 '도민의 시간'을 공언했던 오영훈 도정으로서는 이 또한 부담이 큰 결정이다.

제주도는 "양 측의 의견을 다 포함하면서 제주도 의견이 객관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 고민중"이라고 밝혔지만, 원론적인 입장일 뿐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찬반 의견을 명시할지, 의견수렴 결과만을 전달할지' 선택해야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에 대해 외부 자문을 구한 상황"이라며 "제2공항은 워낙 입체적이지 않나. 같은 사업이어도 성산읍 주민들의 의견과 제주 서부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