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72) 제32차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진술할 차례가 다가오자 제주4.3 유족 대부분이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재판부가 재심 청구된 피고인 30명의 혐의와 선고 형량, 수감 형무소 등의 내용을 읽어가자 긴장하던 4.3 유족들은 ‘무죄’라는 단어를 듣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13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2부(강건 부장판사)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2차 직권재심 대상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누적 명예회복 4.3 피해자는 총 911명이다. 

이날 명예가 회복된 30명 중 9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내란죄, 나머지 21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 누명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4.3희생자다. 

피해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한 군사재판으로 징역 5년에서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해져 전국 각지 수형소에서 수감생활하다 죽거나 행방불명됐다. 행방불명된 피해자 대부분은 총살 등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 김홍영은 함덕에서 가족과 농사지으며 살다가 토벌대를 피해 산에 피신했다가 행방불명됐다.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고 김홍영은 부산형무소에서 1950년 10월 사망했다. 

고 김홍영의 딸과 처제가 법정에 출석, 명예 회복을 호소했다. 

그의 처제는 “부산형무소에 수감됐다는 사실을 들은 언니가 면회를 위해 찾아갔는데, 이미 형부가 죽어 있었다. 땅에 묻었다는 형무소 관계자의 말을 들은 언니는 직접 땅을 파헤쳐 관을 짜 시신을 수습했다. 형부의 무죄 소식을 들으면 정말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김홍영의 아내는 93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1948년 당시 23세 고 양군선, 21세 고 양군봉 형제는 함께 농사를 짓다 나무하러 나오라는 외도지서 소속 경찰관의 말을 듣고 집을 떠난 뒤 행방불명됐다. 

수형인명부에 고 양군선은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1948년 12월9일 징역 15년형(내란죄)에 언도돼 목포형무소로 끌려갔고, 대구형무소로 이감된 뒤 1950년 7월27일 군경에 인도된 이후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  

동생 고 양군봉은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국방경비법 위반 누명을 써 1949년 7월4일 징역 7년형에 언도돼 대전형무소에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4.3과 관련된 각종 기록과 증언 등을 종합하면 두 형제는 군인에 의해 총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형제의 조카 양모씨는 이날 재심에서 “아버지와 삼촌 등 형제들이 모두 돌아가셔서 4.3과 관련된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유족들은 진술 차례가 와도 “아는 것이 없어 할 말이 없다. 아무 죄없이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는 정도만 안다”고 말했다. 법정에 와서야 죄명이 무엇인지, 형량이 얼마인지, 육지 어느 형무소에 수감됐는지 등의 사실을 알게 된 유족들도 많았다. 

유족 진술이 끝나고 재판부는 직권재심 대상자 30명에 대한 죄명과 형량, 언도일자, 수감 형무소 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유족들은 숨죽여 들었다. 

이어 “관련 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들의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라는 판결이 나오자, 유족들 사이에서 “아휴”, “속 풀린다” 등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십년간 가슴 속에 품어 살아야만 했던 응어리가 풀리는 듯했다. 

이날까지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4.3 피해자는 총 911명으로 늘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3차 직권재심(2023년 1월31일)
김창식, 김창조, 문명윤, 박일현, 부인평, 박두삼, 박두만, 송두수, 안봉현, 유한국, 안경봉, 고종규, 김우련, 김계생, 문우기, 문세하, 문도흥, 박창길, 안창희, 신성보, 이태승, 강윤권, 강두남, 전형식, 양기천, 강경추, 강기언, 강기수, 김성하, 김달삼(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 총사령관 김달삼과 다른 인물)

24차 직권재심(2023년 1월31일)
홍기범, 박영휴, 고태유, 송권숙, 송근상, 오경운, 김용학, 양상원, 고순현, 고정금, 진희인, 문재언, 현옥성, 고형진, 김평문, 김희선, 김복선, 오태완, 문병화, 김대보, 김찬문, 김석부, 김인부, 김용식, 현상봉, 고덕권, 박창계, 정상규, 홍인봉, 홍술생

25차 직권재심(2023년 4월4일)
양찬식, 김태현, 강성도, 임태효, 양병인, 양병옥, 오화인, 김태생, 강위현, 윤병혁, 김공림, 김필림, 김병민, 김주순, 김주찬, 김계택, 현덕홍, 고병수, 김창근, 이정우, 양승열, 강연수, 김청자, 한중봉, 고중권, 고예봉, 김만중, 강길하, 강길운, 박기우

26차 직권재심(2023년 4월4일)
최일빈, 이근택, 강병익, 이기동, 김두수, 강갑선, 현창희, 현광희, 양홍순, 고병우, 김여식, 이천옥, 이효근, 윤장순, 김병언, 문완기, 강동진, 윤평하, 강윤희, 박기숙, 김기태, 김동옥, 양봉옥, 김문수, 김두규, 김전중, 오인표, 조달흥, 김기생, 현문주

27차 직권재심(2023년 4월18일)
송희중, 강화춘, 김경옥, 신희수, 한흥용, 한정생, 김일규, 양집중, 한석찬, 고인필, 홍사만, 김희순, 강병우, 한석칠, 문정섭, 한영홍, 고을협, 고성오, 이동은, 고상범, 신경식, 정병하, 강신천, 강신갑, 이동화, 고화춘, 김여수, 양군부, 김병일, 김병극

28차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김표임, 현상섭, 강후선, 오달록, 고경옥, 현만선, 고만원, 김환필, 변기화, 한문권, 강응호, 오응언, 고형호, 강상주, 강수희, 김정용, 김봉옥, 김팽옥, 김상구, 문재선, 김원오, 오현옥, 문주선, 오능주, 강자봉, 오성용, 강천상, 양제추, 양덕칠, 정영수

29차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박유준, 강운하, 서상흡, 서명영, 고성인, 오영화, 김백합, 김재기, 변규순, 김기하, 백영수, 이도일, 김창수, 김영천, 김임생, 한유생, 김대환, 고경옥, 김중화, 김유생, 김정하, 김승우, 김승련, 박경주, 이찬식, 고천옥, 백일현, 한석두, 김시협, 김대진

30차 직권재심(2023년 5월30일)
이동오, 문규림, 송기직, 김시량, 양승홍, 홍순택, 박명기, 현일우, 이상돈, 강철문, 고갑금, 고달하, 김계화, 이영두, 변병노, 김경성, 김도덕, 김병국, 김달오, 전두화, 강응조, 강응태, 양신봉, 양남봉, 김봉임, 양성호, 현귀찬, 문태준, 강우정, 문창관

31차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문만수, 문선택, 오창선, 김인식, 김성언, 현일화, 김매월, 윤태진, 부장림, 김형옥, 이정숙, 양병규, 강상호, 김상곤, 김석주, 강문옥, 현채운, 김순옥, 박태순, 박태경, 김상후, 고사송, 양지휴, 양재휴, 문시옥, 김상필, 고완종, 정재삼, 정유삼, 김병은

32차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이동신, 김병길, 강재옥, 양태운, 강병수, 김창종, 송창립, 고순학, 김상국, 양상순, 홍순병, 이태순, 고두정, 정영익, 고성봉, 이팽로, 고형관, 김시옥, 양군선, 양군봉, 김홍영, 한치욱, 김영희, 김이오, 이대봉, 문성영, 박홍기, 이윤옥, 신두옥, 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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