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28) / 구좌읍 하도축산계공동목장
약 50년 전 거금 850만원 종잣돈 모아 초지 조성, 적자 시달려 목장 부지 전면 임대

동검은이오름 알오름에서는 하도축산계공동목장 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재 하도목장을 빌린 경주마 관련 사업자가 말을 방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동검은이오름 알오름에서는 하도축산계공동목장 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재 하도목장을 빌린 경주마 관련 사업자가 말을 방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가 우리 하도마을 축산계장을 맡고 있을 때 만큼은 우리 마을의 목장을 팔 생각이 없습니다. 목장은 우리 마을과 축산계원들의 공동재산입니다. 제 후손들에게 누구누구 때에 목장을 팔아먹었다는 욕을 먹게 할 수 있겠습니까?” - 김성은 하도축산계장 

동검은이오름 능선 앞으로 펼쳐진 드넓은 초원과 탁트인 전망은 불어오는 초여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참가자들의 두팔을 저절로 벌려 들숨과 날숨을 만끽하게 했다. 공동목장 보존과 지원을 위한 시민참여 프로그램 '탐나는가치 맵핑' 참가자들의 탄성이 제주시 구좌읍 하도공동목장의 너른 초원 위로 동시에 쏟아졌다. "야~ 좋다!"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하도축산계공동목장(이하 하도공동목장)’의 규모는 현 제주국제공항 부지(약 100만평)와 맞먹는다. 높은오름과 동검은이오름, 손자봉 일대 약 92만평을 아우른다. 이 가운데 하도축산계가 실제 소유하고 있는 부지는 약 25만4000여 평이고, 도유지 47만평과 사유지 약 19만평을 포함하면 약 92만평에 이른다. 

기계농업 확산과 마·소 사육 두수 급감으로 인해 하도축산계는 하도목장 운영을 통해 버는 수익 보다, 목장 유지에 따른 기본경비와 세금 부담이 늘며 다른 마을목장들과 마찬가지로 적자 경영에 직면해 있다.

급기야 지난해부터는 하도목장을 경주마 육성사업을 하고 있는 외부사업자에 빌려줘 임대수익으로 가까스로 적자를 모면하고 있다. 하도축산계는 공동목장 조성 초기, 목장부지 확보에 종잣돈을 낸 주민들이 상부상조를 위해 '계(契)'를 조직한 하도리 마을의 협동 조직이다.  

12년 째 하도축산계 대표 역할인 축산계장을 맡고 있는 김성은(72) 계장은 “그동안 도내 마을목장을 팔았다고 지역 주민들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왜 팔 수밖에 없었는지, 아니면 외부사업자에 왜 임대해줄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살펴주길 바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이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중국 국적의 제주대학교 유학생과 제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도민참여단에 참가, 갈수록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제주 마을목장 관리·보존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하도축산계공동목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는 김성은 하도축산계장. 지도의 초록색이 마을 축산계 토지, 한 가운데 주황색 부분이 도유지, 흰색이 사유지다. 하도축산계는 여느 마을목장들이 처한 어려움 외에 기형적인 공동목장 토지 구조로 인해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하도축산계공동목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는 김성은 하도축산계장. 지도의 초록색이 마을 축산계 토지, 한 가운데 주황색 부분이 도유지, 흰색이 사유지다. 하도축산계는 여느 마을목장들이 처한 어려움 외에 기형적인 공동목장 토지 구조로 인해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일제강점기인 1938년 최초 설립 인가된 하도축산계공동목장은 이후 북제주군 당시인 1975년에 주민들이 출연한 850만원을 모아 하도축산계 소유로 이전 등기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과거 300여 두가 넘는 소를 방목해왔지만 기계농업 확산과 소 사육 농가의 급감으로 소들이 너른 초지에서 풀을 뜯던 풍경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소들을 방목하던 하도목장의 마지막 풍경. 김성은 축산계장은 2019년 쯤으로 기억했다. 사진 = 하도축산계 제공 ⓒ제주의소리
일제강점기인 1938년 최초 설립 인가된 하도축산계공동목장은 이후 북제주군 당시인 1975년에 주민들이 출연한 850만원을 모아 하도축산계 소유로 이전 등기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과거 300여 두가 넘는 소를 방목해왔지만 기계농업 확산과 소 사육 농가의 급감으로 소들이 너른 초지에서 풀을 뜯던 풍경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소들을 방목하던 하도목장의 마지막 풍경. 김성은 축산계장은 2019년 쯤으로 기억했다. 사진 = 하도축산계 제공 ⓒ제주의소리

하도공동목장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에 설립 인가됐다. 1975년 하도 주민들은 당시 850만원을 모아 목장조합 소유의 하도목장을 하도축산계 소유로 이전 등기해 대대적으로 목장을 정비했다. 1975년에 농심라면 출시 가격이 한봉지에 25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하도축산계가 모은 85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도공동목장에 방목된 소는 초창기 약 320두에서 이후 250두, 220두, 180두 등으로 세월이 지날수록 줄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50두 정도의 소를 입식해 방목했지만 현재는 마을에서 딱 두 농가만 소를 키우고 있어 수지 타산을 맞출수 없게 되자 이들마저도  다른 목장으로 옮겨 소를 키우고 있다. 하도축산계원은 현재 246명이다.

사육 두수가 줄수록 목장 운영에 따른 수익도 떨어졌다. 하도공동목장 운영을 위해서는 연간 최소 2000만원 이상의 기본 경비가 필요하지만, 사육 두수가 줄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되자, 지난 2021년 12월 축산계 정기총회에서 하도공동목장의 전면 임대를 결정했다. 그 결과, 경주마 육성 관련업체에 목장을 빌려줬고, 해당 업체는 경주마 50마리 정도를 목장에 방목해 건강한 말들을 키우고 있다. 

하도공동목장을 탐방중인 도민참여단. ⓒ제주의소리
하도공동목장을 탐방중인 도민참여단. ⓒ제주의소리
김성은 하도축산계장이 하도공동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성은 하도축산계장이 하도공동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에 대해 김성은 계장은 “마을주민들이 조직한 축산계를 대표하고 있는 저로서는 공동목장 운영의 경제성을 찾아야만 한다. 적자운영을 두고 볼 수는 없다”며 “하도목장은 관리가 잘된 목장으로 손꼽힌다. 공동목장 주변 산책로 조성 등을 통한 생태관광을 시도했지만, 지원을 받기 위한 행정 심사에서 떨어졌다. 하도목장 주변을 사유지가 둘러싸고 있고, 사유지 바로 안쪽은 축산계 소유 토지다. 또 가장 안쪽은 도유지다. 하도축산계 토지와 도유지, 사유지가 섞여있는 기형적 구조라 이렇다 할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계장은 “외부에서 마을공동목장을 매각한 주민들을 비판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다만, 마을주민들이 왜 부지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니면 우리처럼 임대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도 알아달라”고 말했다. 

현재 하도축산계원 246명은 공동목장 조성 당시 최초 종잣돈 850만원을 모았던 마을주민들이나 그들의 후손으로 구성됐다. 계장 1명과 감사 2명, 이사 6명, 대의원 43명으로 구성된 대의원제를 통해 매년 12월 정기총회에서 중요한 의결 안건을 다루고 있다. 

하도축산계공동목장 전경. 왼쪽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  ⓒ제주의소리
하도축산계공동목장 전경. 왼쪽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  ⓒ제주의소리

제주 상당수의 마을목장(조합)은 조합원의 자격 또는 축산계원의 자격 기준으로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에 한하거나, 장자(큰아들) 중심으로 계원 자격을 승계할 수 있도록 운영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이런 규약(정관)을 하도축산계는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장자가 아니더라도 기존 축산계원의 가족 중 한명을 가족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으면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도리 거주민으로 제한하지 않고 제주도내에 거주하면 계원 자격을 인정하도록 개정했다. 김 계장은 하도공동목장과 축산계 존속을 위해서는 변하는 시대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내 다른 마을목장처럼 하도공동목장을 매각하자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 계장은 “내가 죽을 때까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김 계장은 “공적인 자리에서 공동목장 매각 얘기를 꺼내는 주민은 없다. 사적인 자리에서 한번씩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내가 계장을 맡을 때 매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세월이 흘러 ‘김성은 계장때 하도공동목장을 팔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고, 내 후손들이 ‘저 사람이 김성은 계장 아들, 손자’라고 손가락질 받는 것을 볼 수 없다. 우리도 부모세대부터 물려받아 잘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공동목장은 누구 개인 것이 아니라 축산계 마을주민들의 것”이라고 덧붙혔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이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축산계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도내 40여개 마을목장 중 이날 19번째 마을목장 현장탐방으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이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축산계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도내 40여개 마을목장 중 이날 19번째 마을목장 현장탐방으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동검은이오름 능선에 오른 김 계장은 “여기에 있으면 드넓은 공동목장 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곳에서 방목한 소들이 잘 크고 있는지 매번 확인해 왔다. 이렇게 경치가 좋았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 멀리 성산일출봉과 함께 일출도 볼 수 있는데, 이 장관을 앞으로도 후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라지는 마을공동목장 보존·관리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진행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도민 프로젝트 현장탐방은 하도공동목장이 19번째 방문지다. 

현장탐방을 통한 마을목장 보존 목소리가 커지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도내 마을목장에 대한 연구용역이 이뤄질 예정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마을목장 보존·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법 개정 등의 제도개선도 계획됐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이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축산계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도내 40여개 마을목장 중 이날 19번째 마을목장 현장탐방으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이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축산계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도내 40여개 마을목장 중 이날 19번째 마을목장 현장탐방으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이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축산계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이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축산계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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