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道의견 추가 검토 시일 소요"...기본계획-실시설계 과정까지 갈등 우려

국토교통부에 전달된 제주도 제주 제2공항 관련 주민의견 수렴 결과 자료.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국토교통부에 전달된 제주도 제주 제2공항 관련 주민의견 수렴 결과 자료.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견을 통으로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서 제2공항 사업은 다시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됐다.

부담을 떠넘겨받은 국토부 역시 난색을 표한 가운데, 향후 제2공항 실시설계·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에 있어 도민사회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제주도로부터 도민의견 수렴 결과가 접수됨에 따라 관련 내용을 검토한다고 1일 밝혔다.

지난 7월 31일자로 제주도가 제출한 의견은 총 2만5729건으로, '주민투표 촉구' 서명이 1만3060건(54.0%)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 추진' 8292건(34.3%), '건설 반대' 2822건(11.7%) 순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수렴된 결과에 대한 찬반 의사를 명시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국토부에 넘겼다.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의견이 과반에 달했음에도 '제주도의 의견'은 사실상 '없음'이다.

오히려 '제주공항 수용능력 한계로 이동권에 제한을 받고, 기상 악화 시 빈번한 회항과 결항으로 도민 불편이 가중되는 등 제주권 공항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상황', '제2공항 건설 시, 주민들의 이주대책과 공항 소음 문제, 도시화에 따른 기반시설 확충 등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표현으로 제2공항 추진을 기정사실화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간 제2공항 사업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해 왔던 국토부 역시 제출된 의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전달된 의견이 명확하게 '추진해달라' 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체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민의견) 내용을 보고 제2공항 추진 의사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보다 보완이 필요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이러한 검토를 하는데 조금 더 시일이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업 추진을 가정하고 고시가 결정된다면 제주도가 준 의견 중 수용이 가능한 부분과 수용이 곤란해 추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들을 분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정상 추진을 가정할 시 제2공항 기본계획은 고시 전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항공정책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 이 과정이 수 개월 정도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제2공항 기본계획은 올해 말께나 고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계획 수립 고시 후에는 주민 공람을 거쳐야 한다. 

이후 실시설계를 거쳐 실시계획이 수립되기까지는 다시 1년 가량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핵심적인 절차로 꼽히는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계획평면도 및 설계도, 공사예정표 등 각종 인허가 의제사항이 이 기간중 다뤄지게 된다.

특히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만 하더라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숱하게 제기된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계절과 분기에 따른 상황변화를 조사해야 해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결국 짧게는 내년, 길게는 내후년까지 제2공항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이다. 제주도의 모호한 결론이 공동체의 분열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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