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 품질 기준 미달 ‘재검사 돌입’
그린수소 매입가격 ‘경유’ 수준 협상 중

전국 최초로 그린수소를 활용한 버스 운행이 수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순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데 이어 그린수소 거래 가격도 지금껏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2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불순물이 검출된 제주 그린수소에 대해 한국가스안전공사가 17일 샘플을 확보해 막바지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풍력발전단지 인근에 3.3MW급 소규모 수전해 실증을 위한 설비를 구축했다. 실증사업은 제주에너지공사가 맡았다. 

당초 올해 4월부터 그린수소를 생산해 국내 첫 수소버스 운행을 계획했지만 안전 검증 문제로 설비 입고가 늦어지면서 가동 시점도 줄줄이 늦춰졌다.

우여곡절 끝에 5월부터 본격 시험 가동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품질 문제가 불거졌다. 최종 생산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수소연료 품질·제품 사양’(KS B ISO 14687)에 따라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순도와 수분, 총산화수소, 산소, 헬륨 등 14가지 품질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그린수소를 연료전지로 활용한 사례가 전무해 이번이 국내 첫 품질조사였다. 현대자동차 넥쏘 등에 사용하는 기존 수소연료는 대부분 그레이수소로 불리는 부생수소다.

수소는 생산 방식과 친환경성 정도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로 나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물에 가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방식이다.

제주의 그린수소는 검사 과정에서 수분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품질기준에 따르면 수소에서 수분은 5마이크로 몰 퍼 몰(5μmol/mol) 이하여야 한다.

이는 수소에서 수분의 함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1kg을 가정하면 100만분의 5kg에 해당하는 양이다. 수분이 검출되면서 순도 기준인 99.97%(mol/mol)에 도달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설비 조립과정에서 기계 내부에 수분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에 건조 작업을 마치고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품질조사를 위한 샘플을 재차 추출했다.

검사 결과는 늦어도 다음주 중 나온다. 적합 판정이 내려지면 수소버스에 직접 주입해 시험 운행에 나서게 된다. 현재 버스 9대는 ‘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스페이스 제주’에 보관 중이다.

그린수소 가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유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그레이수소는 국제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면 그린수소는 수전해에 필요한 전기요금이 결정적이다. 

한때 1kg당 8000원 수준이던 수소충전소의 부생수소 소비자 가격이 이미 1만원을 넘어섰다. 제주 그린수소의 경우 1kg당 생산단가가 2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수소연료 공급 가격을 1리터당 1700원 수준인 주유소 경유 판매가격과 맞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제주에너지공사에 생산단가를 보장해 줘야 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만큼 이번에는 적합 판정을 기대하고 있다”며 “수소버스 운행에 앞서 수소거래 가격에 대한 협상도 조만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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