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눈·눈·눈](10) 눈깜박임 증상은 틱 장애일까?

우리 몸의 눈과 뇌는 가장 밀접한 신체 기관입니다. 눈의 건강이 바로 뇌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눈은 뇌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칼럼 눈·눈·눈]은 그동안 잘 몰랐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좋은 눈, 밝은 눈, 맑은 눈을 갖게 할 것입니다. / 편집자 글 

사진출처=픽셀즈
사진출처=픽셀즈

2주 전, 진료실에 5살 남자아이와 함께 아이의 부모님이 얼굴이 상기된 채로 들어왔다. 아이가 진료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아이의 엄마가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을 찾아 틀어줬다. 동영상 속에는 TV를 보며 눈을 과하게 깜박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동영상 속 그 남자 아이는 진료실에 앉아있었다. 나는 아이를 조용히 지켜봤다. 적막은 5초도 채 가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어봤다. "우리 아이 틱이에요?"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아이들이 눈깜박임을 주 증상으로 내원한다. 16살 미만의 아이들이 눈깜박임 증상으로 내원하면 안과의사는 크게 네 가지 원인부터 살펴본다. 첫 번째, 눈의 불편함이다. 불편함은 아래 눈꺼풀의 속눈썹이 눈을 자극하는 덧눈꺼풀이 문제일 수도 있고, 위 눈꺼풀의 속눈썹 하수에 의해 자극을 받아 눈을 깜박일 수 있다. 눈썹뿐만 아니라, 환절기 등 알레르기 결막염에 의한 불편일 수도 있고, 컴퓨터 게임에 집중해 있느라 일시적으로 발생한 건조증일 수도 있다. 원인이 뭐가 됐든 눈의 불편함에 의한 눈깜박임일 경우, 진단이 비교적 쉽게 내려지는 편이며 안약, 수술 등을 해결책으로 설명해 줄 수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 사시에 의한 눈깜박임을 확인한다. 세 번째로는 저시력의 아이가 안경을 쓰지 않아서 생기는 눈깜박임 가능성을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틱장애(tic disorder)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국내 대학병원 소아안과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시 환아와 안경을 쓰지 않은 아이를 배제하고 눈깜박임을 증상으로 내원한 아이들 50명 중 43명이 소아정신과 진료 후 틱장애를 진단받았다. 86%의 높은 확률로 틱장애 진단을 받은 것이다. 3차 대학병원인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수치이다. 실제로 외래진료를 보다 보면 눈깜박임으로 내원한 아이의 절반 이상이 틱장애로 의심된다.

우리가 흔히 틱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병명은 틱장애이다. 틱장애란, 갑작스럽고 반복적인 근육의 운동 또는 소리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평생 지속될 수도 있고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잠깐 왔다 사라지는 일과성 틱장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틱에 의한 운동의 특징은 일시적인 노력으로 억제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나 불안, 피로 등에 의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눈을 깜박이는 아이에게 부모님이 '눈 깜박이지 마!'라며 다그칠 경우, 일시적으로 그칠 수는 있지만 오히려 아이의 초조함과 불안함을 야기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정다운 이지봄안과 원장 ⓒ제주의소리<br>
정다운 이지봄안과 원장 ⓒ제주의소리

틱장애는 증상 발현의 기간을 기준으로 투렛 장애, 만성 틱장애, 일과성 틱장애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미디어를 통해 투렛장애와 같이 심각한 틱장애를 많이 보지만, 실제로 안과 외래에서 진단을 받는 틱장애 아이들은 대부분 일과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일과성 틱장애는 1개월~1년 정도 증상이 왔다가 사라지는 경우를 지칭한다. 특별한 안과적, 소아 정신과적 치료 없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에서 진료를 시작하면서 많은 눈깜박임 아이를 봤지만, 소아 정신과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일과성 틱장애로 문제없이 지나간다. 우리 아이가 눈깜박임이 있을 때 필요 이상의 걱정을 내려놓자. 아이에게 눈을 깜박이지 말라고 다그치기보다는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보는 것이 최선의 치료일 가능성이 높다. / 정다운 이지봄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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